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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Mar 10. 2021

#생일선물 달라니까, 왜 마음을 준다니.

이건 작년 여름, 그러니까 정확하게 7월 2일 내 생일에 있었던 일이다.

어른이 돼서 "바쁜데 무슨 생일을 챙겨, 요새 생일도 까먹고 살아"라는 말을 여러 번 했지만,

속으로는 내심 그 하루가 무언가 조금 특별하고 기뻤다. 오늘은 '내'생일이라는 그 특별함.

친구들이 보내주는 커피 기프티콘도 기뻤고,

툭하고 던져오는 '애매한 인간아! 생일 축하해!' 메시지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좋았던 건 '딸! 생축!!'이라고 투박하게 보내온 엄마, 아빠의 문자였다.


그날따라 기분이 좋은 나는 조금 짖꿎었다.

"아빠, 생일 선물은?"

"...."

"아빠, 선물은?!!"

나이 먹어서 선물 찾냐는 잔소리가 조금 들리는 듯했지만, 나는 모르쇠 선물을 요구했다.

아빠는 조금 당황하더니, 잠시 뒤 화상전화로 손가락 두 개를 살포시 겹쳐 보인다.

"내 마음!" 

나는 순간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빠가 성심성의껏 만든 쪼골쪼골 손가락 하트보다, 

아빠 너머로 '저 양반이 시방 뭐한다냐'라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엄마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나는 아빠의 짓궂은 장난꾸러기 딸이었다.

"선물이 손에 잡혀야지, 아빠 마음은 손에 안 잡힌다↗!"

그런 나를 보고 아빠는 

"마음을 다 줘삣더니, 난 가난하다↗"

"ㅋㅋㅋㅋㅋ"


아빠와 나는 서로를 바로 보고 한참 동안이나,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웃었다.

(엄마가 뒤에서 잔소리하는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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