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 산책>
가을에 들면 보라색 꽃이 많이 보인다. 초봄에는 노란색 꽃이, 5월에는 흰꽃이 무더기로 피었고, 여름에는 주황색 꽃이 많이 피더니 가을에는 보라색 꽃이 대세인 것 같다.
곤충은 식물의 색깔이나 형상, 냄새에 따라 꽃을 선택하므로 식물이 꽃을 피우는 계절과 모양, 색깔을 정하는 데에는 꽃 나름의 철저한 계산이 기초가 되어 있는 법이다. 벌은 보라색 꽃을 선호하는데, 두엉벌은 특히 보라색 꽃을 사랑한다고 한다. 곤충이 꽃을 선택하자 꽃들은 곤충의 선호에 맞춰 꽃 색깔과 모양, 냄새를 만들어 내는 셈이다.
보라색 꽃들은 유난히 군집을 이루며 핀다. 잔잔하게 보일 듯 말듯한 꽃들이 군집을 이루며 피는 보라색 꽃들은 가을 분위기 조성에 일조한다.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이 보라색이다.
이 가을을 장식하는 보라색 꽃들의 잔치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야생의 보라색꽃들은 풀숲에 숨어 보일 듯 말 듯 자태를 숨기고 있다. 작지만 모여 피니 벌을 부르는데 모자라지 않는 듯하다. 작으니 힘을 합쳐야 살아남는다는 지혜를 꽃들 스스로 깨우친듯하다.
양재천에도 보라색 꽃 무리가 많다. 장식용으로 심어둔 아스타와 겹아스타 및 아게라텀이 특히 눈에 뜨이지만, 습지에 핀 물봉선화가 제일 눈길을 사로잡는다. 꽃모양이 자주달개비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꽃은 풀숲에 무리를 지어 핀 모습이 어쩐지 사랑스럽다. 쥐꼬리망초는 너무 수줍은듯하다, 보일 드듯 말 듯 땅에 붙었는데, 자세히 보면 작은 꽃이 숨어있다.
봄도 아니고, 추워지는 계절에 피는 보라색꽃들. 식물의 경쟁력을 위한 선택이겠지만 가을의 보라색꽃들은 쓸쓸한 향기를 풍긴다. 그래서 외롭지 않으려고 무리 지어 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