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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원PD Nov 16. 2020

샌프란시스코와 파리를 달리다

세상은 운동장, 막힌 세상은 더 넓은 통로

세상이 막혀버린 시대, 그러나 달리기는 멈추지 않는다.

코로나19로 모여서 대회를 치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진 날들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득하다.

그럼에도 오늘도 달리는 걸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위한 러닝은 여전히 이어진다.


한편에서는 다 같이 모여 달리던 시대를 그리워하며, 안타까움을 털어놓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긍정적 요소를 찾는 이야기와 시도들이 끊이질 않는다.


2020년, 안식년과 함께 당초 계획했던 미국 서부 여름 여행은 처절하게 무산됐다.

많은 걸 기획하고 해보고 싶었던 반년 간의 시간은 대부분 확진자 숫자를 먼저 확인하며 시작했다.

여러 가지 계획 가운데 하나였던 해외 마라톤 출전, 가족여행까지 무너진 상황에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만들어 가더라는 거.

소소하게는 매일 쓰는 어플에서도 각종 유명 세계 마라톤 대회를 함께하는 보상을 제공하더라.

러닝 어플에서 주는 작은 배지가 큰 의미로 다가오는 건 이 시대, 달리는 모두에게 비슷한 상황일 터.

이러한 기획들은 비대면 달리기의 시대에 작은 목표로 함께하며 우리의 달리기를 좀 더 아름답게 한다.

단출하게 어플을 통해서 세계적인 마라톤 대회 기간을 기념하는 노력만 있는 건 아니다.

직접 그 대회를 참가하게 만드는 비대면 레이스도 활성화된 상황, 늘 이런 도전과 희망이 절망을 넘어선다.


올여름에 가기로 계획됐던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10k 마라톤은 올 시즌 마지막 대회로 참 적절했다.

이미 첫 하프마라톤을 시카고 대회로, 또 10k 최고 기록을 경주마라톤 대회로 수립했던 2020 시즌.

이 모든 도전이 펼쳐졌던 우리 동네, 대구에서 마지막 대회인 샌프란시스코 마라톤으로 주말을 채웠다.


세계인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시대에, 모두가 함께하는 이런 대회의 시간은 소중하다.

빠르고 느린 것, 기록이나 성적, 순위 같은 것들은 큰 의미 없다. 그저 달리는 모두의 시간이 가치 있을 뿐,


궁극적으로는 한 번쯤 달려보고 싶은 세계 여러 나라의 훌륭한 코스들.

또 한 번쯤은 다 같이 만나 같이 뛰어보고 싶은 사람들.

언제 가는 다시 함께 뛸 날을 기다리며. 지금의 어두움 속 끝자락에서 만날 새로운 출발점을 기다리며.

오늘도 아침 운동을 나선다. 혼자만의 길, 같이 달리는 시간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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