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침 루틴이 나를 구한다!

#불안장애

by 송송당

방금 운동을 다녀온 참이다.


어제, 아니 오늘이겠지. 새벽 2시에 한 번 깬 게 흠이긴 하지만 나름 잠을 잘 잤고 새벽 5시 45분에 일어나서 새벽 6시 반 크로스핏 수업을 듣고 왔다.


새벽에 크로스핏을 나가려면 생각을 아예 말아야 한다.


전날 운동 갈 가방을 챙겨두고(입을 운동복도 꺼내둔다), 시간이 되면 기계처럼 움직인다.


이렇게 하면 주5일 새벽 운동을 나갈 수 있다.


원래 새벽에는 절대 일어나지 못하던 내가 마음을 먹으니 새벽 운동을 한다.


세상에 못할 일은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만으로 40세를 1년 정도 앞두고 있는 시점, 예전처럼 운동을 할 수는 없다.


크로스핏에서는 RXD라고 당일 할 운동의 최고 무게나 강도를 정해두고 나머지 강도는 A,B,C로 구분하는데 나는 주로 중간 강도인 B를 선택해서 운동한다.


예전같으면 RXD를 고집했을 것이다.


오늘은 그나마 어깨가 아파서 특정 동작의 난이도는 더 낮춰서 진행했다.


죽기 살기로 하기 보다는 동작 하나 하나에 집중하면서 진행하고 적당히 땀을 흘린다.


그렇게 운동을 하고 돌아오면 역시 기계처럼 빠르게 해야 할 일을 한다.


동선을 정해두고 순서대로 샤워, 빨래, 집정리, 아침식사를 한다.


이것까지가 끝나면 나의 아침 일정이 다 마무리 되는 것이다.


이 때가 되면 기분은 날아갈 듯이 좋아진다.


내가 뭐라도 된 것만 같다.


물론 모든 것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낮시간에 불안함이 올라와서 계속 뭔가를 먹고 있다.


그러니 새벽에 공복운동을 해도 살은 빠지지 않고 몸무게는 몇 달째 그대로다.


가끔은 불안함이 너무 심해져서 아무 것도 못 하고 가만히 누워서 유튜브만 볼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자고 일어나서 운동을 가고 정해진 루틴을 돌리면 기분이 다시 좋아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너무 실의에 빠져 있지만도 않는다.


아무리 불안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나이지만 숨쉴 구멍 하나는 확보해놓은 것이다.


확실히, 도움이 된다.


이전에도 운동은 했지만 음주도 병행했기에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했고 항상 숙취에 시달리고 있었다. 수면도 엉망이라 저녁에 운동하는 것만이 유일한 운동시간이었다.


1년이라도 더 일찍 술을 끊을 걸...후회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벌써 술을 끊은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릴적 집주인 소년이 떠오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