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할 줄 알았지만 우와!의 연속
어른이 되면 근사할줄 알았다.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지 않는가. 나만의 공간, 옥상 파티,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즐거운 주말, 멋진 결혼식, 전문성을 갖춘 직업을 가진 내 근사한 미래를. 어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근사한 것들만 생각하며 하루 빨리 어른이 되길 바랐다.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어른생활은 정말이지 멘붕 그자체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더 혼돈의 어른생활속으로 빠져든다. 어른생활을 하며 어릴땐 그렇게 좋아했던 롤러코스터를 더이상 타지 않게 되는건 아마도 타고 싶지 않은 현실의 롤러코스터를 버텨내느라 수시로 멀미가 나서가 아닐까?
우아한 어른생활을 꿈꿨던 스무살, 진짜 어른이 되길 바랬던 서른살, 우아하긴 커녕 우와! 하게 된 마흔이 되기까지 나의, 어쩌면 우리 모두의 어른생활은 녹록치 않다.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이나이 먹도록 아직도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기분에 흔들리고, 듣고 들어 낡아빠진 누군가의 한마디에 또다시 휘둘리고 마는 내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90년생 후배에게, 조카에게, 나아가 어린이들에게 부끄러울 때가 많다. 선배, 누나, 과장님 같은 호칭으로 나를 부르는 12살도 더 어린 그들에게 때로는 말한마디 섣불리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다들 그렇게 살아”라거나 “인생이 원래 그런거야”라는 말을 하기는 싫었다. 다들 그렇게 사는지 어떤지, 인생이 원래 그런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으니까.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닌데 어른인척 앉아서 호기심어린 눈으로 세상에 대한 궁금함을 묻는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난감할 때도 많았다. 그저 때가 되면, 그리 근사하지 않은 어른생활을 조금 이해하게 될거라고, 되어 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속마음으로 말 할 뿐이다. 어제의 걱정이 사라지면 오늘의 걱정을 만들고 고민거리가 없을땐 이 평온함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 다시 걱정하고 마는 계속적 불안상태가 어른생활의 대부분이라고 어떻게 말 할 수 있을까.
어른이 되면 연차휴가를 내고 찾아갈 단골집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다. 드라마처럼 멋진 싱글 친구들이 나의 사건사고에 발벗고 달려와줄 줄 알았다. 밥 같이 먹을 사람, 함께 여행 갈 사람 몇명 쯤은 당연히 있을 줄 알았다. 독립해서 혼자 사는 것, 운전하는 것, 결혼하는 것쯤은 모든 인생의 기본값인 줄 알았다. 남들 다 하고 사니까 나에게도 당연할 줄 알았던 그 기본값들은 아직도 나의 기본값이 되지 못했다. 기본값을 하지 못한 지금, 혼자 세상의 중심에 서서 모든 이들이 기본값을 하고 사는 걸 지켜보는 기분이다. 나는 언제나 제자리에 서있고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은 변해가고 계절이 바뀌어 가는 걸 지켜보는 것 말이다. 그래서 각자의 삶을 살면 된다고 아무리 마음을 다 잡아도 점점더, 자주 외로워지는건 그야말로 어른생활의 기본값이 아닐까.
우아할 줄 알았던 내 어른생활이 우와!의 연속이란걸 알게 됐고 고민이란 해결되는게 아닌 더 큰 고민으로 잊혀지는 것이라는걸 반복 학습한 이후 본격 우와한 어른생활이 시작된다. 어른생활이 우아가 아니라 ‘우와’라는 걸 알때쯤 구두에서 내려왔고 더 많은 관계를 바라기 보다 나에게 남겨진 사람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남들이 말하는 기준에 사정 없이 흔들리고 다른 사람들이 가는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 돌아오기도 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과 내가 가야 할 나만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흔들렸던 수많은 말들이 내인생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걸 수만번 흔들려 본 후에야 알게 된 것이다. 내가 했던 잘못된 선택들은 나만의 길을 찾기 위한 나침반이 되어준 셈이고 내가 흔들렸던 수많은 말들은 진짜 들어야 할 말을 가려내준 훌륭한 거름이 되어준 셈이다.
내가 상상한 우아한 어른생활과 다른 우와한 어른생활을 살게 된 지금 때때로 외롭고 종종 후회된다. 그러나 외로워진 만큼 생겨난 마음의 공백은 뜨겁고 바쁘게 사느라 지나쳐오기만 했던 사람과 풍경을 천천히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언제나 나를 따라다니는 풍성한 후회들은 지금 이순간의 사소한 즐거운 것들을 놓치지 말라고, 그것만이 후회를 줄이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해준다. 동그란 모양의 지구본을 한쪽에서만 보면 반대편이 보이지 않듯 외롭고 불안한 어른생활에만 집중하다 보면 우리의 어른생활은 너무 혹독하다. 어른생활이 무르익을무렵 우리의 둥근 일상을 천천히 돌려가며 살다보면 우와한 어른생활도 꽤 우아하고 근사한 것이 되지 않을까? 우아하진 않아도 우와!한 우리의 둥근 어른생활을 응원한다.
쓰는 아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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