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보령 청라에서 생긴 일

길에서 만난 인생작가들을 만나기에 앞서

by 바람아래

내 고향이 아닌 곳

낯선 마을이지만 마음이 자연스럽게 머무는 곳이 있다.

보령 청라가 딱 그런 곳이다.


Eps. 1 가을의 황홀함

어느 해 가을 노란 은행나무로 가득한 마을 사진을 우연히 보고 언젠가 꼭 기회가 되면 한번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던 어느 주말을 맞아 가족들과 드라이브 삼아 찾았던 그곳의 첫인상은 사진으로 본모습 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샛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바람에 휘날릴 때의 그 황홀함은 글로 표현하기 조차 어려웠다.


그 뒤로 매년 가을이면 연례행사처럼 자연스레 그곳을 찾는다.

그러다 지난해 가을 청라는 나에게 삶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특별한 해였다.

우연히 그곳에서 진행된 동네 어르신들이 쓴 시화전을 보고 깜짝 놀라는 일이 있었다. 삐뚤빼뚤 직접 손으로써 내려간 그들의 문장에서 삶의 진솔한 향기가 묻어났다. 비록 문장은 단순하지만 그들의 마음과 감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렇게 40여 개의 작품들을 모조리 읽고 저장했다.


평균 나이 여든 이상

심지어 아흔이 넘는 분들의 이야기들은 깊은 감동 그 자체였다.

작품들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울고, 웃기를 반복하게 된다.


그들의 깊은 주름만큼 진솔한, 그리고 상상도 못 할 슬프고도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욱 읽다 보면 그 굴곡의 시간을 겪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됨을 느낄 것이다.


Eps. 2 봄의 초록은행

올해는 처음으로 봄에 미리 한번 다녀올 일이 있었다.

지난해 방문했을 때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찍은 사진을 동네 사진전에 출품을 했는데 운 좋게 3등 입선을 했다. 그 덕에 소정의 기념품을 받게 되어 겸사겸사 봄에 그곳을 방문했다. 그런데 청라 하면 늘 '가을 노란 은행나무'만 떠오르는데 신록이 푸르는 5월의 청라는 완전 신세계였다.

초록색 옷을 입은 은행나무는 새로운 자태를 뽐낸다.

초록 은행나무에서 주는 청량감, 아침 햇살 품은 은행나무의 신비감 그리고 산들바람이 전하는 시원함이 어우러져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는 곳. 그곳이 나의 마음을 머물게 하는 청라은행 마을이다. 노란 옷 벗어던지고 초록 옷을 입고 있는 은행나무 밑에서 마시는 커피, 잘 구운 말랑말랑한 은행 그리고 잔잔히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순간 잡념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평온해지자 생각도 맑아진다. 오랫동안 가슴속 깊이 묻혀있던 고민도 자연스레 사라지고 지난해 우연히 마주했던 할머니들, 아니 인생작가님들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들이 묻어나는 문장들이 생각난다.




그렇게 기억된 문장들로 하여금 올봄 낯선 초록 은행나무에서 밑에서 던진 삶에 대한 물음은 올해도 어김없이 깊은 가을이 되어서야 답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이제부터 인생작가들의 인생 이야기, 그들의 주름보다 깊은 울림을 소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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