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모두 잃을 뻔했던 엄마 아빠
뒷밭에는 고구마를 심었다. 처음에 씨 고구마를 심으면 잎이 달린 줄기가 올라와 옆으로 번져가며 자란다. 어느 정도 크면 잎이 달린 줄기를 하나씩 떼어 땅을 파서 묻으면 고구마가 자란다. 내 기억으로는 그렇다.
처음에 심을 때는 어떻게 이런 줄기 하나를 심었는데 고구마가 날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비가 내리고 시간이 지나면 고구마 줄기에 뿌리가 내려 자라며 또 다른 잎이 돋아나고 줄기가 생겨 옆으로 번져나가며 자란다. 가끔씩 뒷밭에 가면 고구마는 눈에 띄게 자라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른다. 어느 날 줄기를 걷어내고 뿌리를 파보면 환성이 터져 나온다. 큰 것은 조금 과장하면 머리만 한 것부터 작은 것은 예쁘게 생긴 아가의 손가락처럼 가는 것도 있다. 고구마를 캐면서 농부들의 수확의 기쁨이 이런 것인가 생각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난해서 먹을 것이 부족했던 때에 너무나 고마운 고구마였다.
집에 방의 여유가 있어서인지 시내에 살았던 외사촌 형과 누나들이 놀러도 왔다. 도시에서 살아서인지 그들의 하얀 피부가 참 부러웠다. 그런데 나보다 한 살 많은 사촌 누나는 뛰어놀다가 넘어져 새하얀 옷을 버렸다. 흙탕물이 베인 누나의 옷을 보는 내 마음이 더 안타까웠다. 누군가가 우리 집에 놀러 올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다.
그런데 또다시 나의 심장을 철썩 내려앉게 만드는 사건이 벌어졌다. 나는 잠을 자고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술을 많이 드셨고, 삶이 너무나 고단하셨는지 그만 평화롭기만 한 호수에 엄마를 끌어안고 뛰어드셨다.
배운 것도 없으셨고 가진 논밭을 거의 다 팔아 살길이 막막하셨던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것이다. 생각해보니 술이 원인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찔하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가 어떻게 발견하셨는지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며 겨우겨우 물에서 끌어내셔서 이날의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아버지는 평상시에는 매우 호탕하시고 이웃들에겐 너무나 마음 씀씀이가 좋으신 분이다. 자신은 가난해도 어르신들을 늘 챙기고 보살피는 것을 나는 많이 보았다. 그리고 술을 드시지 않을 땐 나에게는 좋은 아버지였다. 그러나 체구도 왜소하시고 술을 잘 해독을 못 시키셨던지 술만 드시면 정말 다른 사람이 되셨다. 그래서 내가 여태껏 술을 마시지 않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