한국에 20년 만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2000년대 초반, 처음으로 간 곳은 청담동 어딘가에 있었던 한정식 집이었고 두 번째로 간 곳이 삼청동에 있는 어느 북카페였습니다. 아주 조용한 곳이었지요. 당시 머물었던 곳이 소공동 롯데호텔이었습니다. 새벽까지 미국 업무를 하느라 아침 일찍부터 서울 강북 중심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한국 (서울) 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느낌이 들던 곳이었지요. 2010년까지만 해도 즐겨 읽었던 고객사인 대한항공의 기내매거진 이름이 Morning Calm 인 데다가 2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고국이 아니지만 '고국'이기도 한 한국의 당시 모습은 질서 정연하고 조용한, 그리고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외관은 많이 변했지만 이 북카페에 대한 추억거리가 많습니다. 그중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 있지요. 과거 올린 이야기 속에도 잠시 언급이 된 장소였는데 https://brunch.co.kr/@acacia1972/11 이곳에서 제 친구와 저는 아이스크림을 주문했습니다. 혜련이는 녹차 아이스크림, 그리고 저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하고 젊은 여자 점원을 불러 주문을 했지요. 하지만 제 습관이었는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면서 발음을 하던 대로 했는데 ('바닐라'가 아닌 '버/바'의 중간쯤 되는 "바"발음에 더해 '늘/닐'의 중간쯤 되는 "닐," 그리고 '라!'가 아닌 짧은 '라' 로), 점원이 알아듣지 못해 미안한 얼굴로 제게 다시 물어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나 그 점원이나 서로에게 미안했었던 잠깐의 기억이었지요. 이후 저는 영어발음을 할 때 조심해서 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영어의 localization이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동화 (Assimilation)의 현실적인 한 예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2. 배터리
한국에 Costco 가 들어온 지도 꽤 됩니다. 처음에는 샤핑을 하다 보면 "어, 나, 이거 미국에서 쓰던 건뎅"으로 탄성에 가까운 대화를 주고받는 여성들을 많이 보았지만 이제는 이 매장체인도 오래되었기에 이런 류의 대화는 거의 듣지 못하게 되었지요. 한국에 있으면서도 상당히 '이국적인' (미국적이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 Costco라는 생각입니다.
이곳은 상품을 꽤 싸게 팔지요? 그중에서는 배터리만은 그 어느 판매장도 이들의 가격을 이기지 못하는 듯합니다. 2년 전쯤 AA 배터리가 필요해서 카트에 넣은 후 여타 다른 상품과 함께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상품을 belt에 올려놓지 않는 습관이 있어서 (세균이 그 roller에 얼마나 많을지 상상이 되지 않더군요) 구입한 모든 것들은 카트 안에서 scan 해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Cashier 들도 무거운 것들을 들고 내리기보다는 이 방법을 더 선호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서 있던 counter의 여자 직원은 제 방식을 왠지 꺼렸던지 다소 신경질적인 손움직임으로 상품들을 스캔하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마무리가 되어갈 때쯤 제가 넣은 AA 배터리 한 팩이 다른 상품 아래 깔려있기에, 그것을 올려놓으면서 "이 배터리도 구매합니다"라고 이 점원에게 알려 주었지요. 이후 이 점원이 하는 말이 저를 매우 무안하게 하더군요:
"이건 배러리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당시 그리고 지금도 "배터리"가 맞는 발음이고, 미국식인 "배러리"라는 발음은 아닐 텐데, 이 점원은 왜 그리고 어떤 목적으로 이 발음으로 내게 들이대는지 의아했습니다. 약간의 비웃음이 밴 어조였지요. 이후 몇 초동안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나갔고, 이 작은 이벤트로 scene을 만들기도 우스운 일이라 그냥 이렇게 그리고 조용히 그 점원에게 말했습니다:
"I am sure I know how to pronounce the word. However, we are in Korea, and we don't need to be the natives of the English language. If you really want to push toward speaking the way natives speak, then why don't you pronounce "PARIS" the way the French people say, which is close to "빠히," and pronounce "COSTCO," not like 코스트코 in Korea, but more like "커스코" in the States? But I believe the problem, miss, is your attitude, not your pronounciation. So... are you done scanning?
20여 년 만에 참 많이 변한 한국의 한 면인 듯합니다. 저도 미안해하고 점원도 미안해했던 2000년대 초반의 그 기억이, 2년 전 있었던 기억하기 싫은 한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또 한 번 "예전엔 사람들이 참 좋았었지"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여러 번 들게 합니다.
영어는 적당히 하면 됩니다. 적당한 선은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요. 일부러 애써서 그 선을 넘으려고 하지는 마세요. 조금 추해보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