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출근하는 아내를 배웅했다. 주방으로 돌아와 여름 내내 그랬듯 스틱에 담긴 블랙커피 두 봉을 뜯어 컵에 담는다. 커피 포트에 끓인 물을 드립 커피를 내리듯 위에서 살살 돌려가며 부어 본다. 몇 번 컵을 흔들어 커피를 녹여 주고, 물을 섞어 2/3 지점까지 채운다. 컵의 남은 공간은 냉동실에 쟁여둔 얼음통을 꺼내 채워 넣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원한 커피 한 잔을 타서 책상에 앉았다. 책을 펴 한 두쪽을 읽고 있노라니, 코가 간질간질했다. “엣-취.” 어라? 코가 맹맹하고 콧물도 좀 나는 것 같다. 9월도 하순에 접어드니 기온이 좀 떨어지긴 했나 보다. 감기 기운은 없어서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가족들 생각이 났다.
아침에 찬 커피를 타서 쥐어 보낸 아내 생각이 났고, 고향에 계신 엄마와 동생 생각이 났다. ‘어느새 환절기가 됐구나, 감기 걸리지 말아야 할 텐데.’ 문득 나도 모르게 아내와 가족들을 떠올리면서 마음 한 편에 사랑이 있구나 느낀다.
내게 사랑은 대상을 위하는 마음이다.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에서 나를 주는 것이다. 내 마음을 주고, 에너지를 주고, 시간도, 돈도 내주는 것이다.
날이 추울 때 춥지 않았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이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사랑이다.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잘 되게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주고 나면 비워지는 것만 같아도 채워진다. 다른 이를 채워주는 사람은 자신도 동시에 채워진다. 타인이 자신을 채워 주기만을 바라면 양쪽 다 채워질 수 없지만, 나를 상대에게 내어 주면 나도 상대도 채워진다.
유치환 시인의 행복이라는 시의 한 구절을 떠올려 본다.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