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한 거리 두기를 하니 오히려 편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우고 물러설 수밖에.

by Aheajigi

수학시간 한단원을 마무리하고 운동장에서 뛰면서 게임을 통해 복습하도록 유도한다. 아이들은 놀면서 학습을 하는 것이다. 예전이라면 같이 참여했을테지만 난 멀리서 지켜만 볼 뿐이다. 학생들에게 가까이 가지 않아야 민원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1월부터 학생들과 심리적 거리 두기를 하겠노라 마음먹었다.

개학 후부터 줄곧 학생들과 적정 거리를 유지 중이다. 마음의 거리 두기는 말투와 행동으로 배어 나오기 마련일 것이라 예측은 했다.

실제로도 아이들은 예년과 달리 내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작동한 것이다. 코로나 시국에도 쉬는 시간만 되면 제발 떨어지라 잔소리를 늘어놓을 정도로 아이들이 달라붙곤 했었지만 올해는 정말 다르긴 하다.


수업시간이 아닐 때 아이들과 농담도 주고받고 장난도 했지만, 지금 그런 모습은 나에게서 지워져 버렸다. 해왔던 모든 일들이 민원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게 학생들에게 좋은 것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다. 학부모 민원이 폭증하는 시기에 내가 살아남고자 선택한 궁여지책일 뿐이다.


수업이 시작되면 어떻게 해서든 가르쳐보려 잔소리도 늘어놓고 달래 보기도 했었다. 학생들 생각의 깊이를 더해보겠다고 프로젝트 학습에 대한 개인적 공부는 10년 넘게 해왔었다.

하지만 올해는 열정을 다해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할 생각은 없다. 학생들의 수준이 프로젝트 학습 가능 상태라 판단하면 진행할 것이고 부족하다 싶으면 관둘 것이다. 이미 샘플을 투입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는 중이다. 절반은 놀다시피 하니 낙관적이지는 않다.


예전 같으면 잔소리를 해서라도 끌고가보려 애를 썼겠지만 올해는 딱 잘라 말할 뿐이다. 공부를 하고 안 하고는 너희들의 삶과 관련 있지 교사인 나는 상관이 없다고 말이다. 배울 내용을 잘 전달하고 공부하기 편하게 알려주는 것까지가 교사인 나의 몫일뿐 배우고 안 배우고는 학생인 너희들 책임이라 전달했다. 수업시간에 다른 짓을 하더라도 지목해서 주의를 주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 하니 보고도 못 본 척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잘 배웠으면 싶은 욕심을 버렸고 내 아이들이란 생각은 지웠다. 쉬는 시간이 되면 마음을 달래며 차분함을 유지하는 마인드컨트롤을 한다.

2주가량 지난 지금까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하다. 행여나 학생 간 분쟁이 일어난다 할지라도 직접적 개입 없이 진술서만 작성하라 할 테니 내가 좌불안석일 이유까지 차단했다.


민원 폭증에 아동학대 고소까지 밥 먹듯 하시니 이럴 수밖에. 조금 더 상황이 악화일로를 치닫는다면 교탁과 책상 사이에 라인테이프를 붙여 경계를 명확하게 확정 지을 생각이다. 절대 서로 넘지 않는 레드라인까지 긋는 일은 안 생겼으면 싶지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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