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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Nov 11. 2024

고목나무

당신의 깊은 주름은 마침내 아름다운 시가 되다

보령 청라은행마을 축제 기간 중 전시된 시화전을 보다가 시골 어르신들의 인생 이야기가 전하는 감동이 상당한 울림으로 다가와 많은 분들께 소개하고 싶어서 하나씩 소개하고 있습니다.




고목나무

                  작가미상(92세, 청라은행마을 어르신)


92살 나는 고목나무 같은 존재입니다

고래도 마음은

봄날같이 좋습니다

고목나무도 봄이 되면

잎도 피고 꽃도 피고

열매도 열어서

참 기분 좋은 세상입니다

내 몸은 삭은 나무처럼 아픕니다

그래도 하루하루가 감사한 날들입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92세,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글이다

이 처럼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삶을 본 적이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92세의 작가님의 나이를 역산해 보면

서슬 퍼런 일제치하인 1932년경에 태어나셨다

꽃다운 13살이 되던 해에 광복을 맞이했을 것이고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한국전쟁을 겪었을 것이고

그 후로도 국사 시간에 배울법한 치열했던 현대사를 뜬눈으로 지켜보며 살아오셨을 것이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궁극의 세월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를 아픈 고목나무에 비유한다

그런 고목나무도 봄이 되면 잎도 피고 꽃도 핀다며


그의 문장에서

그의 글자에서

긍정과 감사가 넘쳐난다


마침내 그 고목나무의 92개의 나이테는

시간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시가 되었다


러니,

오히려 더 감사하고 고마운 건 나뿐일까




진한 감동을 원본으로 확인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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