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을 독서의 온상으로

거실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길자

by 말과맘


첫 아이가 태어나고 거실에 있던 TV를 베이비시터이신 '이모님' 방으로 옮겼다. 이모님은 집안일보다는 아이 키우는 일에 더 재능이 많으셨다. 둘 다를 잘하시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저 아이들을 좋아하고 재밌게 놀아주시는 분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조금 너저분한 상태로도 재미있으면 좋다고 생각했다. 반찬이나 음식은 외부에서 조달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부모가 둘 다 일하느라 아이들이 지루하게 하루를 보내게 하지 말아야 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생각이었다. 집안 일은 어른 셋이서 각자 틈나는 대로 나누어서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살림이 늘 어딘가는 어정쩡한 상태였지만 문제 삼지 말자고 했다.

다행히 아이를 가장 좋아하시는 ‘이모님’을 만났다. 이모님은 우리 집에 오시기 전에 이미 10년간 다른 집에서 두 아이를 건강하게 잘 키워보신 경험이 있었다. 이모님도 TV가 거실에 없는 것이 더 좋겠다고 하셨다. 낮에 아이들과 놀 거리가 많아서 TV까지 볼 시간이 없다고 하셨다. 온 가족은 주로 거실에서 북적거렸다. 거실에서 늘 재밌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얘들아, 오늘은 무얼 만들어 볼까?"

"악어요"

"악어? 좋아! 오늘은 무시무시한 악어를 만들어 보자. 빈 상자가 어디 있나! "

"우와!"


이모님께 깨끗한 택배 상자나 과자 상자를 모아달라고 부탁드렸다. 악어가 그려진 그림 책을 펼쳐 놓고 보면서 종이 박스를 펼쳤다. 박스 종이 위에 악어 모양을 대략 그린 다음 아이들과 같이 가위로 오린다. 그림을 잘 그리진 못하지만 아이들은 항상 잘 그린 줄 알았다. 악어의 세세한 것까지 잘 그릴 필요는 없다. 가장 단순한 악어 모양을 따라 그리면 그만이다. 나머지는 아이들이 감정이입을 하고 악어라 상상하는 아이들의 몫이다. 아이들 칭찬 덕에 그림 솜씨가 점점 늘어갔다. 악어의 많은 이빨을 날카롭게 그렸더니 제법 무서운 악어가 완성됐다. 크레파스나 색연필로 색을 같이 칠했다. 나는 크레파스가 없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지 못했었다. 그래서 막대기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렸었다. 아이의 본능은 그림을 좋아하는 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그게 정말 악어라고 믿어줬다. 다 만든 악어를 가지고 아이들과 한참을 악어놀이를 했다. 애기 때 악어놀이를 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심심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대신 사는 기분을 느꼈다. 아이들과 같은 동심이 되어 악어의 행동에 놀라 도망가기도 했고, 아이들도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악어를 만지작 거리며 연신 뭐라 중얼거렸다. 엄마는 그날도 또 재미를 주는 사람이 되었다.


얼마 후 아이들이 만들자고 제안한 것은 기타였다. 내 안에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예술혼'이 있는 것 같았다. 솜씨는 문제될 것이 없었다. 화가와 비교되지 않기 때문이었고, 아이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엄마가 그려 주는 그림이 최고라고 생각해주었기 때문에 아이들 앞에서는 항상 자신감이 생겼고 과감해졌다. 정성을 들여 그리고 오리고 붙이니 그럴듯한 기타가 완성됐다. 아이들이 아는 노래를 부르면, 나는 기타를 치는 시늉을 했다. 아이들은 춤과 노래를 본능적으로 즐긴다.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스광스럽고 익살맞게 몸을 움직이며 같이 부르면 그만이다. 잘 부를 필요도 전혀 없다. 아이들은 엄마를 재미보따리이자 재주꾼으로 추앙했다.


종이를 재활용하여 만든 장난감이 거실 한구석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만들어 놓은 장난감은 이모님과 아이들이 낮에 가지고 노는 놀잇감이었다. 거실이 깔끔하게 정리가 안 되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집안을 말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창의성 발달에 좋지는 않다는 전문가의 글을 읽고 안심했다.


“이번에는 사과로 무얼 만들까?”

“별! 엄마, 별 만들어요!”


사과 껍질을 벗겨내고 과육으로 간단한 모양을 조각하곤 했다. 과도의 끝을 세워 얇게 저민 과육을 자르고 파내면 네모도 되고 동그라미나 세모도 되고 별도 된다. 원하는 모양이 만들어질 때까지 아이들은 내 손에 시선을 고정한다. 집중하는 한 아이들은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너무 집중하면 어린 아이들은 침을 흘리기도 한다. 아이들의 추앙과 호기심에 나의 창작 욕구를 불태웠다. 어쩌면 나에게도 예술적 잠재력이 있었지만 길러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아이들과 노는 시간만큼은 회사 일도 잊고, 자기 개발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도 내려 놓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를 낳은 이후로 내가 정한 꿈보다 더 행복한 것이 가족이라는 존재임을 알았기 때문에 다양한 임무를 적절히 조화롭게 해나가면서도 유사시 가장 우선시 될 것이 가족임을 출산 후 저절로 깨달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평평한 사과 조각에서 별이 만들어지자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생긴다. 과일로 만든 별을 아이들 입에 하나씩 쏙 넣어준다. "어떻게 별이 사과 맛이 나지? 신기하다. 그치?" 그러면 아이들은 웃는다. 별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반짝 반짝 작은 별’이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식이었다. 두서가 없지만 아이들의 발상이 어디로 움직이든 함께 따라 가서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는 질문과 설정을 유도하다 보면 아이들이 다른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과묵한 부모보다 수다스런 부모


수다스런 부모가 과묵한 부모보다 아이의 언어 발달에는 유리하다. 아이가 수만 번 '엄마'라는 단어를 들은 뒤에야 '엄마‘라고 발음할 수 있다고 한다. 간혹 산후 우울증을 겪었다는 엄마들이 있다. 우울증이란 의식적으로 스스로 정신을 긍정적으로 하면 나아지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이에게 긍정 에너지를 뿜어낼 수 없는 박약한 상태다. 그러니 아이가 울지 않으면 그냥 두고 울더라도 귀찮거나 두렵거나 피하고 싶었다고 한다. 세상에 나와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자신의 배고픔과 불편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는 상태에서, 즐거움과 안전과 따뜻함을 얻지 못하면 아이는 실망하고 좌절하고 떼를 쓰고 울어 댄다. 엄마는 더욱 더 힘이 들 것이다. 비록 아이는 엄마 몸 속에서 자라고 있지만 엄마의 정서적 안정과 행복을 위해 가족, 특히 남편의 자상한 배려와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아이를 낳고 나서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어른들의 소리를 반복적으로 들으며 아이는 주변 사물을 인지하게 된다. 아이가 어제는 못하던 말을 오늘은 하는 걸 보면 신비롭다. 과묵한 성격의 사람이 있다. 개성일 뿐 좋다 나쁘다의 가치를 정할 수 없는 그냥 성격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의도적으로 아이와 말을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생후 몇 년간은 조금 더 열의를 가지고 말을 많이 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어렵다면, 다른 가족들이 아이와 말하는 시간을 많이 갖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CD와 같은 청각 매체를 동원하여 언어 자극을 보충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내성적인 부모라도 가장 가까운 가족인 어린 아이에게 내성적이거나 과묵해서 대화를 하지 못하지는 않을 테니까. 아이가 태어나면 저절로 말을 배우는 줄 알았다는 엄마와 대화를 했다. 뒤늦게 주변의 권유로 아이의 언어 치료를 하느라 무척 고생을 많이 했다고 했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끝없이 묻는다. 같은 질문을 수 십 번 해도 대답을 해주었다. 수 많은 그림에 손가락을 올려 놓고, “이거 무이?“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답변을 해주다 지치면 다른 장난을 쳐서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긴 했어도 질문을 하지 말라고 하거나 질문을 못들은 척 하지는 않았다. 질문이 무시되면 체념하여 호기심을 잠재우게 될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사람 안에는 저절로 질문이 떠오르는 알고리듬이 장착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재미와 호기심을 거스르는 행위는 아이의 흥을 깬다. 아이들을 오랫동안 관찰하며 드는 생각이다.


아이가 하고 싶은 놀이를 하는 데는 후유증이 없어 보인다. 같이 놀아주는 엄마 아빠를 더욱 믿고 좋아하게 된다. 부모와 따뜻하고 안정적인 첫 상호작용을 통해 세상은 행복하고 믿을만한 곳이라는 긍정 심리를 두뇌에 업로드 한다. 아이들을 할머니 할아버지께 맡기고 직장에 나가든, 베이비시터에게 만나든, 전업으로 아이들을 돌보든 각자 상황에 맞춰 마주하는 시간이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힘쓰자. 두 딸들에게 세상은 재미로 가득하다는 긍정적인 첫인상을 주고 싶었다. 평균 수명이 100년이 넘을 긴긴 일생 동안 사용할 긍정 멘탈 소프트웨어를 깔아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거실은 늘 재밌는 공간이었다


거실 한구석에 여러 가지 장난감이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퍼즐, 블록, 보드 게임, 게임기기 등이 많았다. 아이들이 많이 큰 지인이 준 것도 있고 인터넷이나 매장에서 구입한 것도 있었다. 손놀이를 하면 재미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두뇌 발달에 좋다고 들었다. 레고 블록으로 수도 없이 물건을 만들었다 부쉈다. 뭔가를 상상하며 손을 움직이는 아이들의 눈빛은 안정되어 있고 빛이 난다. 아이가 손을 움직이며 만들기를 하는 사이 부모는 아무 말이나 추임새를 넣으면 아이들은 생각의 나래를 편다. 물어보고 답하고 생각하고 만들고 그러면서 집중하는 연습을 한다. 간혹 아이가 레고 블록으로 무엇을 만들고 부수는 것이 의미 없고 유치하다고 생각해서 중간에 흐름을 끊고 다른 놀이를 하라고 부추긴다는 부모를 만나는데, 레고 블록을 하는 그 순간에 아이들은 많은 두뇌활동을 하는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막고 원하지 않는 것을 하라고 하는 것은 이익이 생기지 않는 방해이자 간섭이 아니가 생각한다.


거실은 놀이터였다. 서점에서 동물 그림이나 과일 그림 포스터를 사서 벽에 붙여놓았다. 지난 날 동물원에 갔을 때 봤던 사자를 포스터에서 찾아보기도 하고, 할머니의 밭에서 보았던 딸기를 찾아보기도 했다. 딸기를 먹는 시늉을 하며 몇 개를 먹을지 물어보고 하나, 둘, 셋 ... 하며 입으로 딸기를 넣는 동작을 하면 아이 수준에 재밌기만 하면 어른이 보기엔 의미없고 유치해 보여도 아이들은 그 활동이 즐겁기만 하다. 이렇게 아이와 마음을 맞춰둔 경험은 본격적으로 학교교육이 이뤄질 때 상당한 팀웍이 된다. 서로 삐걱거리지 않고 양쪽 모두 긍정에너지를 내면서 무엇을 해도 즐겁다.


우리집 거실은 독서의 온상이었다. 거실의 한쪽 면을 책꽂이로 채웠다. 한편에는 큰 아이 책을, 다른 한편에는 작은 아이 책을 꽂아 분리해 두었다. 지금 현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꺼내기 쉽게 어깨나 눈높이에 꽂아 두었다. 이미 충분히 보았거나 아이가 관심이 없어진 책은 치우고, 관심이 생긴 책을 잘보이는 공간으로 옮겨준다. 두 아이가 공통으로 즐겁게 보는 책이 있는가 하면 서로 다른 취향의 책에 매달리기도 한다. 큰 아이가 좋아했던 책을 둘째가 좋아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면서 특정한 책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비싸게 산 책이고 큰 아이가 재밌게 봤으니 작은 아이도 재밌게 읽어주길 바랄 수는 있지만 작은 아이가 읽고 싶어하지 않으면 읽지 않을 권리를 주는 것을 권한다. 부모가 권유하고 싶은 책에 아이가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잠자리 독서를 할 때나 낮게 책을 읽어줄 때 한 권씩을 끼어 넣어 가능한 한 아이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형식을 가미하여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신경 쓰고 관심을 보일 때에만 계속하는 것이 좋다. 시간을 더 기다려서 흥미가 생길 수도 있고, 아예 그런 종류는 보고자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읽지 않아도 괜찮다. 세상에 재밌는 책은 평생을 다 봐도 다할 수 없을만큼 많기 때문이다.


글자가 있는 책을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다. 아이가 처음 책에 재미를 붙이게 할 때 그림만 있는 책이나 그림이 많고 글씨가 작은 책을 이용했다. 엄마가 그림을 보며 일상에서 아이가 보았고 경험했던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다. 아이는 그림에 시선을 고정하고 엄마가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듣는다. 그러다가 자기가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엄마에게 말을 건다. 아이가 엄마의 말을 다 알아듣지 못해도 괜찮다. 그림마다 엄마가 읽어주는 따뜻하고 재밌는 말을 들으며 엄마의 표현 방식에 익숙해지고 점점 더 주변 사물에 대한 인식을 넓혀나간다. 아이가 재미를 잃어 주의력이 떨어질 때는 억지로 더 하자고 하지 말고 아이가 원하는 활동으로 옮겨가면 된다. 절대로 아이가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데 재미있다며 붙들고 있어서는 책에 대한 불편감을 가지게 된다.


아이가 생활 속에서 많이 봤던 물건이 그림책에 나오면 자기도 그럴 안다고 말한다. 또 반대로 그림에서 봤던 사물을 현실에서 찾아내고 좋아하기도 한다. 그림책은 현실에 있는 다양한 물체를 보여주기 때문에 주변 인식에도 도움이 되고 어휘력이 쑥쑥 늘어난다. 차차 글밥이 있는 책으로 옮겨가기 전에 다양한 사물을 알고 있으면 든든한 밑바탕이 된다.


아이의 인지 수준을 살피면서 그림책으로 숫자, 시간, 색깔, 물고기, 꽃, 식물, 요일, 감정, 나라 등에 대해 소개하자. 예를 들어, <배고픈 애벌레>라는 그림책에서는 과일 이름과 요일을 배운다. 아이들은 같은 책을 한 번만 보는 게 아니라 수십 번을 보기도 하기 때문에 책마다 다른 단어군과 상황을 만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야기에 빠져드는 특성을 가진다고 한다. 배고픈 애벌레의 이야기에 몰입한 상태에서 상상도 하겠지만, 아이는 애벌레가 먹는 과일의 종류와 개수와 요일을 익히게 된다. 책 속에 등장인물이 어떤 행동을 하면 상대방 친구가 울거나 웃는 반응을 한다. 등장인물간의 상호작용을 관찰하면서 아이는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게 된다. <두루미와 여우>에서는 상대를 배려하지 못하고 자기 기준에 맞추어 상황을 만들어 초대받은 상대가 기분이 나빠지는 상황을 만나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는 친구나 주변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나의 행동에 따라서 다른 사람의 감정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친구나 가족의 마음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싹틀 수 있다.


이렇게 거실은 앞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놀고 공부하는 장소로 무척 중요한 공간이었다. 거실에서 아이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꾸중하는 육아를 한다면 거실은 위험한 공간이 될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거실에 모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으로 숨게 될 것이다. 앞으로 독서도 공부도 엄마와 하는 모든 활동이 재미있다고 생각되어야 거실이라는 공간에서 재밌는 일상이 펼쳐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엄마들이여 늘 재미를 연구하라.

결혼 전부터 내 아이가 태어나면 독서를 주된 공부법으로 삼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내가 직접 선정한 책을 빠져 들어 읽고 나면 아는 즐거움도 있고, 깊이 생각하는 습관도 생기고, 무언가를 무척 하고 싶은 욕구도 생기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때론 대학교 수업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더 실속있는 정보나 동기부여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독서로 내 인생의 수혜를 크게 입었었기 때문에 자발적인 독서를 중심에 둔다면 평생 공부가 재밌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20년이 넘는 긴긴 아이 교육은 마라톤과 비슷하다. 마라톤에서는 초반에 무리수를 두면 뒤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오히려 뒤처지기 쉽다. 우리 나라 교육에서 공부를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요구와 주도성을 위주로 교육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흥미를 잃기 쉽다. 독서를 생활 속으로 끌어들여서 많은 배경 지식을 습득한다면 공부로 암기해야 하는 부분을 이해로 부드럽게 넘겨서 실제로 공부를 해야할 분량이 무척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가 독서가 취미가 되려면, 영유아기에 부모와 즐거운 시간을 충분히 보내는 것이 첫 단추다. 부모와 같이 있는 시간이 즐거워야 한다. 영유아기에 아이를 독서로 끌어들이는 요소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재미라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부모가 책을 처음 소개할 때 내용도 형식도 즐거워서 아이가 또 책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들도록 하다보면 점점 책에 흥미와 호기심이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부모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아이에게 부여된 어떤 일이 힘들어도 해보려는 의지를 가질 것이다. 또 부모를 기쁘게 하거나 실망시키지 않거나 부모의 칭찬을 받기 위해서라도 아이는 어려움을 참으며 꼭 재미있지 않더라도 이겨내려는 의지를 발휘할 것이다.


아이들이 책이 재밌다는 인식이 생기기까지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이 시청각 매체다. TV는 책보다 아이의 시선을 빨리 끈다. 스마트폰과 유튜브는 TV보다 훨씬 더 빨리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이들이 독서를 재미있게 받아들이도록 하고 싶다면, TV와 스마트 기기 사용시기를 늦춰야 한다. 부모와 TV나 오락 기기를 언제 어떻게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지키지 못했을 때는 어떤 벌칙을 기꺼이 받겠다는 스스로의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때까지 미뤄야 한다. 빌게이츠는 자녀에게 컴퓨터를, 스티브 잡스는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일정 나이가 될 때까지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잇점보다 해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락 기기에 먼저 재미를 붙이고 중독성이 생긴 후에는 독서나 공부와 친해지게 하는 일이 훨씬 더 어려워진다. 오락에 빠진 아이에게 독서나 공부를 시키려면 마치 공부나 독서가 즐거움을 빼앗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그래서 시작도 하기 전에 싫어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절제력이 약한 아이 옆에 늘 켜져 있는 TV는 독서의 적이요, 공부의 적이다.

다행스럽게도 두 딸이 영유아일 때는 인터넷은 발전했었지만, 스마트폰은 없었기 때문에 지금보다 독서와 공부를 방해하는 요인이 적었다. 독서와 공부 습관이 잘 들고 나서 구입한 스마트폰 사용도 절제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 고심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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