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님을 제게 주십쇼
주실수 밖에 없지 말입니다.
임신 소식을 알고 부모님께 전화 했던 날, 아버지는 처가에 최대한 빨리 가라는 말을 했다.
"야구방망이 하나 가져가라"
"그걸로 맞으면, 나 죽는데?"
농담이었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섬뜩한 농담이었다.
임신 사실을 안 다음주는 하계휴가 기간으로 원래 신나게 놀 계획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광주로 향했다.
"부모님 고기 좋아하셔?"
"고기 좋아하시지.."
"한우로 사가면 덜 맞을까?"
빈 손으로 갈 수 없어 사간 한우가 노여움을 푸시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희망을 가지고 저녁에 도착했다.
"긴장되?"
"안 될 수가 없지 않을까?"
나름 굴곡이 많은 삶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엔 스케일이 달랐다. 그리고 그녀가 문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힘찬 인사와 함께 뇌물부터 건네드렸다.
다행히 장인장모가 되실 분들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갑자기 내려오고 그래"
이미 알고 계신듯한 장모님의 말이 심장을 찔렀다.
"아빠, 엄마한테 말했어?"
그녀는 장인을 채근했다.
"어제 얘기했어, 뭐 어쩌겠어 일이 벌어진거"
충격이 크셨겠지만,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장모님을 보며 가슴을 짖누르던 압박에서 벗어난것 같았다. 그렇게 우린 식사를 하러 나왔고, 시끄러운 갈빗집에서 묵묵히 밥만 먹었다.
식사 후 집으로 돌아와 둘러 앉았다.
"나 5주래!, 아기집도 생겼어 이것봐!"
해맑게 초음파 사진을 보여드리는 그녀가 내심 고마웠다.
"그래서 정서방,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계획을 좀 들어볼까?"
정서방..아버지가 외가에 갈 때 들었던 호칭을 내가 듣게되니 어색했다.
난 며칠간 열심히 알아본 부동산 지식을 총동원 하여 언제 어떻게 어디에 전세를 구할 예정이고, 결혼식을 어찌할지에 대해 말씀드렸다.
사나흘간 주워모은 빈약한 계획이었지만, 노력상은 받은 듯 했다.
힘겨운 자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 끝남에 안도하며 숙소로 가는 길.
"안 맞고 끝나서 다행이다"
내심 각오하고 있었지만, 맞지않아 정말 다행이었다.
"고생했어"
그녀가 토닥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