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서 아이를 찾다.
아이가 친구와 약속 있다며 나간다고 했다. 오후 3시쯤 되는 시간이었다. 평소보다 늦게 나가네 하고 생각했고 그래도 7시 전에 들어오라며 아이를 보내줬다. 근데 하루종일 방에만 있던 아이얼굴이 부어있었다. 빨개진 것 같기도 해서 얼굴이 왜 부었냐고 물으니 잠깐 잤다고 해서 그런 줄만 알았다.
아이의 사춘기도 끝나가는 듯했다. 설레발이 아니라면 아침에 할머니도 오셨는데 인사도 잘하고 방에서 나와 할머니 하고 이야기도 하고 전에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는데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안도하고 있었다.
근데 마음속에서 폭풍전야 인가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좋아지고 있어.
평소와 같이 저녁을 준비하려는데 핸드폰이 무음이 되어있었나 보다. 집 전화로 전화가 왔는데 남편이 다짜고짜 화를 냈다 왜 전화를 안 받느냐고 당황스러웠다. 전화를 보니 부재중전화가 있었는데 남편번호 전에 한 통의 전화가 더 있었다. 남편은 우리 아이가 어디 있냐고 물었고 나는 나갔다고 말했다. 친구 만나러 나간다고 했다고 근데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단다. 내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도 핸드폰 번호로 되어 있는데 경찰서에서 전화가 온 듯했다. 혹시나 보이스피싱이 아닐까 의심이 돼서 딸아이에게 전화를 했더니 받는다. 풀이 다 죽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이 목소리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경찰이 전화를 바꿔달라고 해서 통화를 했는데 지금 한강 근처 지구대니 데리러 오라는 것이었다. 언제쯤 데리러 올 수 있냐고 지금 바로 간다고 했는데 한강? 내가 아는 서울의 중심의 한강 근처? 우리 집은 경기도인데 아이가 한강까지 왜 간 걸까. 친구와 만나고 곧 들어와야 하는 아이가 한강에 있다니 믿기질 않았다. 아이와 통화하니 화가 났다. 왜 거기까지 갔냐고 물었다. "이따 얘기하자며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딸이 원망스러웠다."대체 뭐가 잘못된 거야. 방학 동안에 학원 쉬고 싶다고 해서 다 빼주고 쉬게 해 줬는데 친구랑 노는 것도 다 허락해 주고 나름 편안하게 해 줬다고 생각했는데 "왜 너는 한강에 가있는 거니..."
인스타를 안 한 지 꽤 됐는데 혹시나 아이가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을까 방에도 흔적을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인스타를 들어가 봐도 비공개로 되어있으니 알 수가 없었다. 아침까지 대화하고 밥도 같이 먹던 이 아이가 갑자기 한강다리 중간에 있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다. 왜... "남들은 다들 평화로운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정말 내 탓인 걸까. 내가 너를 잘못 키워서 그런 걸까. 너를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는데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다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 사춘기였는데 내가 잘못 안 거겠지. 가슴이 아프다.
다른 사람 인스타에는 아이와 잘도 지내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무슨 말만 하려고 하면 짜증에 나가라고 하는 딸아이를 보며 반성했다. 아프다. 엄마란 존재는 왜 맨날 아파야 하는지 나도 위로받고 싶다. 남편은 내 탓을 하기 바빴고, 나는 아팠다. 아이에게 혹시나 나쁜 소문이 날까 해서. 조심스러워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아이랑 남편이랑 대화를 하면서 집에 오고 있었다. 남편도 많이 놀란 듯했다. 친구 때문이라고 했는데, 친구가 중요할 시기라는 것은 안다. 근데 구체적인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다. 남편이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 들을 이야기하면서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자기한테 다 얘기했으니 너는 물어보지 말라고 얘 스트레스받는다고, 남편은 맨날 딸이 어떻게 될까. 내가 혼낼까 봐 차단을 해버린다. 오는 내내 아이가 엄마한테 혼날까 봐 걱정했다고 한다. 그러니 아무 소리 말라고 했다.
아이와 경찰의 이야기를 들으니 한강다리에서 있었는데 위험해 보여 누군가 아이를 보호해 주고 있었던 것 같다. 경찰에게 신고해 주고 아이에게 핫초코도 사주시고 경찰이 올 때까지 같이 기다려주셨다고 했다. 아이는
좋은 어른을 만난 듯했다. 우리 아이를 잘 보살펴 주신 분께 감사드리고 싶은데 그래서 경찰이 연락했던 번호로 다시 연락했는데 받지 않는다. 감사인사라도 전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다. 다음에 나도 이런 일이 있으면 지나치지 말고 도와야겠다. 따뜻함을 느꼈기를 그래서 세상이 조금은 살만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제 개학이다. 한 학기를 잘 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상처 입고 힘들어하는 딸에게 조금은 단단해져서 상처를 받고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 않기를 내면의 힘이 생기기를 부모로서 아직도 못해 준 것들이 많다. 내 아이가 지금은 아직 내 품에 있지만 20대가 되었을 때 어떤 시련이 와도 잘 헤쳐나가길
그런 것들을 주고 싶다. 몇 년 안 남았지만 할 수 있겠지 더 많이 사랑해 주고, 친구한테 밖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들이 무너졌을 때, 공부를 못해도 잘하는 게 없어서도 너는 너대로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인생이라는 것이 지금 잠깐 잘 안 풀린다고 해서 영원히 안 풀리는 것도 아니며 그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가 알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른인 나도 맨날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인데 아직 어린아이가 그게 쉬울리는 없지만 나도 성장하고 아이도 성장하는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힘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