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heajigi Nov 11. 2023

탈락과 친해져야 한다.

글짓기를 지속하기 힘든 것은.


 타고난 글쟁이들도 분명 있긴 있을 것이다. 노력한 만큼 일취월장하는 이들 또한 어딘가 존재할 것이다. 글짓기 DNA가 있다면 공모전은 어렵지 않게 입상할 것이고 필력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면 금방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으로 꾸준한 입선을 이뤄낼 것이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입장이 아니기에 내 주변은 글과 친한 이들 자체가 없긴 하다.


 내게 글은 난공불락의 요새 같다. 문턱까지 가기도 어렵거니와 문턱을 넘었나 싶다가도 일순간 저 멀리 나락으로 떨어져 있으니 말이다.

 픽션 혹은 논픽션을 주제로 글 공모전에 도전하는 많은 이들은 아마도 나처럼 입상보다는 탈락이 더 가깝지 않나 싶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다 보면 자존감은 낮아지고 점점 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사라진다. 재미와 자신감을 갖고 몰입해서 써 내려가도 심사자에게 호기심을 유발할까말까 한데 나조차 내 글을 믿지 못하고 불안함에 쓰고 고치기를 반복한다면 역동성과 생동감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탈락의 시련은 누구에게나 쓰고 아리다. 그 많은 시간 혼신의 힘을 다해 완성한 글을 간절하게 공모전에 응모하는 심정을 모르지 않기에 입상 실패에 대한 충격이 너무나 큼을 모르지 않는다. 떨어진 이유라도 알면 좋으련만, 절대 그런 코멘트는 확인할 수도 없다. 대상을 받은 글을 분석해서 내 글이 미끄러진 이유를 객관적으로 분석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 조차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수없이 입상의 문턱을 넘지 못한 내 글이 또 다른 공모전에서는 덜컥 붙어버리니 정말 종잡을 수 없다.


 완성도의 문제라면 시간을 갖고 수정해 가면 갭을 줄여나갈 수 있다. 시대적 트랜드에서 벗어나 있거나 심사위원의 취향에 의한 것이라면 이건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글쓰는 이들이 탈락과 친해져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건 정말 희망고문이라 할 수 있다. 매번 그리고 수년간 자신의 글이 빛을 보지 못한다는 게 말처럼 쉽게 견딜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글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쓰기 힘든 이유이다.


 오늘 올해 두 번째이자 마지막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작가와의 만남을 마무리했다. 글을 쓰고 있고 작가를 꿈꾸는 조용하고 차분한 아이를 만났다. 글을 쓰기는 하지만 항상 마무리를 못해서 어렵다 한다. 쓴 글을 보내주면 첨삭하는데 도움을 주겠다 말은 했지만, 13살 아이가 마주해야 할 탈락들을 생각하면 의욕을 상실할까 걱정이 되기는 한다. 이 아이에게 본인의 글을 알아봐 주는 기회가 너무 멀리 있지 않기를 기원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재 & 머뭇거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