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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 함부로 창업하지 마라 3.까페Talk(2화)

2. 프렌차이즈 숍 VS 개인까페

by 박주민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고려대 개운사길 근처에 위치 한 커피빈이다. 이곳은 물론 직 영 체인점이다. 보통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는 프랜차이즈와는 달리 본사에서 직접 운영을 하는 곳이기에 맛과 서비스가 비교적 일정하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곳의 공간을 사러 온다. 개인까페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큰 공간과 시간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탁 트인 공간과 북까페 형식의 따스한 우드레인의 테이블은 마음을 편하게 한다. 이 넓고 예쁜 공간을 오롯 이 즐기려면 오전시간이 좋다. 따스한 햇볕이 큰 통유리를 통해 비추이고 제법 맛있는 커피 와 함께 하노라면 정말 행복한 기운이 감돈다. 일이 술술 풀리는 것만 같다. 아메리카노의 가격은 5천원. 스타벅스보다도 약 20%나 더 비싸다. 커피빈의 아메리카노는 수준급이다. 딱 마셔보면 알 수 있다. 기본 베이스인 에스프레소의 균형이 잘 맞추어져 있고, 시간이 지나 도 구수한 맛과 부드러움이 잘 변하지 않아 또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좋은 커피이 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이 공간과 커피맛을 고려할 때 5천원은 결코 비싼 게 아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리필서비스가 안된다는 점. 일체의 쿠폰서비스도 없다. 대학가 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도도한 느낌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바탕으로 일종의 프리미엄 커피 와 고급 까페 이미지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자본력과 나름의 커피철학을 가진 회사 이기에 가능한 운영시스템이다. 반면, 한두블럭 안암역 주변을 돌아보면 1,000원대 커피를 파는 프랜차이즈들을 어렵지 않 게 볼 수 있다. 라바짜 커피를 다시 도입한 맥도널드, 요즘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백스 커피 등이다. 편안한 공간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원두커피이지만 아주 인스턴트하게 마셔주 고 가야 할 분위기이다. 대신 가성비가 좋아 부담없이 즐기기엔 그만이다. 어디 그 뿐인가. 정말 호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사람들이라면 편의점 까페도 나쁘지 않다. 마셔보면 또 그럴 사하기까지 하다. 천원인데 무얼 바라겠는가. 중이 제 머릴 못 깎는다고 정작 커피하는 나 는 집에 커피가 없다. 매장을 매일 가니 굳이 집에 쌓아놓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쩌다 쉬는 날 늦잠을 자고 일어나 커피가 간절해질 때, 그런데 주변에 맛있는 커피집은 없을 때 아쉬운 대로 난 근처 편의점에 가서 캡슐커피를 마시곤 했다. 천오백원 커피다. 무얼 바라 겠는가. 난 그저 카페인 흡입이 필요할 뿐이다. 그 틈에 끼여 가장 곤욕을 치루고 있는 업체들은 아무래도 개인까페 일 것이다. 개인 까페 는 일단 브랜드력과 구매력에 의한 원가경쟁력이 달리기 때문에 소비자의 편익과 가격경쟁 력을 모두 갖추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개인까페는 단골고객을 많이 확보해 야 한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에 비해 가장 큰 장점은 오너의 수완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 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마디라도 더하고, 밝은 미소도 더 크게 지을 때 손님들은 그곳에 애 정을 가지게 되고, 때론 친구처럼 형, 동생처럼 가까워 질 수 있는 것이다. 스토리가 있다면 더욱 좋다. 그것이 커피관련이든, 까페관련이든 말이다. 커피와 관련된 스토리는 무궁무진하 다. 한잔의 커피를 만드는 과정속에 오너의 철학과 수고가 담겨져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 분하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자신만의 커피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다. 거기엔 큰 기쁨이 있다. 개인까페 그것도 로스터리 까페를 하는 오너의 경우 자신의 커피를 크레이지 하게 좋아해주 는 소위 매니아 고객이 있을 것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7년간을 돌이켜 보니 그런 분의 얼굴들이 생각보다 많이 떠오른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나의 커피를 뜨겁게 즐겨주 시는 분은 인사동에서 전통 감물옷(일명 갈옷)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계시는 김모 사장님이 다. 그분은 40대 후반에 전업주부에서 사업가로 변신하여 10년 이상을 엄청난 고생 끝에 자신만의 감성돋는 제주도 전통 갈옷을 세상속에 펼쳐내고 계신 것이다. 영화감독 김기덕씨 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을 때 입은 옷으로 유명하다. 보통 한 벌에 몇백 만원은 기본인데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 이 분은 오로지 케냐AA만을 드셨는데, 내 커피에 대한 예찬론자이면서 전도사이기까지 하셨다. 한번은 그 분 매장을 한번 놀러간적이 있었는 데, 예사롭지 않은 손님들이 시간차를 두고 쏙쏙 들어오셨다. 지인분들이였다. 재밌는 건 한 번도 뵌 적도 없는 그 분들이 나를 알아보시는 것이였다. “ 혹시 커피000의 박사장님 아니 신가요? ” 얼마나 나에 대한 또 내 커피에 대한 예찬을 하셨으면 손님들 마져도 느낌으로 날 알아보시는 것이였다. 압권은 제주도에서 오신 분들이였다. 김 사장님은 제주도를 가든 어디를 가든 내 커피를 항상 들고 다니시면서 그들에게 직접 커피를 내려주곤 하셨는데, 이 분들 역시 나를 보자마자 커피 맛이 너무 좋아 어떤분이신지 궁금했다며 만나서 반갑다고 연신 칭찬을 해 주시는 것이 아닌가. 개인까페를 하면서 느끼는 보람 중 하나이다. 커피는 작은 사치품이며, 기호식품이다. 담배가격을 아무리 인상한다 해도 담배판매량이 줄 지 않듯, 커피 역시 인류가 멸망한다해도 와인과 더불어 결코 사라지지 않을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물질이며 선물인 것이다. 이러한 커피를 사고 파는 데 있어 프렌차이즈이든 개인 까페이든 형태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 다만, 편견없이 커피를 합리적으로 소비하 는 데 있어서 다소 오해가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대표적인 이슈가 아무래도 가격인데, 가끔 인터넷에 올라오는 기사들을 보면 어이없는 기사들이 참 많은 것 같다. 가령, 커피의 원가와 관련된 운운이다. 커피원가가 100원이네 300원이네 하면서 어떻게 4-5천원의 커피 가격을 책정하냐는 아주 단순무식한 기사들을 지칭한다. 기자라면 한번쯤은 까페를 운영하 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발 들어보고 기사를 올려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아울러 이런 질 문을 드리고 싶다. “ 당신이 기사를 쓰는 펜과 통찰력의 원가는 도대체 얼마입니까? ” 일단, 까페를 7년간 운영해 본 사람으로서 내린 결론은 커피가격 책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커피로 때돈을 번 경우는 아주 드물다. 특히, 영세한 개인사업자들의 경우엔 심각할 정도로 수익률이 떨어진다. 돈을 벌어들이는 로직은 단순명료하다. 마진총액 곱하기 회전율이다. 하 루종일 커피를 판다해도 회전율이 최고조에 이르는 점심시간대를 제외하면 사실상 회전율이 생각보다 높지가 않다. 목이 좋은 경우 손님이 많이 오면 오는대로 인건비의 부담이 증가한 다. 맞은편 경쟁사 까페 때문에 커피가격도 비싸지 않다. 거기다가 결정적으로 우리나라 임 대료의 수준이 매출액대비 너무 높게 책정되어 있어 경영을 아주 잘하는 까페가 아니면 영 업이익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타개하는 방법은 객단가를 올려 수익률을 올 리는 방법밖에는 없는데, 커피와 어울리는 브런치나 크로와상을 하려면 더 넓은 공간과 투 자가 선행되어야만 하는 부담이 따른다. 자본 및 공간적 제약이 많은 개인사업자들에겐 특 히나 취약한 조건이다.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을 살펴봐도 5% 전후다. 어쩌면 1-2%대의 프 렌차이즈도 많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들의 전략은 무조건 매장수를 늘려 매출을 늘리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결국, 가맹점주들만 죽어나는 것이다. 개인까페는 그래서 뭐 하나라도 특징이 없으면 망하기가 쉽다. 나 같은 경우 그나마 7년여 를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소량 로스팅으로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를 공급한다는 컨셉 을 꾸준히 지역사회에 포지셔닝 해 온 덕분이였다. 선수 선점의 효과다. 즉, 많은 까페를 다 니더라도 정말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한번쯤은 우리까페로 오는 경우가 되 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수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 피에 대한 가치판단 수준은 그렇게 높지가 않다. 커피를 마시려는 니즈가 맛보다는 다른 편 익에 더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쩔 때 보면 되려 커피맛에 대한 기호가 퇴보한 것처럼 보일때도 많다. 거기다가 너무나 많은 프렌차이즈들이 도심 곳곳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철학이 깊이 베인 개성있는 커피를 마시기가 점점 곤란해져가는 분위기다. 상생을 하기엔 이런저런 벽들이 너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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