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못한 동생의 돌잔치
깨진 창문이 있던 집, 그 맞은편에는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마당 한가운데 자리한 나무를 중심으로, 세 가구가 둥글게 모여 살았다.
주인집에서 애지중지 키워서였는지, 키는 작았지만 잎은 크고 열매도 풍성했다.
하지만 어린 나에게 무화과나무는 어디 하나 마음 주기 싫은 나무였다.
남자 어른 손바닥만 한 잎은 어딘지 모르게 불길했다.
열매를 줄기에서 떼면 끈적하고 하얀 액체가 자른 곳에서 흘렀다.
물컹한 그것을 엄지로 눌러 벌리면 작은 씨앗과 함께 빨간 과육 같은 것이 꼭 사람 속을 파놓은 것처럼 보였다.
너무 익어 떨어진 열매는 시뻘건 곤죽이 되어 바닥을 물들였다.
그것은 달큼한 향기로 벌레들도 많이 꼬였다.
나는 그 나무의 모든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내가 못마땅해하던 열매는 너무 많이 열렸고, 엄마는 그 열매로 잼을 만들었다.
설탕을 듬뿍 넣어 약한 불로 졸이는데, 수저로 잘 저어줘야 했다.
엄마는 나에게 그 임무를 주었고, 나는 착실하게 수행했다.
엄마와의 잼 만들기는 너무 행복했다.
하지만 만든 무화과 잼을 나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나무 뒤에는 공용 화장실이 있었다. 푸세식이었다.
대충 쌓아놓은 벽돌 벽이 둘러져 있었고, 문은 대충 단 판자문이었다.
전등 또한 대충 달았는지 문을 열 때마다 달랑거렸고, 밤이면 달랑거리는 내 그림자에 똥이 떨어지기도 전에 간이 먼저 떨어지기 일쑤였다.
화장실 바닥엔 큰 통이 있었고, 똥이 일정 수준을 넘기기 전 똥차를 불러야 했다.
겨울에는 상관이 없었는데, 한여름에 주인아저씨가 "조금만 더 모으자"라고 고집을 부릴 때면, 그 여파는 내가 감당해야 했었다.
구더기들이 똥통을 타고 기어 올라와 그 더러운 줄기가 방문 앞까지 다다르는 모습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역겨운 그것들을 바가지로 물을 퍼서 부어버리고 파란색 빗자루로 쓸어버려야 했다.
왜냐하면 그 방은 나와 오빠의 방이었기 때문이다.
하얗게 새로 바른 벽지, 새 침대, 새 책상까지 갖춰졌지만, 창문 밖으로 보이는 무화과나무의 그림자가 방 안을 덮었다.
유난히 까만 머리칼에 까만 눈동자가 하얀 피부에 대비되어 더 반짝이던 단비의 돌잔치가 열렸다.
전을 부치는지 고소한 기름 냄새가 열린 창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아는 목소리, 모르는 목소리들의 웅성거림이 귓가에 들렸다.
엄마는 무슨 음식을 했을까?
불고기, 잡채, 과일... 그리고 다른 게 또 있었을 거다.
단비는 무슨 생일 선물을 받았을까?
그리고 이렇게 떠들썩한데 뭘 하고 있는 걸까?
나 혼자 새 침대 위에 앉아, 새 책상에 있는 종이컵 세 개를 바라본다.
그 속에는 불고기, 잡채, 과일이 들어있다.
엄마가 주고 간 것이다.
오빠는 아침 일찍 어디론가 나가버렸다.
나는 알 수 없는 무언의 약속으로 인해서 잠기지도 않은 문을 열고 나갈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동생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했으니까.
그때, 문고리가 획 돌아갔다.
‘엄마일까? 나를 데리러 온 거야?’
하지만 어떤 꼬마아이가 들어왔다.
아이는 천진하고 맑은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누나, 나랑 놀자."
그 꼬마의 손에는 떡이 들려 있었다.
나의 종이컵들 속엔 없는 음식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내가 모르는 아이였다.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가 나에겐 없는 잔치 음식을 들고 천진한 눈으로 나와 놀자고 한다.
알 수 없는 분노와 질투심으로 약이 오른 나였다.
나는 아이에게 누나가 놀아준다며 숨바꼭질하자고 했다.
“누나가 술래니까 네가 책상 밑에 숨어.”
그리고 나는 꼬마아이를 찾아주지 않았다.
미숙한 심술은 꼬마아이에게 향했다.
그 애의 자리가 나의 자리 같았다.
그 아이가 앉은 상에서 떡을 집어 먹고 있어야 할 것은 단비의 언니인 나였어야 했다.
꼬마는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숨어 있었다.
하지만 내 역할은 술래가 아니었고, 시간은 흘렀다.
지루해진 아이는 말했다.
“누나, 나 좀 찾아줘.”
“누나…”
나는 듣지 않았다.
찾아주고 싶지 않았다.
그 아이가 있는지도 잊고 싶었다.
한참이 지나고, 밖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내가 원하던 엄마가 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기 꼬마아이 못 봤니?"
나는, 숨겨둔 보물을 찾은 것처럼 그 아이를 가리켰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꼬마의 손을 툭 잡고 휙, 나가버렸다.
엄마는 떠났고, 무화과나무 그림자 드리운 방안엔 나와 내 심술만이 남았다.
그날 이후, 나의 심술은 더 자주, 더 쉽게 고개를 들었다.
누구를 향한 것인지 나조차도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