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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 함부로 창업하지 마라 2.커피Talk(7화)

7. 커피가 좋은 이유

by 박주민

나는 이쑤시게를 자주 이용한다. 근데 이쑤시게는 왜 그렇게 한번 쓰고 버리는 게 아까운지 책상위 어디곤 꼭 놔두게 된다. 즉, 몇 번을 쓰다가 버리게 되는 게 이쑤시게다. 그런데 그 얇고 작은 이쑤시게는 어디에다 놔도 전체 경관을 망친다. 주위의 책, 노트북, 화장품, 핸드 폰, 라디오 어떤것과도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결국, 책장안쪽 안보이는 곳 이쑤시게통 위에 살포시 숨기다시피 올려놓게 된다. 누가 보는 일도 없는 데 말이다. 반면, 커피는 어느 곳에 놔둬도, 어느 누구에게 주어도 잘 어울린다. 오히려 근사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커피는 그 대상을 멋지게 만들어주는 그 무엇이 있음에 틀림없다. 대표적인 게 와인이 그렇고, 커피가 그렇다. 커피는 좀 더 대중적이여서 친근하기까지 하다. 예전에 커피일을 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자주 물었던 질문이 있었다. 커피가 그리고 커피일 을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말이다. 가장 많은 답변은 커피를 그라인딩 할 때 즉, 분쇄할 때 나는 커피향이 너무 좋아서라는 답변이였다. 그 향에 한번 매료되면 헤어나오기가 어렵 다는 것이였다. 솔직히 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 말에 상당히 동의한다. 커피향에는 사 람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힘이 있다. 내가 일하는 까페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사랑방 분위기의 아담한 까페다. 미송합판으로 겹겹이 벽면을 두르고 있고, 은은한 조명이 비추인 다. 그런데, 핸디캡이 하나 있는데 환풍시설이 다소 열악해서 출입문을 살짝 여닫으면서 환 기를 시켜야만 하는 불편이 있다. 그런데 그 덕분에 커피를 로스팅하거나 커피를 내릴때면 발생되는 커피의 진한 연기와 내음이 온 벽면에 수년간 베여 - 일하는 나나 직원들은 잘 못 느끼지만 - 들어오는 손님마다 거의가 탄성을 내지른다. “와 커피냄새 너무 좋다.” 외관 상 화려한 까페는 아니지만 커피내음 가득 베인 커피향으로 오시는 손님들의 뇌리속엔 그 무엇보다 화려한 커피내음으로 기억되어 있는 것이다. 때론 시각보다 후각이 더 강렬하다. 앞서도 말했지만, 커피는 사람을 보다 더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나는 다 소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나 매우 경직된 직장문화를 거쳐 온 사람이였다. 원 래 나같은 성향의 사람들이 욕망의 분출구가 터지면서 사고를 친다. 이른바 송곳이다. 억눌 려 있던 자아가, 자유에 대한 갈망이 한꺼번에 표출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항상 자유 를 꿈꾸며 살아왔다. 오죽하면 내 블로그 예명이 자유로운 영혼이었을까. 적지 않은 세월 조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습득된 나의 경직된 사고는 커피를 하면서부터 조금씩 변화해 가 기 시작했다. 그러나, 쉽게 그 때가 빠지지는 않았다. 많은 시행착오와 인내가 필요했다. 커 피는 그러한 나를 옆에서 묵묵히 응원해준 친구와 같은 존재였다. 마치 여행의 동반자처럼. 실제, 커피여행은 신선한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선사해 준다. 이전의 여행들과는 비교가 되 지 않는다. 이유는 바로 테마가 있는 여행이 되었기 때문이다. 테마가 있는 여행은 즐겁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그곳을 대표하거나 회자되는 까페나 음식 그리고 커피들이 꼭 있기 마련이다. 무작정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이렇듯, 내가 관심 있어하고 궁금해하는 테마가 있게 되면 그 여행이 한결 풍요로워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혼자하는 여행도 나 쁘지 않다. 테마가 있으면 혼자하는 여행에서 오는 뻘줌함도 극복할 수 있다. 오히려 집중 력이 더 커져서 가는 곳마다 신기함과 반가움이 더해가기 때문이다. 물론, 친구랑 다니 면 더 좋다. 나는 직원들과도 커피투어를 정기적으로 다니곤 했는 데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커피는 원래 역사적으로 중세전후 유럽의 교양있는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지식인들의 문화 적 코드였다. 7세기경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경작된 커피가 예멘과 터키를 거쳐 유럽전역에 서 꽃을 피우기까지 약 천년의 시간이 흐르지만, 본격적인 커피의 부흥은 14-16세기를 전 후한 유럽의 르네상스와 더불어 성장해왔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커피 는 커피하는 사람들을 실제보다 더 고상하게 만들어주는 어떤 힘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지금껏 커피일을 해오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그런 소리를 들었다. “어머 좋으시겠다 커 피일 저도 하고 싶어요, 제 로망이예요, 분위기있어요. 멋져요.” 이런 말을 들으려고 시작한 것은 아닌데, 커피나 커피일을 가지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들어본 적이 없다. 분명 커피를 더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커피는 사람을 늙지 않게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노화를 더디게 만든다. 내 나이 가 한국나이로 47세인데,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이후로, 또래의 친구들보다 최대 10살까지도 어리게 본 분들이 많았다. 지금은 되려 컨셉을 올드&카리스마로 바꾸어 5살 정 도로 간격을 좁혀놨지만 실제 그랬다. 무슨 약장수 이야기처럼 들으시는 분도 있겠지만, 이 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면들도 많고 내 스스로가 임상실험(?)을 해 본 결과 상당한 효과를 봤다고 확신한다. 우선, 많은 사람들은 커피하면 카페인, 카페인 하면 이뇨작용을 떠올린다. 그래서 몸속에서 수분이 많이 배출되니까 피부노화가 촉진되는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맞다. 노화가 촉진되는 분들 많다. 그런데, 그건 커피때문이 아니고 스트레스 많이 받 고 동시에 술담배 많이 하는 사람이 커피를 마셔서다. 이뇨작용은 몸속의 노페물을 소변으 로 빠지게 해 주는 것이니까 나쁘지 않은 것이며, 그 양이라는 게 일상 생활중에 우리가 배 출하는 소변양과 큰 차이가 없다. 물 한두컵 더 마시면 해결 될 일이다. 커피성분 중에는 이외에도 피부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과 함께 폴리페놀 그 중 카테킨이라는 성분이 있는 데 그 주요작용이 항산화 작용이다. 항산화 작용이 바로 피부의 노화를 더디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더치커피를 포함한 신선한 슬로우 커피를 마시면 그 효과는 배가가 된 다. 실제 더치커피에는 폴리페놀 화합물인 클롤로겐산의 함량이 일반 에스프레소보다도 훨 씬 많다고 보고되어졌다. (#주석 더치커피에 관한 연구 - 대한보건연구 2013) 그러므로, 더 치커피는 항산화작용이 더 우수하다. 이 외에도 이뇨작용의 증가로 니코틴 해독과 혈당수치 정상화, 운동하기 30분전 음용시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다이어트에도 유익하다고 하니 어찌 이 커피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건강전도사는 아니지만 평소 꾸준한 운동과 자 극적이지 않은 식습관 그리고 내가 직접 로스팅하여 만든 신선한 커피를 슬로우, 페스트로 다양하게 만들어 하루 3-4잔씩 지난 7년간 마셔왔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내 피부와 몸매 는 일반적인 40대들과 달리 탄력있고 슬림하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커피가 좋은 가장 큰 이유는 마시는 즐거움이다. 몸에 좋은 걸 찾 는다면 굳이 커피를 마실 필요가 없다. 무슨 스테미너 음료도 아니고 말이다. 커피가 한모 금 목젖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밤새 잠들어 있던 오장육부의 모든 세포 하나하나를 깨우며 그 향과 더불어 커피 특유의 신선한 맛이 나를 일으켜 세우기 때문이다. 다른 말이 필요없 다. 그냥 맛있다. 사람마다 커피를 마시는 습관들이 다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 나자마자 빈속에 커피부터 들이키다시피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 경우는 맛있고 신선 한 한잔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아침밥부터 단단히 챙겨먹는 편이다. 과일도 곁들이면 더 좋 다. 쾌변까지 해주면 금상첨화다. 그렇게 아침에 출근을 하고 까페 오픈준비를 마치고 나면 대략 오전 9시50분. 영업개시 10분전. 혼자 조용히 의자에 앉아 전날 볶아 두었던 원두를 꺼내 커피를 내려 마신다. 너무 너무 맛있다. 특히, 그 신선함은 내가 내 자신에게 보증한 다. 이 때가 나에겐 천국이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그래서 난 이 커피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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