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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호박 May 31. 2024

현장 체질이시네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2023년 6월 2일, <팬텀싱어> 시즌 4의 결승 2차전이자 마지막 방송이 끝나면서 갈라콘서트에 대한 안내가 화면 하단에 나왔다. 시즌 3 때에도 본방을 열심히 챙겨보기는 했지만 갈라콘서트까지 가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규형 배우를 무대에서 봤던 날이 떠오르면서 한 번은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며칠이 지난 후, 각 예매 사이트에서 갈라콘서트 관련 일정이 공지되기 시작했다. 서울(3), 대전, 대구, 인천(2), 광주, 부산, 청주, 전주, 성남(2) 9개 도시에서 총 13회의 공연이 예고되었다. 일정을 쭉 보고 있자니... '일단 가장 접근성이 좋은 서울은 한 번 정도는 가야겠고, 부모님이 계시는 청주에서도 콘서트를 한다면 나와 함께 팬텀싱어를 재밌게 본 엄마를 모시고 가면 좋을 것 같고... 아? 전주는 야외공연장에서 공연을 한다고? 야외에서 콘서트 너무 낭만적이잖아...' 하면서 자꾸 가고 싶은 콘서트가 많아지는 거다. 계속해서 더 많아지려는 것을 겨우 참고, 앞서 언급한 세 개 정도의 지역 갈라콘서트에만 가는 것으로 마음을 먹고, 가장 처음인 서울 콘서트 일정을 봤다.


서울 콘서트 중에서도 모든 갈라콘서트의 첫 공연(총첫)인 서울 첫 공연을 가고 싶어서 일정을 보는데... 7월 14일? 이마를 짚을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나에게는 6월 30일부터 7월 15일까지의 해외 출장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가능한 일정은 서울 마지막 콘서트인 7월 16일뿐... 2주 정도의 긴 기간으로 가는 출장인 데다가 시차가 7시간 정도 나는 유럽 쪽으로 가는 거라 다녀와서 피곤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이상하게 서울 콘서트를 포기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그래... 미래의 내가 어떻게든 가겠지.'라는 마음으로 티켓팅에 참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티켓 오픈 당일. 뮤지컬을 많이 보게 된 요즘은 티켓 예매 오픈일시에 맞춰서 티켓팅을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그때그때 공연마다 있는 자리를 티켓팅해서 갔던 나였기에 피켓팅*의 무서움을 몰랐던 것이 화근이었을까... 티켓팅에 처참하게 망해버렸다. 팬텀싱어 갈라콘서트다 보니, 크레즐 팬들뿐만 아니라 리베란테와 포르테나 팬들 그리고 꼭 어느 팀의 팬이 아니더라도 팬텀싱어를 즐겨봤던 사람들까지 티켓팅에 참여할 것이라는 걸 간과했던 결과였다. 그나마 티켓팅을 함께해 준 짝꿍이 겨우 구해준 2층 C2구역으로 만족해야 했다.


*피켓팅: 피가 터질 듯 치열한 티켓팅이라는 말


티켓을 구해두고 2주 간의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각양각색 여러 클라이언트 분들을 모시고 다녀와야 하는 출장이라 긴 기간 내내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거의 계속 일하는 느낌의 출장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던 7월 15일 오후 15시, 몸도 마음도 완전히 지쳐버린 상태였다. 심지어 입국장 들어와서도 굳이 차 한 잔하고 가자는 분이 계셔서 공항 안 카페에서 또 커피를 한 잔 했다. 그 여름에도 해가 떨어져서 어둑해지는 때에야 집에 겨우 도착했다. 짐을 풀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겨우 씻고 침대와 한 몸이 되어 내내 잠을 잤다. 와중에 다음 콘서트를 보러 가야 한다는 것은 잊지 않고 여러 차례 알람을 맞춰둔 나도 대단하고, 귀국하면 콘서트라는 즐거움이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2주 간 정말 말도 안 되는 일 투성이었던 시간을 견뎠던 내가 조금 짠하기도 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마주한 7월 16일 일요일 콘서트날. 콘서트장에 늦지 않게 도착할 시간까지 내내 자다가 겨우 일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했던 건 정말 정말 너무 피곤해서 내내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콘서트장 간다고 생각하니까 기운이 나기 시작했고, 나만큼 들뜬 사람들을 지하철에서부터 마주하면서, 올림픽공원에 도착해서 콘서트장 근처의 그 바이브를 느끼면서 완전히 업텐션이 되었다. (다음날 연차를 써둔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콘서트 다음 날은 하루종일 기절했었다.) 


공연 시작 전, 콘서트장 앞에서 팬분들이 준비해 주신 굿즈들을 나눔 받고 팬텀싱어 공식 굿즈 구경도 하다 보니 어느새 공연 시간이 가까워졌다. 올림픽홀에 들어서서 내 좌석인 2층 C2구역으로 가니... 무대가 너무나도 멀어서 조금 슬프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콘서트 현장을 직접 본다는 것에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이 훨씬 커졌다. 공연 시작 전 괜히 떨려서 슬로건을 꼬옥 쥐고 있었다. 어느덧 장내가 어두워지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팬텀싱어 시즌 4 TOP 3 팀(크레즐, 포르테나, 리베란테) 12명의 싱어가 무대에 차례로 올랐다. 무대에 오른 이들이 다 함께 첫 곡으로 팬텀싱어 다른 시즌에서도 많이 불렸던 'Miserere'를 부르기 시작했고, 나도 모르게 눈물을 또르르 흘리고 있었다. 


사실 이게 서울콘의 거의 유일한 기억이다. TV를 통해 보던 무대들을 현장에서 직접 듣는다는 황홀감에 취하다 보니, 셋 리스트를 모르는 채로 그때그때 주어지는 무대들 하나하나에 열광하다 보니 공연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무대가 너무 먼 탓에 싱어들이 새끼손가락 마디 정도로 아주 작게 보여서 화면에 얼굴을 잡아줄 때에야 비로소 제대로 볼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감사하게 좋았다. 현장에서 듣는 규형 배우의 목소리가, 크레즐의 노래가 얼마나 좋은지를 체감할 수 있어서 정말 짜릿하게 좋았다. 콘서트... 이런 맛에 오는 거구나를 알게 되었다.


아, 그리고 서울콘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하나 더 있었는데... 내 환호성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 목소리가 크다고 하긴 좀 그렇고, 높다고 해야 하나...? (a.k.a. 익룡 소리) 모든 싱어들에게 열렬한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지만, 특히나 규형 배우와 크레즐에는 더욱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는데... 초반에 주변에서 되게 흥미롭게 힐끗거리시는 게 느껴졌다. 관크*려나 싶어서 조금 움츠러들기도 했는데, 콘서트라는 게 싱어들이 무대를 해낼 때마다 응원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환호성과 박수밖에 없지 않나 싶기도.


*관크: 관객+크리티컬의 준말로, 타인의 공연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용어


여하튼... 크레즐도, 규형 배우도, 그리고 나도(?) 현장 체질이라는 것을 알게 된 서울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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