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시기이자 불신의 시기였다.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자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모두 천국으로 직행하고 있었고, 우리 모두 다른 방향으로 직행하고 있었다.
-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중에서
나른한 천국보다 다이내믹한 지옥을 택하겠다는 모험가들의 삶은 언제나 감동을 남긴다. 남극과 북극을 정복한 아문센은 나른한 천국에서 영웅의 칭호를 얻으며 살 수 있었지만, 결국 동료를 구하러 나선 길애서 동토에 영원히 잠들었다. 남극점을 밟지 못했고 풍랑 속에 길을 잃고 추위에 아우성 치는 부하들을 전원 생환시킨 어니스트 셰클턴은 영국의 영웅으로 다시 살아났다.
인류 최초는 언제나 빛나는 이름이다. 달에 발을 디딘 암스토통이 그렇듯. 에드먼트 힐러리에게 '경'의 지위가 붙은 것은 8848m의 지상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정복해서가 아니라 네팔의 원주민 세르파를 동반자로 인정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힐러리경은 텐징 노르가이와 동시에 발을 디뎠다고 함으로써 '최초'라는 이름에 두 명을 올리게 하는 최고의 인품을 보였다.
힐러리경이 왜 죽음을 무릅쓰고 산에 오르느냐는 인간세상의 아우성과도 같은 질문에 "산이 거기 있기에 오른다"는 싱거운 현답을 내놓은 건무심한 듯 버티고 있는 설악의 바위를 닮았다.
모두가 모험가들의 삶을 따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상에서 자그마한 일탈을 꿈꾼다. 때로 소박한 여행이더큰 울림을 줄 때가 있다.
동해의 일출은 맑은 날 이글거리며 눈부신 서광을 비추어 아름답다. 설악의 바위는 맑고 비바람 한 점 없는 평온 속에 있는 화강암일 때보다 눈보라와 구름, 안갯속에서 있을 때 더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