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잘 갈 수 있겠지?”

우당탕탕! 초보 임보자 일기

by 삶예글방



임시보호가 결정되고 고작 일주일. 일주일 만에 미키를 맞이할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다.




우리 집에는 강아지가 없었기에 모든 용품을 사야만 했다. 사료, 켄넬(이동장), 쿠션, 목줄, 리드줄, 배변 패드, 식기 등. 머릿속에 굵직한 것들이 떠올랐고 하나씩 스프레드시트에 써 내려갔다. 그렇지만 무언가 놓칠 게 분명하기에 초록창에 ‘임시보호 준비물’을 검색해 도움을 받아 보기로 했다. 필수 준비물을 비롯해 추천 제품, 경험에서 우러나온 정보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 중에서도 아이의 사이즈가 정확하게 필요한 물품들은 데리고 온 다음에 사도 늦지 않는다는 말이 눈에 띄었다. 그렇다. 그 문장이 유난히 크게 보였다는 것은 미키의 사이즈를 모르겠다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겠어! 나는 물품을 사야 하는걸. 아무튼 얻은 정보들을 토대로 시트에 필수용품, 위생용품, 먹거리, 장난감으로 나눠 사야 하는 물품들을 쫘악- 적은 다음, 남편과 나눠서 괜찮은 제품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우리의 고민도 깊어졌다.





첫 번째 고민, 사이즈가 미듐(M)인가, 라지(L)인가.


미키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견종(이라고 쓰고 믹스라고 읽는다)이다. 미키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3살, 몸무게 7.7kg, 미키마우스를 닮은 얼굴과 ‘치명적인’ 숏다리, 그리고 기─────인 몸이다. 그러다 보니 상세 설명에 나와 있는 권장 몸무게로만 보고 제품을 구입하기에는 망설여지는 것이 몇 가지 있었다.


켄넬(이동장), 목줄, 하네스가 그러했는데, 그중에서도 하네스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물론, 상세 페이지에 권장 몸무게가 나와 있었지만, “권장 몸무게는 이해를 돕기 위한 수치로 상세 사이즈에 맞추어 구매 부탁드립니다.”는 문구가 우리를 망설이게 했다. 몸무게로만 보면 라지 사이즈인데 목과 가슴둘레가 관건이었다. 그래서 우선 목록에 적어는 놓고 둘이 계속 “맞겠지?”, “안 맞으면 어쩌지?”, “미키 오면 치수 재보고 살까?”, “근데 데리러 간 날 필요할 수도 있잖아.”라는 말만 도돌이표 마냥(마치 도르마무) 반복했다. 흠, 아마 제3자가 봤으면 답답해서 속이 터졌을 수도?


결국 고민 끝에 구입하긴 했지만, 그 끝엔 ‘미키가 온 다음에 살걸. 그때 구입해도 충분했는데...’하는 후회만 남았다. 쉼터에서 바로 켄넬로 옮겨서 왔기도 했고, 무엇보다 하네스 가슴둘레가 커서 약간 헐렁거렸기 때문이다. 역시 경험자의 말을 들었어야 했나 보다.





두 번째 고민, 안전줄까지 꼭 사야 하는가?


임보처에서 하네스(혹은 목줄)가 풀려서 아이들이 유실되는 경우가 잦아 여러 단체에서 산책 시 꼭 이중 리드줄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렇기에 목줄과 하네스에 연결할 리드줄을 2개 사기로 했는데, 내 머리 속에서는 ‘그럼에도 미키를 잃어버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만약에 자동차나 오토바이 경적에 놀라서, 혹은 신나는 마음에 줄 당김이 심해져 컨트롤이 안 되면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와 같은 걱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점점 불안해졌다.


그래서 찾게 된 것이 바로 하네스와 목줄을 연결해 주는 ‘안전줄’이었다. 보자마자 ‘그래! 이거야! 여기다가 리드줄도 두 개를 쓰면 미키를 잃어버릴 일이 없겠는걸?’ 싶었고 바로 남편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 들어 봐. 만약에 하네스나 목줄이 풀릴 수도 있잖아.”

“응, 그럴까 봐. 리드줄 이중으로 착용하기로 했잖아.”

“아니, 아니. 들어 봐. 그래도 줄이 풀려서 미키를 잃어버릴 수도 있잖아. 그러면 안 되니까 안전줄도 사자.”

“음... 이중 리드줄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이것도 사자고?”

“아니, 혹시 모르잖아. 만약에...”

“...마음은 알겠는데, 사더라도 좀 천천히 해도 되지 않아?”

“아냐, 이왕이면 한 번에 사면 좋잖아!”



결국 지독한 만약에무새의 승리(?)로 안전줄까지 사게 됐다. 아무렴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인걸! 덕분에 미키는 3개월 동안 안전하게 산책했으니 그거면 된 거다. (합리화 같겠지만 맞다.)


그렇게 물건을 하나 둘 사다 보니 어느덧 미키를 만나는 날이 됐다. 원래는 운전자인 남편 뒷자리에 미키를 태우고 내가 그 옆에 앉아서 오려고 했으나, 겸사겸사 이동 봉사까지 하게 되어서 계획이 바뀌었다. 미키가 있는 곳에서 집까지, 약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동을 해야 하니 미키가 불안해하지 않게끔 켄넬의 방향만 내가 보이는 쪽으로 돌리기로 했다.


몇 가지 안내를 듣고 나니 미키가 안에서 나왔다. 보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짧은 다리가 왜 그렇게 귀여운지 나도 모르게 “어머머... 세상에 너무 귀여워...”만 몇 번을 말한지 모르겠다. 내가 앞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미키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잔뜩 겁을 먹은 눈치였다. 미키에게 인사도 건네어 보기도 했지만, 그저 두려움에 덜덜덜 떨기만 했다. 이 상태로 긴 시간을 이동해야 한다니 어쩐지 쉽지 않을 것만 같았다.



“미키야, 우리... 집에 잘 갈 수 있겠지?”

미키가 차에 탄 지 얼마나 되었을까 곧이어 함께 이동할 두 친구가 도착했다. 동배들과 함께 구조된 아이들이었는데 태어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역시나 눈빛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


“애들아, 안녕? 겁먹지 않아도 돼. 진짜루!”


겁먹지 않아도 된다고 인사를 건네어 보았으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마도 이 상황이 무척이나 낯설어서 그렇겠지. 미키를 포함해 이 세 친구의 긴장을 조금이나마 풀어 주곤 싶었지만 자그마치 2시간을 이동해야 했기에 곧바로 출발해야만 했다. 시간이 늦어져 차가 막히게 되면 아이들이 더 힘들 테니까.


“근데 말이야, 켄넬이 막 흔들리진 않겠지?”

“아까 확인했잖아.”

“그래도 한 번만 더 보자. 멀미하면 큰일 나.”


이동 중에 켄넬이 심하게 덜컹거리거나, 흔들리게 되면 멀미를 할 수 있기에 아이들의 켄넬이 안전하게 잘 놓여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했다. ‘200km가 넘는 거리를 무사히 잘 갈 수 있으려나.’ 하는 걱정이 한 가득이었다.


“자, 이제 출발한다. 아이들 상태 어떤지 잘 봐줘.”

“응, 속도 줄여서 천천히 가자. 아! 창문도 살짝 열고. 음악은 좀 졸릴 수 있겠지만, 일단 강아지가 좋아하는 걸로 틀게. 이게 편안해지는 음악이래.”


우리의 걱정 어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키는 출발과 동시에 아래에 깔아 놓은 배변 패드를 밀기 시작했다. 괜찮다고 아무리 말해도 그 아이에게는 닿지 않았다. 편안했으면 하는 마음에 틀어 놓은 음악도 소용이 없었다. 초조한 마음에 ‘아아아아, 이게 효과가 없다니! 그럼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뭐가 있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그 어떤 답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출발한 지 20분도 채 안 됐을 무렵, 결국 일이 터졌다.


“어어어... 안돼애애애애애......”

“왜? 왜? 무슨 일이야?”

“미키가...... ㅌ... 토.........”

“......뭐?”



그렇다. 미키가 토를 했다.


정말이지 그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동 거리가 길다 보니 ‘멀미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긴 했는데, 이렇게 빨리? 아아아아아, 우리 갈 길이 멀단 말야! 갑자기 눈 앞이 캄캄해지는 그 상황에 정말이지 울고 싶다가도, 미키를 보면 그저 그럴 수밖에 없던 그 아이가 안쓰러웠다.


한 편으로는 우리 집은 왜 이렇게 먼 것인가 싶기도 하고. 이럴 때, 순간 이동이 있었더라면 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집에 도착할 때까지 켄넬 문을 열어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동 과정 중에 아이들이 유실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이것은 꼭 지켜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침에 먹은 것을 모두 비워낸 미키는 자신의 몸에 그것이 닿지 않게 배변 패드를 한쪽에 몰아 놓고 켄넬 뒤편에 앉았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이번에는 다른 아이가 멀미를 했다. 이미 미키가 한 번 토를 한 상황이었기에 오히려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만, 한 번 했다고 해서 멀미를 또 안 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그게 좀 걱정됐다. 이미 먹은 것을 다 비워낸 상태일 테니 한 번 더 한다면 위에 부담이 갈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의 마음을 아이들도 아는 건지 정말 다행스럽게도 더 이상의 토는 없었다.

(휴우... 얘들아, 사랑해! 고마워!)


이동 봉사까지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어느덧 해가 다 저물었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아직 할 일이 남았으니... 바로 미키를 씻기고 켄넬을 닦는 것! 오자마자 목욕 당첨이라니 미키에게는 미안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특히, 미키가 드라이기만큼은 온 몸으로 거부했기 때문에 털을 말릴 때가 가장 마음이 쓰였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감기에 걸리면 안 되는걸.


그렇게 간신히 뽀송뽀송하게 말리고 나니 미키가 한껏 억울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데, 어쩐지 친해지기는 쉽지 않을 것만 같았다. 미키가 싫어하는 걸 다 했으니 얼마나 우리가 밉겠는가. 솔직히 나 같아도 그럴 텐데.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사죄의 마음을 담아 준비해 놓았던 간식을 꺼내 슬쩍 건네어 보았다. 거부당할 것을 각오하고 말이다.


근데 웬걸, 바로 먹는 게 아닌가! 아니, 세상에! 이걸 바로 먹어 준단 말이야? 이유가 뭐가 되었든 너무 고맙기도 하고 기뻤다. (솔직히 신나서 방방 뛰고 싶었는데 첫 만남에 미키 놀랄까 봐 참았다. 후...)


“미키야, 우리 친해지는 거... 나 좀 기대해 봐도 될까?”







도라 작가소개 최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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