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아이와 계획표 세우고 지키기
주간 계획을 세우고, 공부 우선순위를 정하고, 지난주를 리뷰하는 일.
꼭 해야 하는 일이고, 하면 너무 좋은 하루 루틴이라는 거 두말 하면 잔소리죠.
그런데 참 그게 안됐습니다. ADHD 아이에게 참 여러운 것이었습니다.
전전두엽 발달이 더뎌서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일.
실행기능이 약한 우리 아이는 계획은 지루한 일, 부담스러운 일, 피하고싶은 일로 생각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매번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어느새 포기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아이는 회피가 심했고, 조금만 건드려도 짜증과 화가 먼저 튀어나왔습니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아이는 미루고 미루다 화를 내며 겨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학교 숙제가 나오면 그 숙제가 버거워 늘 짜증이 잔뜩 올랐어요.
시작하더라도 이미 화가 난 상태였기 때문에 공부가 될 리 없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1월부터 이사비나 선생님의 ‘산만한 아이 공부 모임’인 <A+스터디> 모임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우리에게는 하나의 터닝포인트였습니다.
일년이 지난 지금.
아이는 매주 계획을 세우고, 공부해야할 내용을 배치하고, 완료여부를 체크박스에 표시하고 있습니다.
아직 스스로 다 하는 건 아니고, 계획대로 지키지는 못합니다. 지난주 리뷰 내용도 "계획을 다 지키진 못했다"고 쓰고 마는 수준입니다.
그래도 분명한 변화는 있습니다.
일년간 아이는 천천히 발전했고 분명히 나아졌습니다.
지난 일년을 돌아보며 아이와 제가 지키려고 했던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엄마의 역할은 아이를 도와주는 사람.
- 공부를 못하는건 혼날 일이 아니라 도와야할 일.
- 다만 노력조차 하지 않는 건 함께 바로잡아가야할 일
- 아이가 자기 속도로 나아가는 것을 인정해주고 알아봐주기
가장 먼저 한 일은 하루에 해야 할 양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계획을 세우고 지켜보는 것. 아이가 해보겠다는 양만 계획에 넣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하는 공부양은 의식적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1문제를 풀어야 3문제도 풀게 되는 거니까요. 젖병으로 우유를 먹는 아이에게 컵으로 우유를 마시라고 해봤자 마시지 못합니다.
또한 오늘 해내야 내일도 해보자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너무 힘들면 내일 시작하기도 전부터 걱정이 되고, 아이는 결국 회피할 거라는걸 알았기 때문이에요. 결국 제 기준을 낮추고 욕심을 덜어내고 걱정을 멈추는 게 첫 시작이었습니다.
공부의 수준도 낮췄습니다. 쉬운 것부터 반복했습니다. 단어를 못 외운다도 속상해할 게 아니라 그 단어를 아이와 10번 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단어가 외워지는 경험을 하니 아이의 태도도 달라졌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이전보다 나아지는 게 보일 때 잊지 않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연습하니까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수학 방정식을 계속 틀려 짜증이 나는 아이에게도 " 연습하고 있으니 나아질 거야"라고 말해줬습니다. 멈추지만 말자고 했습니다.
며칠 전 아이와 겨울방학 계획을 세웠습니다.
과목별 목표를 정하고 꼭 해야 할 공부를 정리했습니다.
이에 맞춰서 아이가 해보겠다는만큼만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이가 요일별 칸에 맞춰서 과목을 배치했습니다.
감격이었습니다.
아이가 너무나 회피하던 계획 세우기를, 아이가 자기 손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아이만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연습하니까 나아집니다.
아이도 저도 둘 다 그렇습니다.
아이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고
저는 보다 아이를 이해하고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이 우리 둘의 마음속에서 희망이라는 새싹으로 자라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