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맛집, 국밥의 품격

국밥 한 그릇에 인생을 배우다.

by 바람아래

몸과 마음이 얼어붙는 쌀쌀한 겨울 날씨에 가장 먼저 생각하는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한국인의 소울푸드 국밥이다.


얼마 전 친구가 데려가서 얼떨결에 먹은 소머리국밥.

솔직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소머리국밥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날 이후 내 변덕스러운 입맛이 바뀌어 이제는 소머리국밥 마니아가 됐다.


토요일 오전 11시 30분,

국밥집 오픈 시간에 맞춰 홍성재래시장을 찾았다.

오픈 5분 전 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웨이팅이 길다. 우리는 9번째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약속된 11시 30분이 되자 1번 대기자부터 입장을 시작했다. 다행히 우리도 이내 자리가 배정되어 국밥 2인분을 주문하자 반찬이 먼저 서빙되었다.


반찬은 작은 쟁반에 정갈하게 나왔다. 그중에서 단연 붉은색 그것이 나를 설레게 한다. 석박지보다는 작지만 맛있게 익은 큰 깍두기, 색깔로 이미 입맛을 돋궜다.


맛은 예상대로 시원함과 아삭함이 일품이다. 그 옆에는 갓 바다에서 건져온 듯 신선해해 보이는 새우젓의 자태가 빛이 났다. 아마도 토굴 새우젓으로 유명한 바로 옆동네 광천산일 듯싶었다. 새우젓임에도 불구하고 짜지 않아 국밥 속 고기들과 잘 어울렸다.


마지막으로 한 겨울에도 푸릇함을 유지하고 있는 마늘줄기(마늘쫑)와 새빨간 고추장의 조화가 예술이다.

그렇게 밑반찬의 맛과 색을 즐기는 동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가 나왔다.


눈으로 먼저 인사를 하고, 코로 향기를 맡아보니 그 어떤 고기냄새도 나지 않는다. 그렇게 나만의 의식을 거친 후 숟가락으로 맑고 뜨거운 국물을 맛보자 목구멍부터 심장을 거쳐 발끝까지 시원함과 따끈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미 기본간이 되어 나온 국물은 더 이상 그 어떤 가미가 필요 없어 숟가락질이 시작되면 멈추기 힘들다.

숟가락에 고기 한 점, 새우젓, 청양고추를 올려 한 입에 쏘옥. 맛에 대한 설명 따위는 부질없는 짓.


고기의 부드러움, 짜지 않은 새우젓의 고소함, 청양고추의 알싸함의 조화가 오묘하지만 그 맛은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다. 그저 '행복한 맛'이라고 할 수밖에...


옆 테이블에 환갑이 훌쩍 넘어 보이는 어머님들 2분이 국밥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대화를 한다.

"이 집 매스컴 타더니 얼마나 맛있나 보자"

"어디에 나왔는디?"

"백종원인가, 허영만인가..."

(대화 중에 국밥이 나왔다)

"헤헤, 맛은 있네!"


먹는 동안에도 손님들의 대기줄은 줄지 않는다.

게으른 자들에게는 절대 허락하지 않는 국밥집이어서 부지런해야 한다. 영업은 11시 30분부터(장날인 1/6일은 10시 오픈) 시작해 오후 2시면 끝이다. 그전에라도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는다.


소머리국밥 한 그릇으로 하루종일 마음이 넉넉해졌다.

먹는 사람이야 시간 맞춰 달려가 한 그릇 뚝딱하면 끝이지만, 그 한 그릇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었을 국밥 장인들.


그래서, 국밥은 사랑이다.

지치고 허기진 누군가의 몸과 마음을 달래준다.


맑디 맑은 국물과 씹을 수록 고소하고 쫀득 쫀득한 고기에서 장인들의 삶의 깊이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 깊이는 각자의 삶터에서 치열하게 버틴 누군가의 하루를 보상해주기에 충분하다.


고기 한 점, 새우젓, 청양고추를 올리고 거기에 각자 인생의 단맛, 쓴맛 한 스푼씩, 그렇게 국밥 한 숟가락에 인생을 맛 본다.


https://place.map.kakao.com/10969544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