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런써글 Oct 11. 2020

최악의 상사가 쓰는 비겁한 기술 - 가스라이팅

원수는 회사에서 만난다

회사에서 느끼는 죄책감, 그건 당신 탓이 아니다


   많은 상사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역할을 마치 깡패나 조폭 두목 정도쯤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리더에게 권한과 권력을 준 이유는, 그 힘으로 구성원들에게 일할 동기를 부여하고 업무상 진행이 잘되지 않는 보틀넥(Bottleneck) 해결하조율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리더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힘이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구성원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기보단, 오히려 쓸데없는 위계를 만들어 자신이 우월한 권력자라는 것을 증명하려 하거나, 구성원에게 책임 뒤집어 씌우기, 질책하기, 굴욕 주기 등 권력을 오남용하는 데에 그들의 에너지를 주로 쏟는다. 이런 리더들은 구성원업무 의욕을 떨어뜨리고 조직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암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이 사용하는 비열한 수법  중 하나가 바로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의 내면을 흔들고 무력화시켜,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할 때 쓰는 심리적 조정 기법으로, 회사에서는 상사가 구성원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하여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구조적으로 상사는 구성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업무를 지시하고 평가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가스라이팅을 악용할 수 있는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가스라이팅을 하는 상사(가스라이터)는 구성원을 지속적으로 갈구고 책잡아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팩트보다는 주관적 판단이나 불분명한 사실에 근거해 꼬투리를 잡고 상대를 문제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자존감을 낮춘다.


‘OO 씨는 왜 하는 일마다 매번 그 모양이야! -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 상대를 문제 있는 사람으로 만들기

‘주변 사람들이 OO 씨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는 줄 알아?’ - 본인피셜을 마치 타인의 의견인 양 말하기

‘내가 화를 내는 이유는 당신이 나를 화나게 만들었기 때문이야’ - 논점을 흐리고 상대방 탓하기

그건 OO 씨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 거야’ - 상황을 왜곡하고 상대의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하기


   가스라이터들은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끊임없이 해대며, 상대의 자아와 멘탈을 서서히 파괴시킨다. 그리고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양의 업무를 갑자기 준다거나,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모순된 업무지시를 하는 등의 수법도 함께 사용하여 마음의 빚을 지게끔 유도하거나 상대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가스라이터의 이러한 행동들의 목적이 구성원의 성장이나 업무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심리적 상처를 주기 위한 공격’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도 이런 심리 공격을 계속 당한다면, 자신을 뭔가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고 끝내 자신감과 자존감을 상실하게 된다.


   권력을 무기 삼아 한 사람의 정신을 망가뜨린다는 측면에서 가히 악마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스라이팅의 이런 악마 같은 영향력은 사람들의 죄책감을 먹이로 먹고 점점 커지며 결국엔 구성원을 상사의 말에 감히 저항할 수 없는 ‘심리적 노예’로 전락시킨다.



Photo by Renè Müller on Unsplash



이전 09화 회사에 영원한 적은 있어도 영원한 친구는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