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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이야 Aug 31. 2024

2024. 02.14. 몽족마을이 있는 쿤창키안

치앙마이 쿤창키안

2024. 02. 14. 몽족마을이 있는 쿤창키안(Khun Chang Khian)


9시에 예약된 택시가 오지 않는다. 호텔 주인에게 알아보랬더니 지금 오는 중이라고 하였다. 9시 40분, 낡고 먼지 덮인 빨간 택시가 도착했다.


택시 드라이버, 그의 긴소매 끝에 드러난 거무스름한 손등 위, 푸른색의 문신이 눈에 띈다. 검은색 바지, 검은색 셔츠, 깡마른 젊은 그가 인사를 한다. 길이 막혀서 그렇단다. 표정도 없고 말수도 없는 그의 얼굴은 예쁘장하면서도 남성미가 있다.


차를 기다리며 더위에 지친 우리는 후다닥 차 안으로 들어간다. 낡은 택시다. 유리창문을 내리고 올리는데 삐걱댄다.


차는 슬슬 달려 마야몰을 지나고, 치앙마이대 정문을 지나고 도이스텝 사원을 지나 계속 달렸다. 출발 후 30 쯤 지나니 이름 모를 휴게소가 나왔다. 사람의 왕래가 별로 없는 곳인지, 물건들이 많지도 않고 먼지도 간간히 있어 과자류는 먹고 싶지 않게 생겼다. 휴게소 입구로 들어가는 길 한쪽에는 높은기둥이 세워져 있고 발목 묶인 닭들이 그 위에 서 있다. 닭의 종류도 여럿이다.


왜 살아있는 닭들을 기둥에 묶어 놓았는지 기사에게 물어보고 싶었으나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소비될 것 같아 그냥 말았다. 지금보다 나이가 적었을 때에는 한마디라도 영어로 해 보려고 애썼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좀 피곤하다.


차는 마른 흙먼지를 날리며 엄청나게 꼬불꼬불한 산길로 접어든다. 커브를 돌기 전에 기사는 클랙슨을 울려준다. 길이 좁고 커브가 크면 반대편에서 오는 차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울창한 밀림의 나무와 뿅뿅하고 울리는 경쾌한 클랙슨 소리와 시원한 에어컨에 마음이 상쾌하다.


11시 10분에 쿤창키안의 몽족마을에 도착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좀 쉬어간 것을 빼면 마야몰에서 그곳까지 1시간 정도밖에 안 걸렸다. 어제 쿤창키안 가는 차를 알아보고 다닐 때 그들은 쿤창키안이 굉장히 먼 곳처럼 이야기하고, 거기는 사람들이 잘 안 가는 곳이라고 하여 나의 여행 의지를 더 불타게 만들었었다.


젊은 기사는 다 왔다며 얼른 내려 택시문을 열어 주었다. 언제까지 오면 될까? 하고 물었더니 마음대로 있다 오란다. 자기는 이곳에 있겠다면서.


쿤창키안은 1월과 2월 사이, 분홍색 일본 벚꽃으로 유명한데 우리는 좀 시기가 늦었는지 꽃들이 시들어 나무에 듬성듬성 붙어 있다.


몽족마을, 시간대가 그래서인지, 뭔가 졸리며, 게으르며, 심심한 기운이 흘렀다. 어깨에 커다란 대바구니를 메고 차를 기다리는 네댓 명의 몽족 노인들, 마당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두세 명 노인들, 천진난만한 꼬마들 몇이 소박하게 놀고 있다. 간간이 젊은이도 보인다.


꼬꼬댁 거리는 닭들이 여기저기 정말 정말 많다. 개도 많다.

마을을 향해 더 깊이 들어가 보았다. 중간에 가게도 보이고 식당도 보인다.


 걷다 보니 이 집도 저 집도 허연 콩알 같은 것을 마당에, 상 위에, 여기저기 공간이 허락되는 대로 널어놓았다. 난 그것이 뭔지 몰랐다. 이게 커피인가라고 막연히 추측해 보았다 (커피콩이 맞다). 왜냐하면 태국의 북부지역은 커피 생산지로 이름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이 많아 커피 재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사실 태국 북부는 원래 비밀리에 대마를 재배하던 곳인데 태국의 왕이 북부 산간 마을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커피를 교육시키고 재배하게 했다.


이곳 쿤창키안 몽족마을은 해발 1,354미터에 위치해 있는데 주민이 천명정도이며 마을 주민 80프로가 커피생산에 종사한다고 한다. 커피의 종류는 아라비카 종이 100%이며 태국 전체 커피농가 중 커피생두 품질 콘테스트에서 3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더 걸으니 일정하게 <척 척> 하는 소리가 난다. 두 사람이 물레에 올라타 발을 구르고 손으로 실을 잣고 있었다. 이 최첨단의 시대에 이런 식으로 실을 만들고 있나니. 그가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사람이 사는 모습은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나게 울리는 아이들 함성소리, 소리를 따라가니 학교가 하나 나온다. 스리네루 학교

(Srinehru School)이다. 아이들이 막 수업을 끝내고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고 있었다. 이 해발 높은 산중에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있을줄 몰랐다.


그곳은 커피학교였다. 학습 내용의 상당 부분이 커피에 관한 내용이었다, 아이들이 직접 그라인딩 하고, 커피를 추출하고 판매까지 하고 있었다. 음료를 주문받고 서빙하는 아이에게 물어보니 초등학교 5학년이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60바트, 2400원)를 주문했다. 청정한 지역에서 재배된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진 아이스아메리카노는 더위에 지친 나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점심을 먹은 꼬마 학생들이 슬슬 이 카페로 몰려왔다. 그리고 또래끼리 장난을 쳐가며 직물을 짰다. 동전지갑도 만들고 찻잔 받침도 만들었다. 그 학생들은 학생이기도 하지만 커피와 수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파는 수공업자이기도 했다. 그 수익금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들은 수줍게 그들이 만든 수공예품과 인형을 들고 그것들이 판매용임을 알린다.


볶은 커피콩 두 봉지(280바트 *2개=560바트, 22,400원)를 샀다. 그 봉지를 열 때마다 스며 나오는 커피의 향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점심은 택시기사가 안내하는 곳으로 갔다. 이름은 <커피하우스>, 그곳에서 돼지고기 덮밥과 국수를 먹었다. (세 명이서 150바트, 10,000원) 마을에선 사람이 별로 없더니, 이곳에 오니 사람들이 많다. 음식도 맛있었고 발아래로 펼쳐져 있는 경치도 좋았다.


돌아보는 길에 두 달 전에 갔었던 도이수텝을 다시 한번 가보고, 반캉왓을 들려 호텔로 돌아왔다. 반캉왓은 2014년 태국의 아티스트가 만든 예술인 공동체 마을이다. 수공예품가게, 갤러리, 식당, 카페등이 있는 예쁜 곳이다.


내일은 수코타이에 갈 것이다. 수고했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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