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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현 Oct 06. 2024

40. 가을에는 보라색 꽃이

<양재천 산책>


가을에 들면 보라색 꽃이 많이 보인다. 초봄에는 노란색 꽃이, 5월에는 흰꽃이 무더기로 피었고, 여름에는 주황색 꽃이 많이 피더니 가을에는 보라색 꽃이 대세인 것 같다.

곤충은 식물의 색깔이나 형상, 냄새에 따라 꽃을 선택하므로 식물이 꽃을 피우는 계절과 모양, 색깔을 정하는 데에는 꽃 나름의 철저한 계산이 기초가 되어 있는 법이다. 벌은 보라색 꽃을 선호하는데, 두엉벌은 특히 보라색 꽃을 사랑한다고 한다. 곤충이 꽃을 선택하자 꽃들은 곤충의 선호에 맞춰 꽃 색깔과 모양, 냄새를 만들어 내는 셈이다.  


보라색 꽃들은 유난히 군집을 이루며 핀다.  잔잔하게 보일 듯 말듯한 꽃들이 군집을 이루며 피는 보라색 꽃들은 가을 분위기 조성에 일조한다.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이 보라색이다. 

이 가을을 장식하는 보라색 꽃들의 잔치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무릇 꽃과 구절초


왼쪽부터 배초향(방아꽃), 꽃향유, 과꽃


왼쪽부터 자주달개비, 도라지, 붓드레아


왼쪽부터 나팔꽃, 아스타, 벌개미취



야생의 보라색꽃들은 풀숲에 숨어 보일 듯 말 듯 자태를 숨기고 있다. 작지만 모여 피니 벌을 부르는데 모자라지 않는 듯하다. 작으니 힘을 합쳐야 살아남는다는 지혜를 꽃들 스스로 깨우친듯하다. 



왼쪽부터 누린내풀, 물봉선화, 참골나무


왼쪽부터 불로화(아케라텀), 부처꽃, 층층꽃


왼쪽부터 쥐꼬리망초, 털여뀌,  물달개비


양재천에도 보라색 꽃 무리가 많다. 장식용으로 심어둔 아스타와 겹아스타 및 아게라텀이 특히 눈에 뜨이지만, 습지에 핀 물봉선화가 제일 눈길을 사로잡는다. 꽃모양이 자주달개비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꽃은 풀숲에 무리를 지어 핀 모습이 어쩐지 사랑스럽다. 쥐꼬리망초는 너무 수줍은듯하다, 보일 드듯 말 듯 땅에 붙었는데, 자세히 보면 작은 꽃이 숨어있다. 


봄도 아니고, 추워지는 계절에 피는 보라색꽃들. 식물의 경쟁력을 위한 선택이겠지만 가을의 보라색꽃들은 쓸쓸한 향기를 풍긴다. 그래서 외롭지 않으려고 무리 지어 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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