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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애진 Jan 27. 2021

3년차 | 공동체 말고 '회사'인데요..

[2020년 연말정리] 박수 칠 때 떠난다던 말처럼

어느 날 준민이 내게 물었다. “애진은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해? 애진이 드러나지도 않는데 대체 어디에서 만족감을 얻어?” 곰곰이 생각하다 답했다. “지황이 잘 되는 게 만족감이었던 것 같아요” 지황의 서사는 타인에게 박탈감 대신 희망을 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황 잘 드러나는 것이 사회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했다. 2018년 당시, 내게 팜프라를 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도  “대안 제시를 위한 최적의 방법과 최적의 서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었다. 하지만.. 나를 먼저 챙기지 않고는 남을 돌아볼 수 없었다. 개인이 부재한 사명감은 결코 지속 가능한 동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너무 지쳐버렸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100도를 향해 끓어가는 물 안의 개구리처럼 어느덧 이 상황에 익숙해지고 무던해져가고 있었다. 만들고 쌓아가고 있는 것이 족쇄가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나가는 순간 폭삭 망하지는 않을까 두려워 족쇄를 끊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에 준민이 말했다. "내가 빠지면 망할 것 같았던 조직도 다 어찌어찌 굴러가더라. 잘 하겠지. 사실 오히려 팜프라 양애진은 아무도 기억 못 할 수도 있어”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2020년의 어느 가을밤, 지황이 말했다.

“너가 어떤 선택을 하든 잘됐으면 좋겠어. 생각해보면 나는 네 나이 때 이곳저곳 다니면서 여러 가지 했었는데 애진도 그랬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다른 회사를 가서 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네가 내가 잘되기를 바라고 도와줬던 것은 아는데 이제 애진이 너가 너를 위해서 너가 좋아하는 것들을 했으면 좋겠어."


우리는 언젠가부터 자기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그건 어느 누구의 삶도 아니었다. 모두를 위한다는 것은 사실은 아무도 위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었다. 내가 내 삶을 다시 잘 살아내는 것이 나에게도 남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그래.  때까지 가본  같다.  해봤다. 이제 미련 없이 떠날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이 바로 박수  때다. 그러니 슬플 이유는 없다. 좋을 이유뿐이다. , 그리고  사이에 내게 조카가 생겼다.


법적으로 팜프라 소속이 되었던 2020년 5월, 그리고 상경하기 전 2020년 마지막날. 이 두 사진을 보자 그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목차  

01.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이유  

             일 이전엔 삶: 개인이 없는 삶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부유하는 삶)    

             잃어가는 도시의 문법: 대중성과 시의성을 놓치면 안 된다.     

02. 도시와 촌 그 사이의 접점  

             촌의 결핍: 맛있게 읽고 재밌게 먹는 잡지, 팜프라 매거진    

             도시의 결핍: 유채꽃축제를 보내드립니다    

03. 여전히 갈길 많은 팜프라촌

             민원의 등장: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팜프라촌이 남긴 것: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04. 공동체 말고 회사인데요..

             우리가 스타트업이 맞는가?: 공공성에 잠식되다

             경영 컨설팅을 받다: 현 상태에 대한 객관적 자각    

05. 2019년의 역량과 수익모델 -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  

             역량에 대한 고민: 전략을 세우는 법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 숫자로 환산하는 법    

06. 2021년 나아가야 할 방향  

             일상을 갖출 것: Settle into a routine    

             취향을 찾을 것: Pause for pure joy    

             역량을 기를 것: Waiting for invitation

07. 다시: 2020년 정리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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