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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주 Nov 01. 2023

커리,어우먼

다들 이렇게 사는 거 아니었어?

스윽-.
스타벅스 drive through 앞에 차를 세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드릴게요."
밝게 웃는 직원에게 싱긋 웃어 보이며 음료를 받아 든다.
다시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여의도 근처의 한 빌딩,
내 차문이 열리더니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아니, 내 차 인가.


여기까지 쓰는데도 승모근이 자꾸 귀에 닿을락 말락 했다.

하지만 상상은 자유니 더해보겠다.


내 차는 포르셰 911이었으며,
나는 한 손에는 레이디 디올백을.
한 손에는 아까 산 커피를 들고 마치 model처럼 건물 안을 walking 하고 있다.
음 직급은 모르겠으나 내가 등장하자 일하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기 시작하고
난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내 방으로 향하..


아니 다들 이런 상상해 봤잖아요?

나만 이런 거 아니잖아요!

그냥 서른이 되면, 30대가 되면 이럴 줄 알았다.

커. 리. 어. 우. 먼

현실은 커리를 좋아하는 우먼으로 멈춰버렸다.

(죄송합니다.)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나는 왜, 평일 오후 3시 11분에,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가.

전업작가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백수라고 인정하기도 싫은 것이.

어제는 먹방유튜브를 하겠다며 3개월 할부로 산 카메라를,

당근마켓에서 79만 원에 팔았다고 좋아서 오는 길에 돼지바를 사 먹었다.

먹으면서 오는 길엔 좋았는데 생각해 보니 이게 32살의 삶인가 싶다.

아니, 내가 상상했던 30대의 삶인가 싶다.


다들 이렇게 사는 줄로만 알았는데.

또 그건 아니더라.

포르셰 911까진 아니더라도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영끌을 해서라도 산 자가가 있으며,

대학교에서 교수님 소리를 듣는 친구가 있다.

같은 세월 살아왔는데 왜 난 커리.어우먼이고 걘 커리어우먼이지.

(내가 생일이 빨라 엄연히 4개월 더 살았다)


4개월 덜 산 커리어우먼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넌 좋겠다야."

"뭐가?"

"다. 일도 많고 집도 있고 차도 있고 남편도 있고..(?)"

"어우야 내가 우리 집 가장이야. 너 하나만 책임져도 되는 네가 나는 부럽다."



반백수는 그제야 이마를 탁 친다.

그래, 모두에게 각자의 사정은 있구나.

사실, 평일 오후에 식탁에 앉아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이, 솔직히 나쁘지만도 않다.

아, 물론 먹방 유튜버로 성공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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