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집이야 말로 증발되지 않은 감정의 잔향을 가득 머금고 있다.
마르지 않은 빨래가
목을 감싸고 있다
창밖은 밝지만
방 안은 아직
어제의 습기를 떨치지 못했다
축축한 그늘이
탁자 아래서 식어가고
검은 봉지는
상온에서 천천히 부푼다
무슨 냄새랄 것도 없이
불쾌한 것들이
기척도 없이 자라난다
나는 오늘도
밖으로 나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문도 닫았는데
어디선가 바람은 들어온다
이제야 보이는 노란 것마저
나와는 인사 나누기 싫다는듯
바삐 내려간다
그래 가라 또 보자
아직 신도 못 벗었는데
뭐가 그리 급한지
금방 꺼지는 센서등에게
모멸감을 느껴본다
내가 환기하고 싶은 건
공기가 아니라
말라버린 국그릇 옆에
다 식은 이름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