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그네집

by 은선

내가 조금만 더 귀여웠더라면, 아빠는 죽음을 결정할 때 단 한 번이라도 망설였을까?


그 시절, 나는 세상의 중심이었다. 꽃은 내 눈높이에 맞춰 피었고, 바람은 내 머리칼을 간질이며 지나갔다.

나비는 내 웃음소리에 맞춰 날았고, 작은 조약돌조차 내 소꿉놀이를 위해 미리 준비된 것 같았다.

세상은 나를 기준으로 돌아갔고, 나는 그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은, 모든 것이 낯설고 기울어져 있었다. 엄마의 볼처럼 따스하던 해 질 녘 노을은 터진 홍시처럼 짓물러 있었고, 대나무숲에서 기어 나온 모기떼는 '웅웅' 거리는 소리로 공기를 짓누르고 있었다. 먼지 섞인 바람은 축축한 다리 사이를 휘감고 지나갔고, 나는 마을회관 공터에 혼자 덩그러니 서 있었다.

오빠는 보이지 않았고, 어른들의 걸음은 점점 빨라져 우리 집으로 향했다. 고무슬리퍼에 묻은 진흙, 땀과 풀냄새가 섞인 긴장된 공기가 흘렀다. 그들은 마을 가장 높은 곳, 우리 할머니 집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가 내 손을 잡았다. 말보다 먼저 전해진 것은 그 손의 축축한 느낌이었다.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예감이 작은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진흙밭을 지나며, 내 발은 자꾸만 무거워졌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감나무에 매달린 그네는 축 늘어진 채 바람결에 가만히 흔들렸고, 대나무숲은 검푸르게 일렁이며 나를 삼킬 듯 흔들리고 있었다.

마당 한가운데 엄마가 있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흐느끼던 엄마는 몸을 앞뒤로 흔들다 이내 뒤로 쓰러졌다. 아줌마들이 엄마를 붙들었지만 그들의 손끝은 간절했을 뿐 어디에도 닿지 못한 듯했다.

속삭임이 들려왔다. “저러다 정신 놓는 거 아니야…” “애들이라도 있으니 버텨야지…”

그 말들은 공기 중을 둥둥 떠다녔고, 나는 그 속에서 단지 두 눈으로만 장면을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마당 구석에 앉아 호미로 흙을 긁고 있었다. “아이고… 내가 못 살아… 자식을 먼저 보내고 내가 어찌 살아…” 그 목소리는 바람에 섞여, 흙먼지처럼 하늘로 올라갔다.

누군가가 조용히 내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애는 여기 있으면 안 되지.”

그 말에 끌리듯, 나는 그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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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나는 그날의 기억을 단 하나의 장면으로만 떠올린다. 왜냐하면 아무도, 단 한 사람도 나에게 설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무렵, 엄마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빠는 농약을 마시고, 저수지 옆 다리 밑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그 저수지 옆은, 내가 매일 학교를 가기 위해 걸어가야 했던 길목이었다.

엄마는 그 사실을 몰랐을까. 그 길을 나와 오빠가 날마다 지나갈 줄 알았다면, 우리를 그곳에 맡기지 않았을까. 아니면, 내 생각은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았던 걸까.

아빠는 알았을까. 그 죽음이 내 삶에 얼마나 깊은 그림자를 남길지. 내가 평생 불안이라는 이름의 저주와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을. 그걸 알았다면, 그는 단 한 번이라도 망설였을까.

내가 조금만 더 사랑스러웠다면, 조금 더 눈에 밟혔다면, 조금 더 지켜줘야 할 존재였더라면—

아빠는 나를 두고 가지 않았을까. 엄마는 나를 두고 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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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언제나 어딘가 모자란 아이였다. 결국 아빠를 잃었고, 엄마와도 멀어져 살아야 했다.

내가 이슬만 먹고사는 요정이었다면, 엄마는 나를 키우는 데 돈 한 푼 들지 않았을 것이다. 새로운 남편을 만들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엄마에게 너무 고단했다. 삶의 무게는 늘 엄마의 등을 짓눌렀고, 그 짐 속에서 엄마는 나와 오빠를 위해 새아빠를 선택했다.

그것이 엄마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최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 최선이 남긴 그림자 속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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