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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un 11. 2023

메모의 추천 6

* 소장 앨범을 들은 뒤 개인 SNS 공간에 해둔 짧은 기록들(잡설&인용)을 모아 한 번씩 공개하려 합니다. 공개는 자연스레 음악 추천으로 이어질 듯해 이 행위를 스스로는 "메모의 추천"이라 따로 불러봅니다.


메모의 추천 1

메모의 추천 2

메모의 추천 3 

메모의 추천 4

메모의 추천 5



Slaughter [The Wild Life]



투어를 거듭한 결과 사람들이 우리 라이브에서 원하는 두 범주를 알게 됐다. 하나는 'fly to the angels'나 'spend my life' 같은 소프트한 곡, 다른 하나는 하드하고 날선 맛을 지닌 곡들이다

다나 스트럼


그중 나는 AC/DC와 레드 제플린의 환영이 떠도는 이 앨범에서 전자(소프트한 곡들)에 드는 'days gone by'와 'real love'를 25년 전 대학 새내기 때 합주한 적이 있다. 어설픈 실력으로나마 드럼을 치면서 느낀 건 블라스 엘리아스(드럼)의 플레이가 매우 섬세한 프레이즈에 기반해 있다는 것, 마크 슬로터의 음역대는 장난이 아니었다는 사실(당시 우리 보컬이 정말 잘 불러주었던!), 그리고 단순 백킹에만 머물지 않던 다나 스트럼의 베이스 라인은 본 조비의 알렉 존 서치에 견줄만한 리드형이었다는 거다. 특히 'days gone by'는 같은 날(1991년 11월 24일) 세상을 떠난 프레디 머큐리와 에릭 카(Kiss의 드러머)를 추모한 노래로, 실제 곡 진행도 퀸을 닮아 있다. 나는 본작의 원투 펀치인 저 두 곡 외 'streets of broken hearts'도 즐겨들었는데, 이유는 역시나 다정한 멜로디와 편안한 비트로 엮어낸 서정미 때문이었다. 그 시절 [Stick It To Ya]로 이미 무서운 신인이었던 슬로터는 이 작품을 타고 데이비드 리 로스, 신데렐라, 래트를 넘어 포이즌, 워런트, 스키드 로우, 파이어하우스 등과 동급 글램 메탈 밴드로 날아올랐다.



Blur [13]



지구 팬들에게 'tender'와 'coffee & tv'를 선물하고 자신들은 미련없이 안드로메다로 떠나버린 블러판 'Kid A'



Sting [The Soul Cages]



앨범 만들기 전에 특별히 뭔가를 구상한 건 아니다. 몇 주간 하나씩 완성한 곡들을 모은 것 뿐. 그러니 콘셉트 앨범은 아닌 셈이다

스팅


전작 ["...Nothing Like The Sun"] 믹싱 중에 모친상을 치른 스팅은 반년 뒤 아버지까지 떠나보내고 만다. 때문에 어머니와 아내를 다룬 ["...Nothing Like The Sun"]은 결국 모친께, 아들과 아버지의 이야기를 엮은 [The Soul Cages]는 자연스레 부친께 헌정됐다.



Aerosmith [Get a Grip]



스티븐 타일러는 비틀스에게 '페퍼상사'가 중요했던 정도로 '겟 어 그립'이 에어로스미스에게 중요한 앨범이 될 거라고 했다. 그리고 LA의 한 클럽에서 유투를 들으며 단순히 '좋은 곡' 단위를 넘어선 앨범 차원의 '전진'을 목격한 조 페리는 자신들도 팬들이 아닌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어내리라 마음 먹었다. '퍼머넌트 베케이션' 이후 채우는 곡(filler)이 없는, 모든 곡들이 싱글 같은 앨범을 만들리라 다짐한 스티븐 역시 에벌리 브라더스나 비지스 마냥 지나치게 달달하단 이유로 꺼려온 화음까지 적극 구사하며 끝내 "모든 곡이 마음에 드는" '겟 어 그립'을 완성시켰다.



The Music [The Music]



"스톤 로지스, 레드 제플린, 프로디지의 에센스"로만 엮은 21세기 모던 사이키델릭 록의 진수.



Bob Dylan [World Gone Wrong]



28년 만의 포크 앨범 [Good As I Been To You]에 이은 밥 딜런의 '초심'을 담은 작품. 흥미로운 건 그의 음악적 스승으로 알려진 우디 거스리가 여기선 배제됐단 사실이다. 대신 이 프로젝트에 영향을 준 사람은 딜런의 여자친구였던 수지 로톨로의 동생이자 민요 연구가 앨런 로맥스의 조수로 일했던 로라 로톨로였다. 당시 로라는 미국 포크 음반 수집가이기도 했는데 젊은 딜런은 그런 로라의 소장반 중에서도 포크 연구가 해리 스미스가 엮은 [Anthology Of American Folk Music]에 큰 관심을 보였다. [World Gone Wrong]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발라드, 힐빌리, 블루스, 가스펠 등 흑인과 백인의 음악 유산을 망라한 해당 모음집과 50~60년대에 걸쳐 맹활약한 백인 가수들의 레퍼토리를 회상한 음반이다.



Elvis Presley [Elvis Presley] & The Clash [London Calling]




이 앨범에 없는 장르는 가스펠 뮤직 뿐 ...... 흑백 바탕 위 핑크와 그린의 조화는 그 자체 펑크(Punk) 이전의 펑크였다

[Elvis Presley] 오리지널 라이너 노트에서



Goo Goo Dolls [A Boy Named Goo]



크림, 블루 오이스터 컬트, 리플레이스먼츠, 롤링 스톤스, 프린스, 인엑시스를 동경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무명 밴드"의 다섯 번째 작품. 혹자는 유투의 [War], 밴 헤일런의 [1984], 너바나의 [Nevermind]에 버금갈 걸작 '아이(또는 아기)' 재킷 록 앨범이라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하긴, 내용물을 들어보면 꼭 호들갑으로만 치부할 일도 아니지만. 나 역시 'name'만은 고딩 때 귀에 달고 살았으니까 말이다.



Radiohead [Kid A]



멋진 앨범이에요. 만약 내가 열 다섯 살이었다면 줄곧 그 앨범을 들었을 겁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Bob Dylan [Time Out of Mind]



다니엘 라누아와 함께 음반 만드는 일은 내겐 큰 즐거움이다. 아마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곡 완성 후 녹음 전 어떤 사운드로 빚어내볼까 둘이서 이런저런 얘길 많이 나눴다. 내 앨범을 듣는 사람들 중엔 가사만 갖고 이러쿵저러쿵 비평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걸로 아는데, 이 앨범은 '음악'을 유심히 들어줬으면 싶다. 시(詩)를 분석하지 말고 연주 그 자체를 들어달라는 얘기다. 머리로 생각하는 대신 가슴으로 느껴주길 바란다

밥 딜런


다니엘 라누아는 80년대에 등장한 가장 위대한 음반 프로듀서다

<롤링 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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