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는 1709년 이탈리아의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Bartolomeo Cristofori)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피아노가 나오기 이전은 하프시코드가 사용됐는데 하프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줄을 뜯어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음의 강약조절이 어려웠습니다. 크리스토포리는 '어떻게 하면 강약의 대비가 확 되는 악기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픽이 줄을 뜯는 방식에서 해머가 줄을 때리는 방식으로 악기를 바꾸게 됩니다.
당시에는 이게 획기적인 발명이어서 '약하게(p. 피아노)'와 '세게(f. 포르테)'를 모두 연주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피아노포르테'라고 부르다가 지금은 '피아노'라고 줄여서 부르게 된 것입니다.
하프시코드
처음부터 피아노 건반이 지금처럼 88개는 아니었습니다. 초창기에는 54개의 건반만 사용했습니다.
당시에 작곡가들은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을 위해 곡을 쓴다기보다는 음악에 관심이 많은, 음악을 취미로 하는 돈 많은 귀족들을 위해 곡을 썼기 때문에 현란한 기교를 요구하는 곡을 작곡할 필요도 없었고 작곡했다고 하더라도 "이거 너무 어려워서 못 치겠군… 바꿔줘"라는 컴플레인을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적당한 난이도에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기업이 잘되면 계열사들이 문어발식 상장을 하듯이 피아노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퍼포먼스가 중요해지면서 피아노 건반이 54개에서 92개, 97개로 늘어납니다. 하지만 문어발식 기업 상장의 말로가 주가 회복을 위한 가지치기로 수렴하듯이 너무 많은 피아노 건반은 잘 쓰지도 않고 쳐도 사람들이 음정을 잘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감히 사라지게 됩니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들을 수는 없지만 많은 소리들이 존재합니다. 사람은 그 많은 소리들 중에서 20Hz~20,000Hz에 해당하는 소리만 듣습니다. 그마저도 양 끝단에 가면 안들리거나, 들려도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보통의 사람들이 음의 차이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영역대의 건반 88개만 남기게 된 거죠.
그랜드 피아노
음원 파일 중에서 가장 작은 용량을 자랑하는 게 mp3입니다. mp3가 작은 용량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사람이 들을 수 없는 범위의 주파수를 과감히 날려버렸기 때문입니다.
공학자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간혹 정말 귀가 좋은 분들은 mp3는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비는 듯한 느낌이 나서 못 듣겠다고 말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뭐든 수요가 적으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mp3에 비해서 wav 같은 무손실 파일의 가격이 비쌉니다. 수요가 많아져야 단가가 떨어지는데 보통 사람들은 mp3나 wav나 그게 그걸로 들려서 비싼 돈을 주고 wav를 사지 않습니다. 돈을 떠나 wav는 용량이 무지 크기 때문에 저장공간을 엄청 많이 차지합니다.
그럼 wav는 어떤 사람들이 듣는 거냐고 물어보신다면 클럽 같이 음향 설비가 빵빵한 곳에서는 mp3 파일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좋은 음향장비로 wav와 mp3를 들어보면 '아 이래서 돈을 벌어야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딱히 뭐라고 할 수는 없는데 심장의 울림이랄까… 온몸에서 느껴지는 전율이 다르거든요.
예전에 틴벨이라고 해서 10대들만 들을 수 있는 벨소리가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눈이 침침해지듯이 청력도 퇴화를 하는데 1만 7000Hz 이상의 고주파는 10대들만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통상 30대는 1만 6000Hz 이상, 40대는 1만 4000Hz 이상, 50대는 1만 2000Hz 이상을 들을 수 없다고 합니다.
요즘 애들은 일찌감치 이어폰을 내 몸과 같이 사용해서 청력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재미 삼아 첫 음악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내 귀 나이를 알아보는 실험을 하는데 10대임에도 불구하고 청력 나이가 저랑 비슷하게 나오는 학생들이 많더군요. 이번에 출시된 에어팟프로2에 보청기 기능이 추가 됐다고 하는데 몇 년 뒤면 저랑 함께 에어팟을 끼고 수업 듣는 학생들을 만날 것 같습니다.
어떤 분께서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귀가 잘 안 들리는 이유는 적당히 알고도 모르는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하라는 조물주의 큰 뜻이 담긴 거라고 하시더군요.
신이 있다면 부디 오늘도 제가 수용할 수 있는 만큼의 이야기만 들을 수 있게 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