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커피전문점 함부로 창업하지 마라 2.커피Talk(6화)

6. 맛있는 커피, 비싼커피, 좋은커피들에 관한 이야기

by 박주민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가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바로 남이 타준 커피란다. 물론, 이 말은 농담이다. 하지만, 남이 타준 커피인데도 만일 커피가 맛이 없다면 그것은 농담이 아니라 진짜 맛이 없는 커피일 확률이 높다. 우리가 흔히 아는 비싼 커피가 있다. 커피루왁, 블루마운틴, 하와이안 코나등이다. 아마도 한잔에 최소 15,000원에서 3만원 이상가는 가격 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커피들은 맛이 있는가? 맛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맛 이 없다고 말하는 이도 분명히 있다. 그것은 기호의 차이다. 혹은 맛은 있는데 이 가격을 지불할 정도로 맛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렇다면 좋은 커피는 무엇 인가? 맛있고 비싸면 좋은 커피라고 할 수 있겠는가? 유기농 커피, 그늘재배 커피, 스페셜 티 커피 이런한 것들이 좋은 커피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좋은 커피의 기준은 무 엇인가? 지금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그렇다. 원두커피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중에서 도 싱글오리진 즉, 스트레이트 커피를 위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달달한 다방커피나 카라멜 소스를 듬뿍 넣어 만든 카라멜 마끼아또는 정말 맛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커피맛에 첨가물 을 넣은 관계로 이 주제에서는 제외하기로 한다. 그럼 돌아와서 우리는 좋은 커피의 기준을 좀 짚고 넘어갈 필요성이 있다. 여기서의 좋은 커피는 재료로서의 좋은 생두를 의미한다.(참 고로 생두도 커피로 명명한다) 살펴보면 수확한지 1년이내의 고지대에서 생산되어 밀도가 높은 생두(New Crop)중 짙은 청록색을 띠며 결점두가 적고 크기가 균일한 또 사이즈가 큰 것을 흔히 좋은 생두라고 한다. 그리고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스페셜티라 불리우는 커피의 경우(SCAA기준) 수분함량이 최소 10%~13% 이내이면서 콩의 크기가 전체 샘플편차 5% 이내에 들 정도로 균일해야 하며 오염된 냄새가 나지 않는 커피를 일컫는다. 이것도 모자라 COE(Cup of Excellent)라 하여 커피가 재배되는 나라를 중심으로 그 해에 최고의 커피를 가려 전 세계에 제값 혹은 이상을 받고 경매된다. 곧, COE 커피는 좋은 커피이면서 동시에 비싼커피로 등극이 되는 셈이다. 위의 내용만 놓고보면 좋은 커피는 맛있고 비싸다는 공식이 성립이 된다. 그렇지만 요즘 커 피 수입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커피농가와 계약을 맺고 품종을 개발하거나 상호 신뢰하에 직 거래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 말은 가성비 즉, 가격 대비 좋은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다각 적인 노력들을 기울여 최고레벨의 커피 즉 COE에서 상위 랭크를 한 아주 값비싼 커피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준수한 맛을 낼 수 있는 수준의 커피생두들을 공급해 준다는 의미이다.. 실제, 수입업체에 주문을 하면 한 품종이 일년내내 꾸준히 공급되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드시 중간에 한두번은 단종이 되거나, 품절이 된다. 그런 경우 업체는 대체생두를 권유 해 주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는 다른 업체에 문의해서 주문을 하면 된다. 대부분의 수입업 체들은 직거래도 하지만 주로 선물방식에 의해 수입을 해 오기 때문에 그때그때마다 가격과 커피양 그리고 질이 항상 달라지기 때문이다. 원유의 수입방식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자, 여기까지가 재료단계에서의 커피이다. 어떤가 재료로서의 커피세계가 다소 복잡해 보이 지 않는가. 그러나, 우리는 어디까지나 한잔의 맛있는 커피를 즐기고자 하는 소박한 커피음 용자 일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재료단계의 커피까지 헤아려 마실 여유는 없다. 크레마가 풍부한 에스프레소를 즐기든, 깔끔하고 정갈한 드립커피를 마시든 말이다. 우리는 그저 맛 있는 커피, 좋은 커피를 구분해 낼 줄 아는 능력만 키우면 되는 것이다. 그건 생각보다 어 렵지가 않다. 에스프레소의 경우 우선 시각적으로 지방질이 풍부한 황금색 크레마가 두껍게 층을 형성하고 있으면 좋다. 가급적 빠른 시간안에 마실 것을 권하며, 첫 모금에 코끝을 자 극하는 특유의 휘발성향이 느껴져야 한다. 이후 쓴맛, 단맛, 신맛의 순서로 입안가득 퍼지면 서 목젓을 타고들어 갈때의 벨벳같은 부드러움이 느껴지면 훌륭하다. 반면, 싱글오리진 커 피는 향 자체에서 타고 올라오는 특유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어야 된다. 그동안 많은 손님 들을 상대로 지켜본 결과 커피에서의 신선함은 맛을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누구 나 관능적으로 알아채게 되어 있다. 음식맛의 반은 신선한 재료맛이듯, 커피 역시 갓 볶아 낸 커피 특유의 구수함과 신선함은 그냥 느낌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 신선함에 대해 난 막힌 코를 뻥 둟어주는 듯한 신선함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 다음으로 맛있는 커피라면 마시고 난 뒤 더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할 것이다. 커피 일을 하면서 또 기분이 좋은 때는 손님께서 리필을 요청할 때이다. 바로 그것이 마시고 난 뒤 더 마시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손님이 가시고 테이블을 정리할 때 자연스럽게 보이는 잔안의 남은 커피양을 보면서 손님이 내 커피를 맛있게 즐기셨는지 아닌지 대략은 알 수 있다. 가끔, 커피가 많이 남아있기라도 하면 갑자기 부끄러워지고 미 안한 마음이 드는 건 지금도 여전하다. 다른 이유일 수도 있지만 내 커피가 그분의 기호에 맞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던 스타벅스의 커피에 길들여진 많은 사람들은 우 리 까페에서 마실 때 보리차처럼 너무 연하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그럴때는 샷을 추가로 요청하셨으면 좋겠다. 역설적인 얘기같지만 연하게 볶은 커피라 해서 진하게 마시지 말라는 법은 꼭 없기 때문이다. 사실, 외국 까페에서 손님들의 요구는 상당히 까다롭다. 샷은 물론 이고 설탕과 각종 소스의 추가, 물의 온도, 얼음의 양, 휘핑크림의 유무 등 한 고객이 주문 한번 할 때 요구사항이 엄청 많다. 반면 한국의 손님들은 비교적 심플하다. 일하는 사람 입 장에선 물론 편할 수도 있겠지만, 맛을 추구하는 데 있어선 다소 까다로울 수 있을 필요도 있다. 단 정중하게 말이다. 커피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엔 크게 두가지가 있다. 맛있는 커피 집을 찾아서 마시는 방법과 자신 스스로가 맛있는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것이다. 가능 하다면 둘 다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또 하나 맛있는 커피가 되려면 마실 때 목넘김이 편하고 차갑게 식어도 맛이 좋은 커피여야 한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첫맛은 다소 진하고 쓰지만 마실수록 부드러움이 느껴지면서 상 큼한 신맛이 올라온다면 그 커피는 사실 고급커피이다. 그래서 커피를 진정으로 즐기는 단 계가 오면 쓴맛보다는 신맛을 아는 단계로 올라섰을 때라고 커피인들은 흔히 말한다. 기분 좋은 신맛은 단맛도 수반하기 때문에 그 영역까지 같다면 하산해도 좋다. 마지막으로 커피는 다른 품목과 달리 신선함을 추구하는 기호식품이다. 그래서 브랜드가 아 무리 훌륭한 커피라 할지라도 신선함이 없다면 맛이 있을 수 없는 게 정상이다. 위에서 언 급한 맛있는 조건을 두루 갖춘 커피라 할지라도 로스팅 후 일자가 너무 지난 커피라든지 적절치 못한 방법으로 보관하거나 추출할 시 그 어떠한 커피라도 맛있게 즐길 수가 없는 것 이다. 이제부터라도 커피를 소량으로 구매해서 빨리 마셔 없애는 습관을 들여보자. 믿을 수 있는 동네까페를 단골로 지정하여 로스팅 날짜를 확인하고 구매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가급적 개 인용 그라인더를 구비하여 추출직전에 분쇄하여 내려먹는 습관을 들여보자. 이 정도만 지키 면서 커피를 즐길수만 있다면 꼭 값비싼 COE나 스페셜티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맛있고 좋 은 커피와 그대는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keyword
이전 13화커피전문점 함부로 창업하지 마라 2.커피Talk(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