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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un 17. 2021

[헌정/리메이크 앨범 6] 싸이, '십팔'번을 부르다

싸이 [PSY싸이 reMAKE & MIX 18번]


[reMAKE & MIX 18번]은 싸이가 3집(2002)을 내고 3년 뒤 다리쉼 차원에서 낸 앨범이다. 당시 싸이는 '새'와 '챔피언'으로 스타덤에 올라 있던 때였다. 음반 콘셉트는 제목 그대로 싸이 자신의 애창곡들(18번)을 다시 부르고 뒤섞어(Mix) 새로 만든(Remake) 것이다. 제목에 포함된 '18(십팔)번'은 과연 싸이다운 농담으로 과거 앨범 제목, 가령 3집의 '쌈마이'나 이후 앨범 제목 예컨대 6집의 '육갑'과 통하는 비속어 연작(?)에 속한다. 태생부터 세상이 불편해하고 스스로도 세상을 불편해한 그의 데뷔작 제목이 '싸이코 세상에서 온 싸이!(Psy From The Psycho World!)'였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선곡에선 80~90년대 곡들이 대부분이지만 전인권 버전으로 유명한 '사노라면'은 1966년 쟈니 리가 부른 '내일은 해가 뜬다'가 원곡이므로 곡들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허나 무슨 이유인지 이 곡은 앨범 속지에서 '작자미상'으로 되어 있는데 잘못된 정보다. '내일은 해가 뜬다'는 한때 패티 김과 부부 연을 맺었던 길옥윤이 작곡하고 김문응이 노랫말을 쓴 곡이다. '사노라면'은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에 삽입되기도 한 '챔피언'과 더불어 작품에서 가장 헤비하게 편곡된 넘버이기도 하다. 이렇게 수록된 곡은 모두 16트랙. 단, '첩보'란 이름표를 단 'Skit' 두 트랙과 셀프 리메이크 한 곡들(익스트림(Extreme) 3집 곡 'Rest In Peace'를 샘플링 한 'Life'와 '챔피언')을 빼면 실제 싸이가 다시 만들고 부른 '다른 사람' 것들과 이 앨범을 위한 오리지널 곡들은 12트랙으로 보는 게 맞다.



모든 곡을 밴드 연주로 녹음한  앨범은 레코딩만 10곳에서 감행, 믹스에는 4명이 붙은(정규작이 아님에도)제법 정성을 들인 결과물이었다. 넥스트의 '도시인'이나 강승원의 '서른 즈음에',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 정도는 원곡을 크게 훼손하지 않았지만 나머지엔 싸이 스타일의 랩을 얹고 비트도 비틀어 나름 인테리어 공사를 거쳤다. 여기서  벌스는 싸이 본인이 쓰고 주요 보컬 멜로디와 코러스는 원곡에 따른다.  앨범이 세운 일종의 리메이킹 원칙인 셈이다. 가령 김현식의 '사랑했어요'에서처럼  사이에 " 눈에 맺혀지는 눈물이여"라는 보컬 멜로디를 슬쩍 끼운  원곡의 코러스로 흘러가는 모습은  대표격이다. 반면, 사실상 앨범에 시동을 거는 정수라의 '환희' 경우엔 브라스와 코러스에만 따로 6명을 투입해 '눈만 뜨면 편갈라 싸우는' 대한민국 정계를 풍자, 원래 곡의 정서를 완전히 바꿔버린다.  '환희'처럼 흥미로운 해석을 찾는다면  피디와 싸이가 함께 가사 쓰고   신촌블루스의 '골목길'에도 귀기울여보면 괜찮다.


[reMAKE & MIX 18번]은 어디까지나 리메이크를 표방한 음반이지만 오리지널 곡들도 있다. 90년대 초반 국민적 인기를 누린 이휘재의 고전 코너 형식과 음악을 패러디 샘플링 한 '인생극장 A형, B형'(드러머 남궁연과 함께 했다)을 비롯해 싸이를 월드스타로 만들어준 '강남스타일' 공동 작/편곡자 유건형의 '아버지', 그리고 싸이의 자작곡 '벌써 이렇게'까지 네 곡이다. 특히 '벌써 이렇게'를 적시는 쓰라린 낭만은 이승기의 '누난 내여자라니까'를 만든 싸이가, 박선주와 함께 이상은의 명곡 '언젠가는'을 다시 부른 싸이가 방방 뛰는 통제불능 랩 댄스 뮤지션만은 아니라는 걸 들려주는 그의 음악적 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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