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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Dec 09. 2017

Pet Sounds

멜로딕 하모니의 바이블



[Pet Sounds]는 매우 정교하게 프로듀스 된, 그리고 충격적일 정도로 관습을 배제한 교향곡이라 불러도 좋을 만한 앨범이었다 (…) 이 앨범은 모든 면에서 팝 음악의 첨단이었고, 가능하다고 생각한 모든 영역을 최대한 밀어붙인 작품이었다.
래리 스타(<미국대중음악>(한울), P.343)


60년대 초 비치 보이스는 3년 동안 정규앨범 아홉 장을 발표했다. 짧고 굵었던 그 활동은 바다, 자동차, 태양, 여자, 서핑을 노래한 서퍼 뮤직 붐을 일으켰다. 하지만 팀의 브레인 브라이언 윌슨에게 유행과 인기는 음악적 재갈이었다. 60년대 중반 그는 비틀즈의 [Rubber Soul]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고 자신이 빠진 비치 보이스가 일본 투어를 떠난 사이 [Pet Sounds]라는 팝의 고전을 유능한 카피라이터 토니 애셔와 함께 두 달 만에 완성했다. 비치 보이스의 부재가 비치 보이스의 걸작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것은 누가 떠밀어 된 일이 아니었다. 마치 자연의 섭리처럼 낮 다음엔 밤이,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해가 지면 달이 뜨는 것과 같은 결과였다. 65년 브라이언의 머리 속은 이미 [The Beach Boys Today!]에서 들려준 두 곡 ‘Please Let Me Wonder’와 ‘Kiss Me, Baby’의 정서로 가득했다. [Pet Sounds]의 예고편이었다.



브라이언 윌슨은 자신에게 예술적 흥미와 자극을 준 [Rubber Soul]의 모든 곡, 특히 전체가 한 곡 같은 앨범의 압도적 통일감과 파격적인 사운드에 큰 영감을 받았다. 그는 자기 말대로 이 앨범과 사랑에 빠졌다. 66년 브라이언은 끝내 로네츠의 ‘Be My Baby’를 작곡, 프로듀싱 한 필 스펙터와 자신을 음악의 길로 이끌어준 조지 거쉰을 한데 묶었다. 말 그대로 ‘눈을 감으면 더 많이 보이는 영적인 차원’을 음악으로 구현한 것이다.


[Pet Sounds]는 혹자의 표현대로 ‘흥겹지만 고통스러운’, 그러면서 깊이 있는 복층 사운드의 결정체였다. 하지만 팬들은 비치 보이스의 변신을 거부했다. 소속 레이블이었던 캐피톨 레코드도 [Pet Sounds] 홍보에 소극적이긴 마찬가지였다. 브라이언의 송라이팅 파트너 마이크 러브 역시 비치 보이스의 음악 혁명에 완강히 맞섰다. 이유는 브라이언의 아버지 머리 윌슨(Murry Wilson)과 같았다. 비치 보이스 답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완벽한 팝 앨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당시 브라이언의 강박은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세월은 [Pet Sounds]의 편이었다. 역사는 브라이언 윌슨을 둘도 없는 천재로 기록했고 [Pet Sounds]는 그야말로 ‘클래식 음악을 향한 팝의 회답’으로 여겨졌다. 그것은 정신 집중을 요하는 거의 최초의 팝 앨범이었다. 라디오헤드의 ‘No Surprise’에 큰 영향을 준 ‘Wouldn't It Be Nice’는 클래식에서 쓰는 리타르단도를 가져왔고 ‘Here Today’에선 바흐의 숨결을 훔쳐왔다. 버릴 곡 없는 이 작품에서 브라이언은 마지막 곡 'Caroline, No'에 자신의 마음을 주었다. 이곡의 진짜 제목은 'Carol, I Know'였다.


미국 음악학자 래리 스타의 말처럼 비치 보이스는 “로큰롤의 새로운 스타일이 지닌 잠재력”이었고 브라이언 윌슨은 혁신적 연주자이자 작가, 프로듀서 역할을 성공적으로 통합시킨 뮤지션들의 롤모델이었다. 그러나 [Pet Sounds] 이후 브라이언은 조금씩 광기에 빠져든다. 2015년 개봉한 윌리엄 포래드의 'Love & Mercy'에서 우린 그 정황을 목격했다.


 

'Love & Mercy'는 [Pet Sounds]의 스튜디오 제작 과정 전반과 비틀즈의 [Revolver]에 한 번 더 충격 받은 브라이언이 창작욕을 불태운 [SMiLE] 발매가 엎어진 경위, 그리고 비열한 주치의 유진 랜디(Eugene Landy)와 아름다운 구세주 멜린다 레드베터(Melinda Ledbetter)가 브라이언의 인생에 어떤 식으로 관여했는지를 두루 보여준다. 또한 아코디언, 프렌치호른, 클라리넷, 색소폰, 첼로의 기악 편성(‘God Only Knows’)과 머리핀으로 피아노 줄을 튕기며 곡 인트로를 만드는 모습('You Still Believe in Me'), 바하마 제도 민요에서 영감 받은 ‘Sloop John B’ 뮤직비디오를 그대로 재현하는 등 ‘Love & Mercy’는 20명이 넘는 베테랑 세션맨들과 브라이언이 오르간, 하프시코드, 플루트, 테레민을 동원해 ‘3성부 찬송가’를 만드는 모습을 매우 감동적이고 효율적으로 그려냈다. 서프 록커 시절에도 유효했던 발군의 멜로딕 화음은 그 덤이다.



[Pet Sounds]는 폴 매카트니(“[Pet Sounds]는 누구도 뛰어넘을 수 없는 완벽한 고전이다”)와 에릭 클랩튼도 극찬했다. 위저(Weezer)의 리버스 쿼모는 브라이언 윌슨을 가장 흠모하는 멜로디 메이커로 공공연히 인정하고 다녔다.

이후 [Pet Sounds]에 결정적 영감을 준 비틀즈는 역으로 [Pet Sounds]로부터 결정적 영감을 얻어 희대의 명반 하나를 남기게 되니 바로 [Sgt.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다. <롤링 스톤> 선정 ‘베스트 500’에서 이 앨범과 [Pet Sounds]는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비틀즈를 조련했던 조지 마틴은 “[Sgt. Pepper’s…]는 [Pet Sounds]에 견주기 위한 시도였다”고 말했다.


[Pet Sounds]는 브라이언 윌슨 영혼의 한 조각이었다. “노래를 레코딩 했다면, 그것은 자기 삶의 한 부분이 된다”는 솔로몬 버크의 처럼 브라이언의 가장 사적인, 동시에 가장 공적인 팝 역사의 꼭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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