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횡재, 그러나
아! 이게 웬 횡재인가?
단칸방을 졸업할 시간이 온 것이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공동묘지를 좌로 하며 고개를 하나 넘으면 내가 태어난 마을보다 두 배 정도 되는 마을이 나온다. 한 마음씨 좋은 분이 방도 3개나 되고 텃밭도 딸린 이전에 살던 집에 비하면 궁궐 같은 집을 우리 가족을 위해 내어 주셨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 공짜로 살게 해 주신 것 같다.
집은 산 바로 아래에 양지바른 곳에 위치해 있었고 지대가 높았다. 저 멀리 낙동강이 굽이 흐르는 것이 보이고 바로 아래쪽으로는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아주 좋은 집이었다. 이런 집에 살게 된 것이다. 게다가 바로 아래에는 저수지가 있었고 그곳에는 옆집에서 키우는 많은 오리들이 물 위를 한가롭게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는 그림 같은 집이었다.
모든 것이 다 좋을 수만은 없었다. 나를 두려움에 빠뜨리는 둘이 있었다. 하나가 바로 옆집의 개였고 나머지는 성격이 포악한 한 명의 청년이었다.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옆집 앞을 가야 하는데 갈 때마다 개가 나를 원수라도 되는 듯이 큰소리로 짖어댔다. 누런 똥개였는데 그 당시에는 왜 그리 공포스러웠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주인이 묶어두면 안심하고 지나갈 수 있는데 풀어놓으면 슬금슬금 개 눈치를 보다가 줄행랑을 쳤다. 한 번은 그 개가 따라와 나를 덮친 적도 있었고 다행히 아버지가 계셔서 물리지는 않았다. 막냇동생의 미간에는 이빨 자국이 있다. 그놈이 문 자국이다. 아버지는 그 집을 찾아가 펄쩍펄쩍 뛰셨다. 하지만 이웃 간에 어떻게 하겠는가. 대신 주인은 얼마간은 개를 묶어두었다.
또 다른 나의 공포는 집 가까이 사는 청년이었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고 동네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이 취미인 사람이다. 되도록 마주치지 않기 위해 둘러 다녔다. 행여나 그 집 앞을 지나갈 때면 살금살금 걸어서 소리 없이 지나갔다.
그런데 일은 전혀 딴 곳에서 터졌다. 집에 가까이 있기 있으면 여차하면 아버지께 도움을 구하면 되었는데 집에서 멀리 떨어진 강에서 그를 만난 것이다. 친구들과 나는 강에 가서 헤엄도 치고 하얀 백사장 위를 뛰어다니며 재미있게 놀았다. 그 당시 강에 뚝을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어서 불도저가 과수원을 밭째로 밀어내었다. 밭의 일부가 아직 남아 있었는데 어차피 버려진 밭이었다.
친구들과 나는 그곳에서 사과를 따먹었다. 바로 그때 그 청년을 만난 것이다. 일단 우리를 혼낼 명분도 있었다. 버린 밭이긴 했지만 우리는 원래 그 밭이 당연 그 청년의 밭인 줄 알았다. 공포에 사로잡혔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우리를 발로 차고 머리를 땅에 박게도 했다. 지금도 생각해도 분노가 끓어 오른다.
그런데 그 동네에 좋은 것도 있었다. 집 앞에 저수지에는 오리가 헤엄치고 있었고 못 주위는 좋은 놀이터였다. 그런데 가끔씩 새알이 몇 개씩 있었다. 나는 이게 웬 횡재인가 했다. 오리알과 새알을 전혀 구분 못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집에 가져와서 삶아 먹었다.
그런데 좀 철이 들어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것은 도둑질이었다. 오리는 옆집에서 기르는 것이었고 아무 데나 알을 낳긴 했지만 엄연히 그 집의 알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그 집 개에게 당한 것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좀 덜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