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비교 여든까지 간다

열등감은 의욕을 꺽는다

by 말과맘


자랑과 경쟁의 공통점은 남과 나를 비교하여 더 잘하려는 마음을 갖게 한다. 자신의 본연의 욕구에 충실하는 대신 지속적으로 남과 비교하며 살다보면 내 행복이 남에 의해 결정되는 삶이 된다. 남과 비교하여 자신이 우위에 있을 때 행복함을 느끼기 때문에 혼자 있을 때 행복감을 느끼는 방법에 익숙해지기 어렵다. 비교하는 대상이 나보다 더 잘하는 상황에서는 열등감이 생겨 그 사람을 미워하거나 적대감을 갖기 쉽다. 그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기는 어렵다. 남과 나를 강박적으로 비교하여 더 잘하려는 노력은 승승장구 하는 삶을 살더라도 나의 행복을 갉아먹는다.


개성이나 특성을 개발하기보다 친구들과의 점수 경쟁으로 줄 세우기가 특성인 우리 교육은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도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도록 습관을 만든다.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를 찾는 일에 관심을 쏟지 못하고 살다보면 사회에서 맡은 역할을 마치고 말년에 자신으로 돌아올 때 무척 큰 허망함과 우울감을 겪게 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 교육은 아직 후진적인 기본 성향이 짙다.


"세민이 오늘 늦었네......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 쌤, 제가요 오늘 또 무슨 짓을 했는지 아세요?"

"......"

"제가 이 얘기 하면 쌤이 앞으로 저 안 보고 싶을 걸요....."

"그렇게 말하니까 엄청 궁금하네. 말을 하고 싶은 거 같은데.... ? 왜 방문이나 의자를 부쉈나? 아니면 집에 경찰이라도 부른 거야?

"......흐흑. 제가 방금 전에 집에서 무슨 짓을 했냐면요... 엄마가 제 방에 들어와서 자꾸 뭐라 뭐라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만하라고, 듣기 싫다고 했죠. 나가 달라고. 근데 나가지도 않고 저한테 계속 잔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때 뚜껑이 확 열렸죠. 거기서 제가 꾹 참았어야 하는데요. 너무 화나니깐. 옷걸이 있죠. 옷 거는 거요. 그걸요 엄마한테 던졌어요. 엄청 세게. 흐으... 다행히 엄마가 맞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순간 제가 힘 조절을 못했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 저 돌았나 봐요.... 진짜 왜 이러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


사춘기는 생각(思)이 봄(春)을 맞는 시기다. 생존하기 위해 부모를 신처럼 따르도록 설계된 유전의 힘이 이쯤에서 끝나고 이제부터는 진짜 자기의 마음이 싹트는 시기다. 아이가 갑작스럽게 말투와 태도가 까칠하고 반항적으로 변하면 부모도 놀라고 아이 자신도 놀란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화가 안 나는데 왜 엄마만 보면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한다. 가장 가깝고 고마운 엄마에게 자주 크게 화를 내고 나서 세민이는 자책을 했다.

아이가 갑작스레 화를 자주 낸다는 것은 지금까지 부모가 생각하던 아이가 더 이상 아니게 된다는 뜻이다. 아이의 본래 생각대로 모습대로 살아가도록 이전과는 다르게 아이를 대해야 한다는 신호다. 화난 상태의 대화나 태도를 꼬투리 잡아서 누가 잘했다 못했냐를 따지는 일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일이다. 부모도 아이의 과격한 태도에 상처를 심하게 받는다. 지금까지는 부모말을 잘 들었지만 이제는 자기 생각대로 결정하고 싶다는 선언이다. 이런 신호가 잦가질 때는 부모가 뒤로 크게 한 발짝 물러나야 한다. 지금까지 설정된 규칙과 의무를 모두 무효로 하고 아이에게 일일이 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안하고 싶은지를 직접 물어야 한다. 심지어 할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도 물어서 일상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아이의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다그치면 그게 맞는 말이어도 아이는 격앙된 반응를 보인다.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고 아이가 버릇없이 부모의 말에 반항한다는 관점으로 생각하면 버릇을 고친다며 아이를 거세게 비난하면서 궁지에 몰게 된다. 아무리 순한 아이여도 반응은 더 거칠어진다. 목숨이 위태해진 동물처럼 저항하는 심리가 생긴다. 그 과정에서 사춘기의 공격성이 여러 형태로 드러난다. 하던 일도 더 하지 않거나, 문을 닫고 열어주지 않거나, 욕을 하거나, 기물을 던지고 부수거나, 몸싸움을 하는 등 과격한 형태로 점점 번질 수 있다. 이 모든 일들이 아이가 순진하고 어릴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므로 부모는 충격에 휩싸인다. 부모와 아이가 대치하는 사춘기동안 아이들은 부모가 시키는 모든 일에 반감을 갖는다.


누가 잘했느냐는 의미없는 소모전에 불과하고, 차라리 이쯤에서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가 가장 합리적인 상황 반전을 이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부모가 아이를 대했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인데, 그 방향은 부모가 임의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엄마 아빠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아이 기분이 상했는지를 묻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기분이 나쁘게 만들었다면, 어떻게 해주기를 원하는지 물어서 부모가 먼저 말과 행동을 수정해야 한다. 자신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을 보면 아이들도 마음을 푼다. 마음을 풀어야 미안한 마음도 든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 뭔가를 해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된다.


20년 이상 교육이라는 주제 안에서 아이들을 관찰해 왔지만, 사춘기 우리 아이를 혼내고 벌을 줬더니 아이가 달라지더라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상황이 악화될 뿐이다. 아이가 갑자기 짜증을 내면서 예전과 다른 행동을 한다면 부모가 뒤로 한 발짝 성큼 물러나서 방향을 바꿀 준비를 해야 한다. 신체가 급성장하며 무척 피곤해하는 때라, 잠을 충분히 잘 수 있게만 해주어도 아이들의 심리는 안정된다. 다니던 학원도 아이의 의사를 물어 당분간이라도 빼주고 몸과 마음이 안정될 시간을 주는 것이 오히려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다. 지금 공부를 더 해도 시원치 않을 때인데 쉬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아도 더 후퇴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일단 멈춰야 한다. 생각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이제부터는 부모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몇 달 공부를 손에서 논다 해도 큰 일 나지 않는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아이가 전부터 힘들다고 말하던 활동을 부모가 먼저 줄여주면, 아이는 쉬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그래도 어머니가 다치시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죄책감 많이 들겠다! 네가 감정 통제를 못하고 나면 이렇게 후회하게 되니까 앞으로는 더 조심하게 되겠지. 힘들어도 저녁에 어머니께 죄송하다고 사과드려. 그나저나 세민이 너 커서 엄청난 효자가 되려나 보다....."

"...... ?"

"어렸을 때 속 썩인 아들이 더 효도한다던데?“

“......”


세민이 엄마는 욕심을 내려놓고 싶었다. 하지만 머리 속 생각과는 달리 그것이 쉽지 않았다. 세민이 아빠는 아내에게 세민이 사촌들보다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길 바랐다. 전업주부인 세민이 엄마는 남편의 이 요구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직장에 나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한다는 조바심이 컸고, 잘했는지의 척도가 하필 조카들과의 경쟁으로 변했다. 아이 공부 실력이 좋아아만 엄마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의외로 형제자매끼리 자식 교육을 경쟁하는 경우가 많았다. 친구나 직장 동료끼리 자녀 비교가 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세민이 아빠는 어려서 형제끼리 비교를 당하며 자랐다. 당연히 형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면 자존심을 지킬 것이라 생각했다. 세민이는 명절이 너무 싫다고 했다. 공부 잘하는 사촌 형들과 비교 당하는 기분이 싫었다. 자신이 공부를 잘하는 것처럼 자랑하는 부모님 때문에 부담이 컸다.


세민이 아빠는 시골에서 명문대로 진학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좋은 머리도 물려줬고, 자신이 어릴 때는 꿈도 꾸지 못했던 학원도 다 보내주는데 공부를 못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이와 아내에게 제대로 하라며 평소에 다그쳤다. 아이 교육에 세세히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소위 '아빠의 무관심'을 몸소 실천 중이었다. 시험 결과에는 누구보다 민감했다. 그 과정에서 세민이와 엄마는 특히 시험 기간이 되면 신경이 예민해지곤 했다.


부모의 결과에 대한 집착은 아이마다 다른 공부 속도를 기다리지 못하게 만든다. 다른 아이들과 자꾸 비교되는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내 아이만 뒤지는 것 같은 순간에 사춘기까지 겹쳐 잠도 많고 게임과 스마트폰에 집착까지 하는 아이들을 너그러이 바라보기가 힘들어진다. 세민이 누나의 입시 결과를 보고 남편은 몹시 실망했다. 첫째에게 걸었던 기대는 고스란히 둘째인 세민이에게 쏠렸고, 세민이 엄마는 세민이라도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느꼈다. 하지만 성적이 괜찮았던 둘째가 사춘기를 맞으면서 말대꾸를 하며 말이 거칠어졌다. 이젠 힘으로 엄마를 제압하기도 어려워졌다. 공부는커녕 친구들과 게임하는 데 온 정신이 팔려 있다. 엄마는 조급함을 내려 놓을 수 없었다. 한숨이 잦아지고 우울감이 찾아왔다. 아잉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 참고 참다가 조심스레 몇 마디 하려다가 또 이렇게 충돌이 일어났다. 아들의 무례한 행동에 엄마는 크게 상처를 받았다. 마음을 내려 놓으면 아이가 아예 하루 종일 게임만 할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었다.


"세민 어머니, 세민이 요즘 까칠하죠? 어려우셔도 어머니가 조금 더 물러서시는 것이 더 낫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도 시원치 않은 판에 어디 더 뒤로 물러날 데가 있다고 물러서나 싶으시겠지만요. 세민이는 겨우 사춘기 시작이에요. 아이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어머니가 기다려주시면 서서히 생각을 정리하게 될 거예요. 차라리 한 두 한기를 쉰다고 생각하시고 어머니도 다른 활동을 하시면서 서로 신경쓰지 못하는 시간을 가시는 게 더 유리해요. 다그칠수록 아이는 지금 하고 있던 것 마저 포기해요. 아빠가 성적에 대한 부담을 주시더라도 엄마가 풀어주시면서 시간을 주시면 머지않아 아이는 미안해서라도 스스로 제자리로 돌아오려 해요. 어머니가 울타리를 더 넓게 치시고, 기다려주세요. 이런 때 다른 아이랑 세민이를 비교하거나 하시면 마음을 조절하시기 어려우니 우리 아들 건강하기만 해도 좋다는 심정으로 까지 내려가셔서 편안한 마음이 되시도록 기도해 보세요 ....."

"네 선생님.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머리로는 알겠는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아무튼 저도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의 성적이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길처럼 여겨지는 환경에서 엄마는 조바심을 내려놓기가 결코 쉽지 않다. 잘 참다가도 아들 친구 누구는 공부를 열심히 한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다시 불쑥 걱정이 앞서고 또 아이를 다그치게 된다. 비교가 되는 집단의 엄마들과의 교류를 멈추거나 학원을 중단해서라도 아이의 정서가 안정되도록 해주면서 엄마가 성적보다는 아이 자신을 아끼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러나 수업에 올 때마다 편안하던 세민이의 눈빛이 점점 촛점을 잃어갔다. 집에서 자신이 점점 미쳐가는 것 같다며 자책했다. 심성이 착한 아이라 불같이 화를 내고 와서는 금세 후회를 하며 아이의 머릿 속은 혼돈과 괴로움으로 가득해 보였다. 부모나 아이 중에서 어느 한쪽이 급격하게 방향을 틀어야 상황이 진정이라도 된다. 인생을 살아온 경험이 훨씬 더 많은 부모가 욕심을 내려 놓는 길이 최선이다. 나중에 2보 전진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1보 후퇴를 확실히 해야 한다. 대화가 편안하게 이성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아이의 현재 행동을 다그치는 식으로 지속된다면 아이의 반항은 지금이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세민아, 왜 아직 안 오니? 지금 어디쯤이야? "

"... 쌤, 저요.... 지금 나가려고 옷은 입었는데요.... 아, 몸이... 몸이 안 움직여져요...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일어날 수가 없어요.... 저 못 갈 거 같아요."

"아아... 세민아 그래. 알았다... 편하게 좀 쉬어. 다 지나가는 과정이고, 지나면 언제 그랬나 싶게 좋아져. 자책하지 말고. 넌 현명하게 잘 이겨낼 수 있어!"


그 후 세민이를 만나지 못했다. 잔소리와 짜증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 부모도 아이도 상황의 반전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말았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고 자꾸만 자책감에 빠졌다. 비난의 화살을 자신에게 계속 돌리면 무기력감을 느끼고 이것이 더 계속되면 우울증 단계로 넘어간다. 집을 뛰쳐나가서 부모 속을 태우는 경우도 발생한다. 세민이는 전자의 경우였다.


"세민 어머니, 죄송합니다. 세민이가 저랑 대화하면서 마음을 새롭게 하고 공부하자고 약속도 했었는데. 마음처럼 잘 안되는 것 같았어요. 이제 제가 도와드릴 방법이 없네요. 시간이 지나면 또 괜찮아집니다. 그래도 지금 상황이 최악이 아닐 수도 있으니 세민이랑 편안한 분위기에서 놀기도 하고 얘기도 해보시고 그러셔요. 몇 달 공부 좀 안 한다고 무슨 일 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생각할 시간을 주면 스스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을 거예요. 사촌이나 아이 친구들 생각은 당분간 마음에서 지우시고, 아이만 바라보세요. 세민이 마음도 예쁘고 착하잖아요. 스스로 뭘 하겠다는 마음이 들 때까지 맛있는 거 많이 해주시고, 게임시간도 일부러 더 주시면서 온전히 아들 편이 되어 주셔 보세요. 세민이 아버님의 기대 때문에 어머니가 그러기 쉽진 않으신 걸 알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방법인걸.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그 후 한 1년쯤 지났을까. 길에서 세민이 엄마를 우연히 만났다. 낭랑하던 고음의 목소리는 저음으로 내려앉아 있었다. 세민이 담임 교사의 연락을 받고 학교로 상담받으러 가는 길이였다. 세민이가 한 달이나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다고. 이 녀석이 고등학교는 가려는지 걱정이라고.


"이 녀석이 이렇게 학교까지 안 갈 줄 알았으면 그때 선생님이 마음을 내려놓으라 하실 때 알아차리고 그렇게 할 걸 그랬어요. 욕심 부리다가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


수년이 또 빠르게 흘러 어느 날 한 찻집에서 우연히 세민 어머니를 다시 만났다. 아주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어 대화도 편했다.


"선생님, 우리 세민이 재수해요. 지는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갑자기 공부를 해보려니 쉽지는 않은가 봐요. 잘 되겠죠 뭐."


엄마의 표정과 말만으로도 세민이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모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입시 결과와 상관없이 다정하게 대화가 가능한 상황이 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채근하지 않고 아들을 믿고 지지하는 엄마의 모습이 좋았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말다툼이 벌어질 것 같지 않다는 것을 엄마의 편안하고 밝은 얼굴과 차분한 말투에서 느낄 수 있었다.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다 큰 자녀를 믿지 못하고 잔소리를 계속하면서 서로를 부담스러워 하는 관계를 지속하기도 하는데, 그러지 않아 참 다행이었다.


조카들이나 다른 친구들과 세민이를 비교하는 대신 아빠가 쉬늘 날 몸으로 같이 놀아주는 시간을 냈으면 어땠을까. 내 아이를 누구와 비교하면서 비교 대상보다 더 잘하길 바라는 마음은 아이에게 부담감을 크게 준다. 비교당하는 것이 싫으면서도 결과에 연연하게 되고 공부 정서가 망가진다. 비교는 장기적으로 더 실패할 가능성을 높인다. 세민이는 사촌들보다 잘해야 된다는 부모님 말씀에 마음이 얼어 붙었다. 공부를 하면서도 늘 결과를 걱정했다. 공부가 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찰 틈이 없었다. 비교를 당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는 공부에 점점 흥미를 잃고 대신 게임이나 친구들과의 놀이 시간을 늘리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시댁이나 친정집에 갔을 때, 친구들을 만났을 때, 회사에서,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모임에서 내 아이를 자랑하는 것은 심리적인 위험을 내포한다. 자랑을 통해 현재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슬럼프는 올 것이고, 아이마다 사춘기는 오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일시적이더라도 아이의 성적이 낮아지는 구간이 생긴다. 이 구간에서 부모의 자랑은 부모의 마음을 더욱 조급하게 말들어서 아이 마음을 중심으로 상황을 펼치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 자랑 하지 말자. 자랑이라는 것이 남과의 비교를 통해서 행복을 느끼려는 행위이지 않는가. 다른 아이가 잘해도 크게 칭찬해 주고, 내 아이가 못해도 움츠러 들지 않으려면 부부가 아이 교육에 대해, 인생의 행복에 대해 탄탄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공부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독서를 하면서도 수없이 비교를 당한다. 그래서 독서가 싫어진다.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자유롭게 읽도록 하면 독서는 아이의 취미가 된다. 쉬운 책을 읽든, 만화책을 읽든, 유치한 책만 반복적으로 읽더라도 책을 본다는 사실을 계속 칭찬하면 자기 만의 독서 패턴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독서도 공부처럼 비교를 당한다. 누구는 하루에 몇 권을 읽는다더라. 누구는 1학년인에 벌써 무슨 책을 읽는다더라. 너는 왜 만화책만 보느냐. 그렇게 얇은 책만 골라서 보면 언제 실력이 늘겠냐며 아이의 독서에 비교가 섞인 일종의 비난이 가해지면 아이들은 독서를 재미있다고 생각할 수가 없다. 부모의 취미가 있는가. 그 취미를 누군가가 시키고 방향을 제시하고 참견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 싫다. 그리고 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어떤 아이는 우리 아이보다 더 두껍고 어려운 책을 잘 읽는다는 식의 대화를 한 번만 들어도 나는 자존감에 상처를 받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가족으로부터 그런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예민해진다. 점점 책을 싫어하는 태도를 내면화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때 기분이 좋아진다.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야 더 나은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우리 교육은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공부 성적으로 비교되며 순서를 매긴다. 아이들은 주눅이 들면서 자신의 잠재력이나 특기가 있어도 자신감을 쉽게 회복하지 못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을 위한 무대가 펼쳐지면서 그렇지 못한 모두가 평가 절하되는 삭막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렇게 다른 아이와 비교되면서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으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운다. 발전을 위해 꼭 비교가 필요하다면, 아이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는 것은 어떨까.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발전했다고. 부모가 보존해준 그 자존심에서 훗날 뭔가를 잘해보려는 의지가 싹틀 것이기 때문이다.

비교 여든까지 간다

세 살 비교 여든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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