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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뱅 Dec 05. 2023

밥만 잘 먹는다고 되는게 아니구나

난 밥만 먹고 컸는데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을 나서는 우리는 배가 고파, 라멘집으로 갔다.


"매운거 많이 맵나요?"

맵찔이면서 매운걸 좋아하는 그녀.

"꽤 매워요"

사장님이 맵다고 하니, 다른걸로 먹으라 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고집이 세다.

"저는 마제소바로 주세요"

나는 매운것도 뜨거운 것도 땡기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이 한 말이 아직도 맴돌았다.

"엽산은 지금부터 드시면, 되구요."

엽산이라는걸 처음 들어본 나는 어감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합비타민도 같이 드시면 좋아요. 철분은 3개월 지나서 드시고요. 보건소에서 나오니까 받아가세요"

출산 장려 정책이 나쁘지 않구나 했다.


"나 다이소 가야 되. 약통 살거야"

임신 사실을 안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그녀는 벌써 책임감을 느끼는거 같았다.

"그래, 밥 먹고 들리자"

아직 실감이 나지 않던 나는 그녀가 하자는대로 했다.


다음날 동기들과 티타임에서 화두는 내 결혼식 그리고 산부인과 였다.


"엽산은 좋은거 먹어야되"

결혼한지 4년된 입사동기이자 팀원인 형은 놀랍게도 나와같은 속도 위반자다. 흔치않은 경험을 몇년전에 겪은 선배의 조언은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닥터 아돌이 엽산계의 에르메스야, 내가 그걸로 하나 사줄게"

내가 먹을거였으면 보건소에서 받은걸 먹었겠지만, 내 자식이 먹을거라 하니 생각이 달라지는 나였다.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가는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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