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건반

역사를 만든 피아니스트

by 호림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피아니스트가 있다. 클래식의 변방이라고 할 베트남, 더구나 1980년에 미국과의 전쟁의 상처가 할퀸 베트남 청년에 대해 관심을 가질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주요 대회 입상 경력도 없이 참가 신청을 했기에 쇼팽 콩쿠르 관계자들은 무대에 세우는 데에도 이견이 많았다. 그렇지만 예선을 통과하고 거침없이 내달려 1위를 한 것이다.

베트남의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이 이렇게 쇼팽 콩쿠르 1위로 베트남인들에게 준 기쁨은 도쿄 올림픽에서 필리핀 최초로 금메달을 딴 여성 역도선수가 필리핀인에게 준 것에 비할 수 있을까. 당 타이 손은 이번 쇼팽 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고 제자들 또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1970년대의 한국도 클래식 변방이긴 베트남과 마찬가지였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2위를 하고 전 국민의 축하 속에 서울시청 앞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였던 정명훈도 기적의 주인공이었다. 이원숙 여사가 전쟁 통 피난길에도 손수레에 피아노를 싣고 간 일화는 유명하다. 자녀의 재능에 더해 정트리오를 키운 어머니의 열정이 이런 이변을 일으키는 힘이었을 것이다.

다음 콩쿠르에는 또 어떤 청년이 기적의 스토리를 만들지 지켜보겠지만, 아마도 이런 극적인 이야기들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영광의 의자는 어디선가 건반 위에서 땀 흘려 준비하는 소년 소녀의 몫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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