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임시보호 해 볼까?”

우당탕탕! 초보 임보자 일기

by 삶예글방


나를 만나기 전부터 ‘랜선 집사’의 길을 걷고 있던 남편 덕분에 같이 밥을 먹을 때나, 아무런 생각 없이 소파에 앉아 쉴 때면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 유튜브를 보는 게 일상이었다. 그중에서는 우리가 늘 “선생님... 영상 더 주세요... 너무 짧아서 현기증 나요...”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는 채널들이 두세 개 정도 있는데, 거기서 임시보호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때 처음으로 임보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그 영상을 보며 남편과 둘이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우리도 임시보호를 해 보자는 이야기를 지나가듯이 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땐 몰랐다. 그로부터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우리가 임보를 하게 될 줄은.






그 이야기를 나눌 당시만 하더라도 둘 다 출퇴근으로 긴 시간 동안 집을 비우기도 했고, 무엇보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할 수 없던 집이었기에 사실상 불가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이사를 하게 된 집에서는 반려동물과 같이 지낼 수 있었으며, 남편은 재택근무를, 나는 프리랜서로 일을 하게 되어 하루 중 대부분을 집에서 보냈다. 드디어 임시보호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아, 그렇다고 해서 그런 환경이 딱 조성되었을 때부터 “오, 좋아! 우리 그때 말했던 것처럼 임시보호 해 보자!”라고 했던 건 진짜 전혀 아니었다. 그저 늘 그랬듯이 별생각 없이 인스타그램을 들락날락하다가 우연히 임보 하는 다른 분의 글을 보게 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사진 속 아이가 너무 귀여웠던 나는 그대로 폰을 들고 남편에게 찾아갔다.


“어머! 이거 봐. 너무 귀엽지?”

“그러네.”

“아... 뭐야, 영혼 1도 없어.”

“... 우리도 이분들처럼 임시보호 해 볼까?”

“어......?”

“우리 둘 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잖아. 길게는 어렵지만 짧게 해 봐도 좋지 않을까?”

“오? 그치? 그럼 내가 한 번 찾아볼까?”

“그래. 나도 같이 찾아보긴 할게.”

“좋아!”


그렇게 나는 남편의 한마디에 곧바로 포인핸드, 인스타그램을 뒤적이며 임보처를 구하는 아이들을 찾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가 임시보호를 할 수 있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서 3개월 정도의 단기 임보만 가능했는데, 마침 겨울을 앞두고 여러 구조 단체에서 단기 임보처를 구하는 글들이 많았다. 미키가 소속되어 있던 곳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사진 속에서 미키를 본 순간, 나는 이 아이 아니면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미키에게 푹 빠져 버렸다. (이건 마치 폴인럽...)


나는 미키 아니면 안 된다고, 무조건 미키여야만 한다고 남편에게 미키 사진만 몇 번을 들이댔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섣불리 임보 신청 의사를 밝히진 않았다. 그 이유는 둘 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이번이 진짜 처음이었고, 나 같은 경우엔 어릴 적에 강아지와 함께하긴 했으나 실내에서 지낸 건 또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게 맞았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우리는 경험이 없는 둘이 이 아이를 과연 잘 돌볼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렇게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임시보호 이야기를 계속 찾아보며 짧은 기간일지라도 이 아이의 가족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배변이나 분리불안 훈련 등 실내 생활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평생 함께할 가족을 만날 수 있게끔 활발하게 입양 홍보를 할 수 있을지 며칠을 고민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임시보호를 하기로 말이다. 그 결정이 서자마자 우리는 미키가 소속되어 있는 단체에 아이 임보가 가능한지 문의했다. 그렇게 우리 셋, 만남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 그리고 우리에게 돌아온 답변은...


“미키 임시보호 가능합니다.”

나이스! 미키 임시보호가 가능하다니! 그 한마디만으로도 기뻤지만 임보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고 해서 임시보호가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단기간 내에 임보 중단이나 취소 등 여러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 첫 번째로 임보 가능 여부는 확인했으니 이제 신청서를 작성해야 했다. 여기서는 단체에서 모든 신청자를 만날 수는 없는 만큼 신청서에 적힌 질문들에 자세하게, 솔직하게 답을 써 내려가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다 보니 우리는 이 단계에서부터 역할을 나누기 시작했다. 가끔 TMI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구구절절 글을 쓰는 내가 신청서를 작성하되, 카톡은 실시간으로 재깍재깍 확인하는 남편이 단체와의 소통을 맡기로 했다. 흠, 이렇게 보니 우리 좀 환상의 팀 같기도?


신청서는 기본 질문 사항, 반려동물 경험 및 신청 동물 관련 항목, 임시보호 종료와 유실 관련 항목 및 필수 점검 사항, 이렇게 3가지로 나뉘어 있는데, 두 번째 항목은 글로 써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아이를 임시보호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나, 임보를 신청하기 전에 고민되거나 걱정되었던 것은 무엇인지, 짖음이나 하울링으로 인해 이웃으로 민원이 들어오게 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고심하여 답을 썼던 것이 짖음이나 하울링으로 이웃으로부터 민원이 들어오는 상황에 관한 질문이었다. 밤낮없이 들리는 윗집의 노랫소리로 괴로웠던 적이 있었기에 ‘진짜 그러면 어떡하지?’하고 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었다. 미키는 단체 생활을 하고 있어 분리불안 여부를 알 수 없기도 했고, 환경이 바뀌면서 아이 성향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만일의 상황을 대비할 필요는 있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이웃에게 모든 상황을 설명하여 최대한 양해를 구하되 그보다 먼저 짖음, 하울링 훈련을 하자는 것!


먼저 우리가 블로그나 카페, 유튜브에 훈련사분들께서 올려 주신 교육 방법으로 시도해 보고 그럼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방문 교육 훈련을 받기로 했다. (그렇지만 미키가 우리 집에 머무는 동안 놀라서 한두 번 짖는 거 빼곤 보지 못했기에 우리는 민원을 단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초보 보호자였던 우리는 결국 다른 이유로 방문 교육 훈련을 받긴 했다. 근데 그건 우리가 부족해서였다. 미리 말하지만 미키 잘못 아님!)


그렇게 모든 질문에 답을 적어 제출하면 심사가 진행되는데 이때 몇 가지 질문을 추가로 받게 된다. 우리는 열 가지 이상의 질문을 받았고 그중 여전히 기억에 남는 것이...


“미키는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고 해요. 옆에 계속 붙어있으려 하거나 보호자님들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였다. 하, 세상에?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니! ‘너무’라니! 진짜 ‘너무’라는 이 단어가 그렇게 귀엽게 느껴질 수 없었다. 아니, 이게 이렇게 귀여운 표현이었다고? 나는 정말로 이 문장을 보았을 때부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무슨 애가 이렇게 귀여워요? 주책은 여기까지 하고 아무튼, 애착이 강해지면 분리불안이 생길 수도 있었던 만큼 우리는 고민 끝에 이렇게 답을 적어 제출했다.


[미키 혼자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 나가되 홈캠을 설치해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겠습니다. 또한, 보호자와 떨어져 있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분리 수면을 실시하겠습니다.]


이렇게 추가 질문에 대한 답까지 전달하면 단체에서 최종 심사 후에 결과를 안내해 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쥐어진 합격 목걸이. “아싸!!!!!!!!!!!!!!! 나 미키 만난다!!!!!!!!!!!!!!!!!!”하는 기쁨도 잠시 우리는 고작 일주일 남짓한 시간 안에 미키를 맞이할 모든 준비를 끝내야만 했다. 우리 집엔 강아지 용품이 하나도 없는데! 으아!!!!!!!!



우리, 미키 잘 맞이할 수 있을까?



도라 작가소개 최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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