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못하는 인의 시

마음으로 본다는 말이 뭔지 나도 모르는데 너는 알까

by 박재

나는 시인이 아닙니다



나는 보이지 않습니다

관찰하느라 뚫어지게 쳐다볼 일이 없습니다


대신 더듬이를 뻗듯
손끝으로 더듬고 코끝으로 가까이 들어갑니다
나의 관찰은 조금 더 느리고 지저분합니다


보이지 않기에 머리카락도 날벌레도
목젖에서야 분간합니다
비위도 감정도 뒤늦게 알아챕니다


내 눈빛에 온도가 있을까요
이거 보세요 뿌옇게 김 서린 안경을 보세요
중앙부터 맑아지는 것이 보이나요


보이지 않는데
시를 어떻게 쓰냐고요


마음으로 본다는 말 잇잖아요
사실 저는 그 말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아닙니다


하지만 실컷 보고도 쓰기 전에 다들 한 번 눈을 감아 보잖아요
결국 꺼내야 하는 건 속의 것이니까

바깥 한 번 그리고 안쪽 한 번 보며 확인하잖아요


배에 귀를 대고 안쪽의 물컹하고 축축한 소리를 들어보세요

보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시인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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