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부모님들 중에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게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징징대”라고 말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실적 압박을 받으며 나와 생각이 다른 직장 동료와 상사들 때문에 회사생활이 힘든 것처럼 아이도 매일같이 성적이라는 압박을 받으며 각양각색의 개성을 가진 학생들과 부딪히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있으면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지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학교 폭력이 대입에 반영되면서 학교에서 변호사를 보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이들 간의 문제에 어른들이 끼어드는 순간 완만한 합의보다는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학교 폭력 피해자, 가해자로 얽히고 소송까지 가면 다시는 예전처럼 친한 관계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언론에서 자극적인 학교폭력 사례를 다루고, <더 글로리>와 같은 드라마에서 학대받는 아이의 모습이 많이 노출돼서 그런지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부모들은 아이들간의 문제를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른의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학교폭력을 축소·은폐 시키고 하는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옹호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친구랑 화해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초임 시절만 하더라도 학교 폭력이라고 하면 뉴스에 나올 법한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고등학생이 중학생을 삥뜯고, 중학생이 초등학생을 삥뜯은 초중고 연계 학폭사건, 몇년에 걸쳐 동급생이 동급생 셔틀을 시킨 사건 등 사안의 심각성이 큰 사건이 주를 이뤘습니다. 요즘도 이런 사건이 아애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화가 필요해”라고 느껴지는 사안들이 크게 늘어난 것 같습니다.
남학생에 비해서 여학생들이 특히 관계에 예민합니다. 가족간의 관계, 친구간의 관계 등 사람 대 사람 간의 관계로 인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 사람 대 사람의 관계가 어렵고 아직도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때 선후배 관계, 동급생 간의 관계로 인해 힘든 학교 생활을 보냈습니다. 엄마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엄마가 개입할수록 저에게 쏟아지는 주위의 시선과 비아냥들이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도저히 못버티겠다는 생각에 전학을 알아보게됐는데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되신 은사님께서 “네가 원하면 언제든지 이 학교로 전학을 와도 좋아. 네 성적이면 어디든 갈 수 있을거야. 하지만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 일어난 문제는 스스로 정리를 하고 와야해. 그렇지 않으면 어느 곳으로 도망치든 그 문제가 널 따라다닐거야. 소문은 발보다 빠르니까… 어쩌면 전학을 오기 전에 학교에 소문이 쫙 펴져 있을 수도 있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교우관계로 학교 생활을 힘들어하는 학생에게 “전학을 가든, 자퇴를 하든 원하는데로 해. 하지만 도망가는 것만으로는 일을 해결할 수 없어. 너를 힘들게 하는 그 아이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면 너와 그 아이의 급이 달라야 해… 그게 공부가 됐든 미용이 됐던 뭐든 열심히 해서 그 아이와 네가 사는 세계가 달라져야해. 지금 이 상황이 힘들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평생 그 아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라는 말을 합니다.
명백히 학교폭력 피해자 학생인테 자퇴서를 주는 선생님을 보면서 ‘내 쓸모를 증명하지 못하면 다음에 저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공부를 잘하니 선생님들과 친해지고, 선생님들과 친해지니 교무실 출입을 편하게 출입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는 동급생이 저에게 “나 커피 마셔야 되니까 따뜻한 물 떠와”라고 말하면서 물셔틀을 시키더군요…. 순간 ‘기싸움에서 지면 고등학교 생활 내내 끌려다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교무실로 가 티나게 따뜻한 물을 받고 있었습니다.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나한테 이유를 물어봐 주세요’라고 생각하며 서 있었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학생들이 이용하는 식수대가 있는데 왜 교무실에 와서 물을 받니?”라고 물어보시더군요…. 이때다 싶어 담임 선생님께 사건의 경위를 말씀드렸고 저를 따라 반으로 들어오신 후 물셔틀을 시킨 동급생을 불러 상담을 진행하셨습니다. 그 뒤로도 비슷한 일이 몇번 더 있었으나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며 그 아이를 귀찮게 하니 “또라이”라고 하면서 덜 건들더군요….
버티다 보면 좋은 일도 생깁니다. 고등학교 생활이 힘들었지만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이야기 하는게 저의 고등학교 생활입니다. 예술고등학교의 생활이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신선하고 신기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부모가 나서서 아이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것도 좋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있어야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알 수 있습니다.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이라는 MBC 예능을 보는데 박명수씨가 출연하셔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요즘 MZ를 보면 저희 때보다는 여유가 있잖아요. 유럽에 가서 사진을 찍고 일본에 가서 맛있는 라면을 먹고 “아 좋은 경험이야”라고 하지만 그건 경험이 아니예요. 그냥 놀러간거지. 경험은 피땀흘려 노력으로 얻는 것이 경험이예요”라고 말했습니다.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처절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싸운 흔적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의 말에 화내지 마시고, 답답하다고 짜증내지 말아주세요. 아이는 부모가 묵묵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스스로 해쳐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