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룩- 후룩-
물 말아서 다 늦은 저녁으로
밥 한술 뜨던 아내가
흐느끼는가 싶더니
입 안에 밥알 빠지듯
꺽‧ 꺽‧ 소리 내 운다
한 양푼씩 썩썩 비벼
밥숟갈 떠 넣을 때도
전등 꺼라, 물 아껴 써라
잔소리 쏟아내며
돈 외엔 관심이라곤
도통 없는 그녀 아닌가?
그런 아내 덕분에
이만큼 살만해졌건만
허무하다, 허무하다고
가슴팍 치며 운다
무엇이
그녈 울릴까?
모를 일이다 참, 모를 일….
*모바일 화면을 고려하여, 시조의 행 배열을 실제와 다르게 변경했습니다.
저녁 늦게 후룩후룩 말아먹던 밥 한술.
손에 쥔 것이 밥숟가락뿐인 것 같은…. 문득 아등바등 살아온 날들이 그저 허무하게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없는 돈 쪼개가며 자식들 위해, 남편을 위하여…. 나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억척스러웠다. 이제는 집 장만도 했겠다. 자식들도 가르칠 만큼 가르쳤겠다. 이게 다 누구 덕이겠는가? 그런데 허무하다. 헛헛하다. 나는 없고 껍데기만 남은 것 같다.
여자 나이 60대. 조숙(?)하다면 50대 들어서 그런 잠 못이루는 밤이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일부러 남편이라는 화자의 시선을 빌렸다. 아내, 1인칭 시점이라면 주절주절 신세타령으로 들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남편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가장 가까운 사람이 얼마나 마음을 몰라주나.' 이야기하고 싶었다. 아내들은 그게 더 서운한 건지도 모른다.
남의 편인 남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