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에세이를 쓰는 이유
아직은 문장마저 줄이지 않고 싶다는 표현이 좋네요. 저도 아직은 있는 그대로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에세이를 쓰다 보면 나와 글 사이에 조금은 더 여백이 있는, 시와 소설도 써보게 될 날이 올까요? 그렇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시인에게는 단 몇 줄의 문장만으로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결정적 장면을 포착해 낼 수 있는 언어의 연금술이 필요하지요. 소설가에게는 이야기를 통해 끝내 진실로 가닿을 수 있다는 믿음과 엄청난 끈기, 캐릭터와 스토리를 조각해 낼 수 있는 관찰력과 상상력, '이런 이야기가 사랑받을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과 싸울 수 있는 대담함이 필요하고요. 칼럼니스트에게는 그 어떤 열악한 상황에서도 글감을 찾아내는 뛰어난 순발력과 현실세계에 늘 깊이 발을 들여놓는 참여정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에세이스트는 이 모든 걸 갖춰야 하지요.
- 정여울, <끝까지 쓰는 용기> 78-7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