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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석 Nov 25. 2024

내 이름도 모르겠다

현대병 

 

후배가 내게 물었다.

“선배님은 왜 일을 하시나요?”

순간 멍해졌다. 10년 전에도 같은 질문을 들었었는데, 그땐 이렇게 대답했었다.

“우리 아이 입에 숟가락 들어가는 게 너무 좋아서.”

그리고 5년이 지났다. 같은 질문을 또 받았다. 하지만 그때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질문은 단순했지만, 답을 찾기 위해 한참 동안 고민해야 했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왜 일을 해야 하는가?”
“언제까지 이렇게 돈을 벌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얼마를 벌어야 하는가?”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 질문들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무언가에 떠밀려, 방향 없이 부유하며 살았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가? 돈 때문일까? 그렇다면, 나는 돈을 충분히 벌고 있는가?

시간이 빨라졌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졌고, 나는 내가 처리할 수 있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착각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을 해내고 스스로 대견해했다. 인터넷에서 수많은 정보를 읽으며 지식이 쌓이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나는 깨닫지 못했다.

10년 전, 부산에서 서울까지 5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SRT 고속열차로 2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 시간은 절반으로 줄었다. 그런데도 내 삶은 더 여유롭지 않다. 오히려 더 바쁘고, 더 급해졌다. 출장 횟수는 두 배로 늘었고,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일은 익숙해졌지만, 그 안에서 여유와 의미는 사라졌다.

부자들과 성공한 사람들이 말한다.
“이걸 해야 한다.”
“저게 좋다.”

그들의 조언을 들으며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선택이 옳을지 갈팡질팡했다. 정작 나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 많이 바라보았다.

내가 나를 보는 시간은 언제였을까?
아침에 세수할 때, 화장할 때, 옷을 입을 때, 혹은 운전 중 백미러를 볼 때뿐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에 쫓겨 살아왔는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겠다. 어디에 내 자리를 두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 이름마저 희미해지고 있는 듯하다.

길을 잃어버렸다. 방향 감각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질문들을 놓지 않는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지, 무엇이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지, 여전히 찾아가고 있다.

길을 잃는 것도 어쩌면 내가 나를 찾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이 질문들이 나를 다시 깨우고, 방향을 찾아가게 만들 것이다.
나는 아직 나를 찾고 있다


누군가에게 제 글이 도움 되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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