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옛 유대인들은 슬픈 소식을 듣거나 절망스러운 때에 옷을 찢고, 재를 뒤집어쓰고, 금식했다.
내 정력에 의존한 육체 활동을 모두 멈추고 가장 낮아진 모습으로 신의 도움을 구했던 것이다.
2018년 8월.
친구와 모두투어 패키지 상품으로 한여름의 스페인을 여행하고 돌아온 내 손엔 아빠를 위해 바르셀로나의 아디다스 매장에서 산 FC 바르셀로나 유니폼이 들려 있었다.
“… 이거 하나 건졌네.”
여행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패키지 상품답게 매일 오전, 오후 선택관광 프로그램이 있었고 금액도 꽤 비쌌다. 선택관광은 그 자리에서 현지 통화로 가이드에게 지불해야 했다. 10개 중 겨우 3개를 선택한 나와 달리, 친구는 10개 모두 선택했다. 대다수 선택관광 시간에 나는 낯선 이들과 외따로 떨어져 친구를 기다려야 했고, 날이 갈수록 패키지 여행 구성원들의 입바른 소리 또는 동정 어린 말을 들어야 했다.
“친구분 너무 했다. 같이 놀고 같이 쉬어야지. 의리도 없어. 나 같으면 같이 있어줬을 텐데.”
“심심하죠? 친구랑 같이 선택 관광 하지 그랬어요? 너무 비싸서? 우리야 가족끼리 같이 있으니까 괜찮은데.”
그래서 스페인에서 건진 유일한 기쁨은 이 유니폼이었다. 유럽 축구를 막 좋아하기 시작한 아빠의 미소를 분명 소환해 낼 테니까.
“엄마, 나 서울 도착했어. 선물 샀는데 언제 대구 갈까?”
엄마는 오지 말라고 했다. 왜 가면 안되냐 물었더니, 한참 머뭇거리다가 아빠가 아프다고 털어놨다.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암이 발견됐다는 거였다. 이틀 후면 수술인데, 암의 크기나 진행 상태는 개복해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어서 지금 몇 기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아빠의 전매특허 통제 명령. 엄마는 우리 삼남매에게 이 사실을 절대로 발설해서는 안됐다.
옷을 찢어발길 악력이 있다면,
뒤집어쓸 재가 눈앞에 있다면,
기꺼이 옷을 찢고 재를 뒤집어썼을 것이다.
인천 공항에서 갓 돌아와 씻지도 못한 상태로, 비행기 착륙 전 마지막 기내식 ‘핫도그롤’을 거절한 탓에 이미 시작된 공복 상태로, 금식에 들어갔다. 무릎을 꿇고 울며 불며 하나님을 부르기 시작했다.
하나님, 하나님, 하나님,
아빠를 살려주세요.
제발 고칠 수 있는 암이기를 바랍니다.
저 아직 아빠한테 아무것도 못했어요.
아빠 너무 젊잖아요.
살려주세요, 고쳐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손아귀에 구겨진 FC 바르셀로나 유니폼 위로
방울방울
눈물이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