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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나이아가라 폭포 관람기(2)

캐나다 측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by 보현


캐나다 측에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바라보니 역시 훨씬 더 장관이었다.

이곳에서 빨간색 비닐 우의를 입고 시티크루즈를 타고 폭포 가까이 까지 접근하여 폭포의 물살을 느껴보는 것이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것 같았다.

나이아가라 폭포 바로 앞까지 가서 물의 세례를 맞아보기 위해 세계에서 엄청난 관광객이 몰려온다고 한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흐르는 나이아가라 강에는 미국 국기를 단 유람선과 캐나다 국기를 단 유람선이 서로 세를 과시하듯 폭포 앞으로 돌진한다. 어림짐작으로도 캐나다 측 유람선에 승객이 더 많아 보인다. 실제로 캐나다 측 나이아가라 폭포의 관광객 수가 연간 1천2백만~3백만 명이라면 미국 측 관광객 수는 약 8~9백만 명 가까이라고 한다. 우리같이 미국과 캐나다 쪽 나이아가라 폭포를 동시에 관람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므로 딱히 구분하기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연간 2~3천만 명의 관광객이 나이아가라 폭포를 찾는다고 하니 대단한 관광자원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관광 수입면에서 캐나다 측이 승리인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보면 특별한 산업이 없는 캐나다로서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관광산업화하는데 미국보다 훨씬 더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나는 캐나다 측에서 만든 시닉 터널(Scenic Tunnel)을 걸으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굳혔다.

2023년 기준 한국인들의 캐나다 방문객 수는 13만여 명 정도였고 2025년에는 23만여 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중 나이아가라 폭포 방문객은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므로 한국인들도 캐나다 측에 상당한 관광수익을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미국 측 유람선


캐나다 측 유람선


남편이 선실을 지키고 있었으므로 나도 남편 옆에 앉아 사람들이 물폭탄을 맞으며 괴성을 지르고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멀찍이 바라만 보았다. 직접 뛰어들지 않고 멀찍이서 바라보면 사람들의 행동이 이상하게 보일 때도 있다(보현 생각). 물론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여기까지 와서 선실에 가만히 앉아있는 우리 부부가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겠지만...


시티크루즈를 타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바라보는 관람객들


하지만 노란 비옷을 입고 시닉 터널로 들어가자 강력한 물줄기의 습격을 피할 수 없었다. 쏟아지는 물보라를 맞고 보니 통쾌한 무엇인가가 있긴 했다.

시닉 터널은 1902년 캐나다 측에서 폭포 옆면의 절벽을 따라 만든 지하 터널로서 공식 명칭은 “Journey Behind the Fall ”이라고 한다. 이름 그대로 나이아가라 폭포 바로 밑까지 내려가 폭포의 웅장함과 굉음을 지척에서 느낄 수 있었으니 참으로 귀한 경험을 한 셈이었다.


시닉 터널에서 본 나이아가라 폭포


이곳에서는 폭포를 향해 돌진하는 관람선의 모습이 훨씬 더 잘 보였다. 마치 일엽편주로 거인의 아가리로 돌진하는 오디세우스를 보는 것만 같았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짜릿한 모험을 즐기는 마음도 있는 것 같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향해 돌진하는 시티크루즈선


그런데 폭포 가까이 접근해 엄청난 물줄기에 압도되는 것보다는 테이블 락 전망대에서 나이아가라 폭포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더 내게 맞았다. 엄청난 물들이 몰려와 아래로 푹 떨어지는 모습, 말밥굽의 모양이 제대로 보이는 모습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전망대에 서서 이 모습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테이블 락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말발굽 폭포


이곳 공원에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형성과정과 세월의 흐름에 따라 침식이 일어나면서 폭포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나타내는 설명문과 지형도가 걸려있었다.

설명문에 의하면 나이아가라 협곡은 4억 년 전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곳 지형을 이루는 암석인 석회암, 사암, 세일 층은 이곳이 열대바다로 덮여있던 수백 만 년에 걸쳐 만들어졌다고 한다. 약 2만 3천 년 전, 마지막 빙하기였을 때 위스콘신 빙하로 알려진 2킬로미터가 넘는 두께의 얼음판이 이 땅을 덮고 있었고 해빙기가 와서 빙하가 녹으면서 움푹 들어간 땅에 빙하의 녹아내린 물이 가득 차면서 오대호가 형성되었다. 빙하용해수가 흘러내리면서 나이아가라 강이 형성되었고 나이아가라 폭포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지난 12,500년 동안 나이아가라 강의 침식은 계속되어 현재의 모습을 이루었다고 한다. 지구는 살아 숨 쉬고 있고 물의 힘은 세다는 것을 테이블 락 전망대에서 실감하였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침식 모습


나이아가라 폭포의 물줄기가 흘러 모여 생기는 월풀도 물의 힘이 만드는 침식과정을 보여주는 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이아가라 강이 만든 월풀


캐나다 측 나이아가라 폭포 구경 중 가장 나의 마음을 끈 것은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Naiagara-on-the-lake) 시내를 유유자적 산책한 것이었다.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는 온타리오 호수와 나이아가라 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는 작은 마을로서 캐나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소개되는 곳이다.

이곳에는 영국 빅토리아식 건축물들과 마차, 깃발, 상점들이 19세기의 모습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퀘벡이 프랑스 도시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면 이곳은 옛 영국 도시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이곳이 빅토리아 시대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이유는 예전, 이곳이 어퍼 캐나다(Upper Canada)의 수도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1763년 영국이 프랜치 인디언 전쟁에서 승리하여 프랑스 식민지를 빼앗으면서 이곳을 어퍼 캐나다로 하고 퀘벡을 로우 캐나다(Lower Canada)로 나누면서 이곳에는 주로 로열리스트인 영국계 이민자들이 많이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후일 어퍼 캐나다의 수도는 요크(오늘날의 토론토)로 옮겨가게 되었지만 아름다운 영국풍 건축물과 거리는 고스란히 보존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곳은 매년 여름마다 쇼 페스티벌(Shaw Festival)이 열려 캐나다 예술 공연의 중심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단다. 또한 이곳은 나이아가라 와인 벨트에 속해있으며 특히 아이스와인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에 들어서자 아름답고 고즈넉하며 우아한 거리 모습이 단박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비가 조금 뿌렸으나 위협적일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는 각자 흩어져서 퀸 스트리트의 양 옆에 펼쳐져있는 엔틱숍, 베이커리, 서점, 티룸, 예술품 상점, 박물관 등을 기웃거리며 자유시간을 가졌다.


퀸 스트리트의 아름다운 모습


남편과 나는 다양한 초콜릿이 전시되어 있는 초콜릿 가게에 들어갔다. 초콜릿은 여행길의 남편에게 에너지 보충용으로 꼭 필요했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초콜릿을 샀다. 여행가방에 각지에서 산 초콜릿들이 차곡차곡 모였다.


160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Prince of Wales Hotel


쇼 카페 앤 와인 바(Shaw Cafe & Wine Bar) 앞 정원에 세워져 있는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동상이 이 도시의 특징을 대변하는 듯했다. 이 도시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해마다 여름이면 열리는 쇼 페스티벌(ShawFestival) 때문이라고 한다. 쇼 페스티벌은 버나드 쇼의 연극제를 말한다.

이곳과 버나드 쇼의 연극을 연계시키는 고리는 없는듯했지만 한 연극 애호가의 노력에 의해 이곳이 버나드 쇼의 연극 공연지로 유명해지게 되었다니 흥미로웠다. 1962년, 브라이언 도허티(Brien Doherty)라는 사람이 죠지 버나드 쇼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축제를 만들자는 취지로 이 도시에서 처음으로 공연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는 쇼의 작품이 캐나다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겼고, 19세기 풍의 이 고즈넉한 마을이야말로 쇼의 연극에 이상적인 무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특히 버나드 쇼의 사회 정의, 인간 존엄성, 풍자와 유머, 진보적인 정치의식의 연극이 캐나다의 다문화주의와 자유주의적 분위기와도 잘 맞는다고 생각하였단다.

그의 혜안이 맞아떨어져서 처음에는 단 2편의 희곡으로 시작한 쇼 페스티벌은 지역 정부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60년 넘게 유지되고 있고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북미 2위 규모의 연극 축제로 성장했다고 한다. 쇼 페스티벌로 인해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는 품격 있는 문화도시로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하니 한 사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얼마나 귀한지 실감이 되었다.

버나드 쇼의 동상을 바라보니 그의 유명한 묘비명이 떠오른다. “우물쭈물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 그가 이렇게 말한 바도 없고 그는 화장되어 자택의 정원에 뿌려졌기 때문에 묘비명도 없다는 것이 진실이다. 블랙 유머성 문장이 한국에서만 진실인양 퍼진 이유가 궁금하다.


쇼 카페 앤 와인 바(Shaw Cafe & Wine Bar)와 버나드 쇼의 동상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의 꽃시계도 이곳을 대표하는 명소라고 한다. 15,000~24,000그루의 카펫 플랜트와 계절별 초화류로 만들어진 꽃시계 앞에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꽃으로 가득한 이곳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의 꽃시계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의 중심가를 벗어나 온타리오 호수 가를 걸었다. 온타리오 호수는 오대호 중 가장 작다고 하지만 내 눈에는 바다처럼 광활하게 보였다. 호수 저 너머 토론토의 모습이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내일 우리는 저곳 토론토를 갈 예정이다.


온타리오 호수: 저 멀리 토론토가 보인다.


호숫가 공원에는 큰 나무들이 마음껏 자라 아름다움을 다투고 있었다. 특히 마로니에와 루브라 오크 트리가 눈에 많이 띄었다. 마로니에 열매가 가득 떨어져 있는 공원 길을 걷는데 내 마음이 그렇게 흡족할 수가 없었다.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는 다시 가보고 싶은 꿈길 속 같은 아름다운 동네였다.


마로니에 나무와 루브라 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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