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깊은 주름은 마침내 아름다운 시가 되다
고목나무
작가미상(92세, 청라은행마을 어르신)
92살 나는 고목나무 같은 존재입니다
고래도 마음은
봄날같이 좋습니다
고목나무도 봄이 되면
잎도 피고 꽃도 피고
열매도 열어서
참 기분 좋은 세상입니다
내 몸은 삭은 나무처럼 아픕니다
그래도 하루하루가 감사한 날들입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92세,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글이다
이 처럼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삶을 본 적이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92세의 작가님의 나이를 역산해 보면
서슬 퍼런 일제치하인 1932년경에 태어나셨다
꽃다운 13살이 되던 해에 광복을 맞이했을 것이고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한국전쟁을 겪었을 것이고
그 후로도 국사 시간에 배울법한 치열했던 현대사를 뜬눈으로 지켜보며 살아오셨을 것이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궁극의 세월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를 아픈 고목나무에 비유한다
그런 고목나무도 봄이 되면 잎도 피고 꽃도 핀다며
그의 문장에서
그의 글자에서
긍정과 감사가 넘쳐난다
마침내 그 고목나무의 92개의 나이테는
시간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시가 되었다
그러니,
오히려 더 감사하고 고마운 건 나뿐일까
진한 감동을 원본으로 확인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