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ETF로 귀결되는가
어째서 ETF로 귀결되는가
ETF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논문 한편을 소개하려고 한다. 어째서 ETF 투자로 귀결되는지에 관한 논문이다.
주식은 채권보다 수익률이 좋은가?
(Do Stocks Outperform Treasury Bills?)
2018년 5월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의 금융학과 헨드릭 베셈바인더(Hedrick Bessembinder) 교수가 작성한 논문이다. 제목은 “주식 수익률이 채권보다 나은가?”로 상당히 파격적인 제목이다. S&P 500과 나스닥의 과거 수익률을 보면 당연히 “그렇다”라는 답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수가 아닌 개별 종목은 어떠한가? 빅 테크와 Nvidia 등을 보면 압도적인 주식 퍼포먼스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마치 “해는 동쪽에서 뜨는가?” 혹은 “어린이와 어른이 싸우면 누가 이기는가?”와 유사한 수준의 질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논문의 결과는 우리의 직관과 정반대다. 대다수의 주식 수익률은 실제로 채권 수익률과 비슷하거나 나쁘다. 도대체 어느 나라의 주식을 뜻하는 것일까? 횡보하는 코스피를 얘기하는 건가? 아니면 중국 주식을 얘기하는 건가? 혹은 이제야 겨우 과거 고점을 돌파한 일본 닛케이 지수를 얘기하는 건가? 더 나아가 러시아 혹은 브라질 혹은 기타 개발도상국의 증시를 의미하는가?
모두 아니다 - 충격적으로 논문의 대상은 바로 미국 증시다.
그렇다면 자연스러운 의문이 든다. 대다수의 주식의 수익률이 채권 수익률과 유사하거나 낮다면 S&P 500 지수가 보여주는 크나큰 수익률은 도대체 무엇으로 설명 가능한가?
논문에 따르면 1926년 이후 전체 증시를 구성하는 기업 중 4%만이 전체 시장 인덱스의 수익률을 견인해 왔다. 다소 충격적인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96%는 무엇이란 말인가?
논문이 시사하는 바는 단순히 4%가 전체를 이끌었다는 통계적 결과물이 아니다. 논문은 굉장히 심오하며 의미심장한 영역으로 이끈다. 동시에 투자의 양대 산맥인 액티브와 패시브 전략 모두에게 사상적 근간을 제공한다. 전자와 후자의 해석이 모두 논리적으로 타당하기 때문이다.
1. 한 줌에 불과한 4%만으로 지난 S&P 500과 나스닥의 수익률을 만들어 냈다면 4%만을 선별적으로 골라 투자하면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이를 보며 4% 기업을 찾는데 집중할 것이다. 이는 곧 전체 증시 수익률을 초과할 수 있다는 믿음, 즉 액티브 투자의 근간이 된다.
2. 한 줌에 불과한 4%을 찾는 것은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와 같다. 또한 시장의 테마와 흐름은 지속적으로 바뀌기에 4%라는 종목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전체 시장을 통으로 매수하고 확률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 즉 패시브 투자로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어떤 투자 전략을 선택하냐는 투자자 개인의 선택이다.
베셈바인더 교수의 논문을 지금부터 이해해 보자.
베셈바인더 교수는 미국의 NYSE, AMEX 및 나스닥 거래소를 포괄하는 CRSP(Center for Research In Securities Prices)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해 (1) 개별 주식의 한 달 수익률과 (2) 한 달 동안의 미국 정부의 국채 금리를 기반으로 논문을 작성했다. 데이터를 돌린 기간은 1926년부터 2016년 사이로 총 90년이다.
개별 주식의 한 달 수익률의 정의는 단순하다. 가령 삼성전자가 6월 한 달 동안 5% 오르면 말 그대로 5%의 값을 의미한다. Nvidia가 1월에 한 달 동안 10% 오르면 문자 그대로 한 달 수익률은 10%가 된다.
미국 정부의 국채 금리는 좀 더 미묘하다. 우선 국채 수익률 이하 국채 금리는 정부가 돈을 빌리고 이에 지급하는 이자를 뜻한다. 그런데 금리는 통상 연율화 되어 표기된다. 즉 채권 금리가 12%라는 것은 1년 간의 수익률을 의미하며 한 달 수익률은 12%을 12개월로 나눈 1%가 된다.
가령 아래 차트에서 2002년부터 이어져 온 미국 1 Month 국채 금리 수익률 차트다. 2020년 코로나 기간부터 그래를 보면 상당히 급진적인 금리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우선 코로나 직후 중앙은행인 연준은 급격한 금리 인하를 단행했으며 이에 따라 국채 금리 수익률 또한 제로에 수렴했다. 하지만 2022년도부터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며 연준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했다. 이로 인해 현재 1 Month 국채 금리는 5.5% 수준이며, 이를 정확히 한 달 수익률로 환산하면 0.46%가 된다.
그런데 왜 주식과 채권 수익률을 비교하는 것일까? 이 둘을 비교하는 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가령 A라는 사과의 퀄리티를 측정하기 위해선 같은 사과인 B와 C와 비교해야 한다. A라는 사과를 D라는 귤과 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A라는 사과를 F라는 수박과 비교해 봤자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금융 시장에서 국채가 지니는 의미를 알아야 한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 즉 국가가 발행한 부채는 가장 리스크가 낮은 자산이다. 아무리 애플과 아마존 같은 대형 테크 회사들이 대단하다지만, 기업이 망할 확률은 미국 정부가 망할 확률보다 현저히 높을 수밖에 없다. 지구상에서 가장 마지막에 망할 것으로 기대되는 단체 혹은 조직이 있다면 이는 곧 미국 정부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미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가장 리스크가 낮으며 이에 따라 가장 수익률 또한 낮을 수밖에 없다. 하이 리스크 & 하이 리턴 및 로우 리스크 & 로우 리턴이란 상식이 반영된 결과다.
결론적으로 위험도가 더 높은 주식은 이론적으로 국채 수익률 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야 한다. 기업이 발행하는 주식은 상황 의무가 있는 채권 보다 위험성이 높다. 심지어 일반 채권도 아닌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보다는 현격히 위험도가 높다. 그러므로 이 리스크에 대한 보상으로 주식 수익률은 한 달이 되었든 석 달이 되었든 국채 수익률 보다 높아야 한다.
그렇다면 금융 시장에서 위험도가 높은 가장 높은 주식과 위험도가 가장 낮은 채권, 심지어 일반 채권도 아닌 미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의미를 지니는가? 이론적인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반드시 더 높아야 한다. 이는 확정적인 결론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더 높은가? 결국 비교의 의미는 리스크가 다른 두 자산 간의 수익률 차이, 즉 스프레드를 보기 위함이다. 이 스프레드가 높을수록 주식의 매력이 커진다. 리스크에 대한 보상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스프레드가 작거나 차이가 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주식 투자에 대한 매력도가 감소함을 의미한다. 결국 논문이 두 상이한 자산을 직접적으로 비교한 배경에는 주식이 국채 대비 지니는 스프레드, 즉 매력도를 산출하기 위함이다.
결론적으로 논문의 결과는 아래와 같다.
비교 대상: 개발 주식의 한 달 수익률 vs 한 달 사이의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 수익률
1926-2016년 사이 CRSP 데이터 베이스에 등록되었던 상장 기업의 개수: 25,300개
채권 대비 25,300개의 주식 종목이 창출한 상대적인 부의 크기(2016. 12월 기준): 35 Trillion USD(~4.5경 원)
CRSP에 등록된 기업의 수는 상폐되거나 인수 합병 되어 사라진 기업을 모두 포괄한다. 현재 24년 기준으로 미국 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개수는 4,300개 정도다.
25,300개의 주식 종목은 지난 90년 동안 국채 수익률에서 벌어드린 부의 크기 대비 35 Trillion USD를 초과로 일궜다. 주식 기여분이 채권 기여분 대비 4.5경 원을 추월했으니 이는 이론적으로 합당한 결과물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주식은 채권보다 우월하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다만 디테일한 영역으로 내려가면 예상과 달리 매우 다른 결과들이 도출된다.
1.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 엑손 모빌 그리고 제너럴 일렉트릭 - 5개의 기업이 35 Trillion USD(~ 4.5경 원) 가량의 자산 가치 중 10%를 만들어냈다
2. 상위 90개의 기업(25,300개의 기업 중 상위 0.36%)이 자산 가치 중 50%를 만들었다
3. 상위 1,092개의 기업(상위 4.3%)이 자산 전체를 창출했다
4. 나머지 24,208개의 기업들(하위 96%)의 수익률은 평균적으로 한 달 국채 금리에 불과했다. 이는 곧 리스크는 더 크게 부담했지만, 무위험 자산군으로 볼 수 있는 국채 대비 대비 추가적인 부의 창출이 없었음을 의미한다. 즉 제로 스프레드다.
글로는 직관적인 이해가 힘들 수 있으니 그림으로 표현해 보자.
개별 박스는 50개 기업을 상징하며 총 506(25,300개 기업) 개의 박스가 있다.
회색 박스는 총 484개로 스프레드에 기여도가 없는 24,208개의 기업들을 상징한다. 대부분이 깍두기다.
노락 색 박스는 1,092개 기업들로 이들이 4.5경 원 자산 가치의 전부를 만들어냈다
붉은색 박스는 90개 기업들로 4.5경 원 중 절반을 창출했다
압도적인 부의 기여도를 지닌 최상위 5개 기업들은 너무나 적어 표현조차 할 수 없다
개별 주식들의 집합체인 증시 혹은 지수는 국채 보다 더 높은 수익률은 낸다는 점은 확실하다. 하지만 개별 종목 레벨로 내려가게 되면, 결과는 달라진다. 지난 90년 동안 단 4.3%의 주식만이 국채 보다 나은 수익률을 거뒀다. 즉 증시와 종목이 서로 엇갈리는 결과를 만들어 낸 상황인데,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소수의 종목들이 증시 수익률의 대부분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즉 주식의 보편적인 수익률은 채권과 유사할 수 있으나 소수의 종목에선 엄청난 수익률이 나타남을 뜻한다. 이를 통계학적으로 양의 왜도(positive skewness)라 한다. 가운데에 집중된 일반적인 표준편차가 아니라 오른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분포를 뜻한다. 즉 대부분은 분포의 가운데에 있으나(~ 채권 수익률) 소수의 종목이 엄청난 수익률을 창출해 냄을 시사한다.
저자 베셈바인더 교수는 논문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 짓는다.
“The results in this paper imply that the returns to active stock selection can be very large, if the investor is either fortunate or skilled enough to select a concentrated portfolio containing stocks that go on to earn extreme positive returns. Of course, the key question of whether an investor can reliably identify in advance such “home run” stocks, or can identify a manager with the skill to do so, remains
이를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이 논문이 시사하는 결론은 투자자들이 운이 좋거나 혹은 표준편차의 오른쪽 끝에 위치한 소수의 종목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엄청날 것이란 점이다.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 질문이 동반되는데 과연 투자자들이 홈런을 칠 수 있는 해당 주식을 사전에 발견하거나 믿을만한 능력을 지닌 펀드 매니저를 선별할 수 있는지 여부다."
결국 논문의 저자는 액티브와 패시브 어느 한쪽을 일반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왜냐면 4%의 종목이 절대다수의 수익을 창출하는 점은 양방향의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분포의 오른쪽에 위치한 4%에 해당하는 종목을 찾을 능력과 자신이 있다면 당연히 액티브 전략의 집중 투자를 해야 한다. 물론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반대로 4%를 찾을 능력과 운이 없다면 전체 100%를 모두 매수하는 전략을 택하면 된다. 왜냐면 역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오른쪽 끝의 4%의 종목들이 전체 증시를 견인하여 지난 90년 동안 채권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 안겨다 줬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개별 주식이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안겨다 주는 보장은 없다. 다만 개별 주식이 모여 형성된 지수는 매우 높은 확률로 채권 보다 수익률이 좋다.
하지만 정말로 여기서 끝일까? 정말로 논문은 액티브와 패시브에 대해서 중립적이며 현실에서도 두 전략에 대한 세간의 인식 및 판도가 동등한가? 답은 그렇지 않다. ETF와 인덱스 펀드가 이끄는 패시브 투자는 금융 시장의 패권을 잡았으며 액티브 투자는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ETF를 이끄는 블랙락, 뱅가드 그리고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월가의 거인이 되었다. 이들은 미국 기업들의 최대 주주들이며 블랙락의 경우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1경 원이 넘는다.
어째서 ETF는 세상의 중심의 될 수 있었을까? 지금부터 그 답을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