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는 Exchanged Traded Fund의 약자로 국어로는 상장 + 지수 + 펀드를 의미한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세 개씩이나 등장하는 상품이다. ETF를 제대로 알고 활용하기 위해선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 이 세 가지 단어를 모두 이해해야만 한다. 이 장에서는 상장 지수 펀드 중 ‘펀드’를 다룬다.
펀드를 가장 먼저 다루는 이유는 ETF란 상품이 주식처럼 상장되어 거래되긴 하나 결국에 본질은 펀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지수라는 개념을 더하면 ETF의 근간이 되는 인덱스 펀드(Index Fund)의 개념이 나온다. 여기에 상장이란 개념을 추가할 경우 ETF가 되는 구조다. 그러므로 ETF와 인덱스에 앞서 펀드 자체를 이해해야 한다.
우선 가장 익숙할 법한 단어인 펀드부터 가볍게 살펴보자. 펀드는 자산운용사와 같은 금융기관이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주식과 채권 같은 증권에 투자를 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금융 상품이다.
펀드 A가 투자자 100명으로부터 1억씩 모으면 100억짜리 펀드가 조성된다. 흔히 펀드 사이즈는 AUM이라 칭하는데, 이는 Asset Under Management의 줄임말이다. 그리고 펀드는 엔비디아와 AMD와 같은 요즘 잘나가는 미국 AI 기업들에 투자해 100% 수익을 냈다. AUM이 기존 100억에서 200억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펀드 A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운용에 대한 대가로 1%의 보수를 수취한다. 이를 운용 보수 및 Management Fee라고 칭한다. 가령 사이즈가 100억 원 일 때는 연간 1억을 받고 사이즈가 200억이 되면 연간 2억을 수취하는 구조다. 실제 보수는 분기 단위로 나가기에 한 해 펀드 AUM이 200억으로 동일하다면, 매 분기 5천만 원씩 나가는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펀드의 시대는 점차 지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ETF로 금융 상품의 트렌드가 넘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펀드란 금융 상품이 지닌 상품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본디 투자 서비스란 부자들만의 전유물이었다.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있었던 자산 증식 수단의 예적금 정도가 전부였다. 물론 과거에는 금리가 높았기에 제한적인 금융 서비스에 대해서 큰 불편함을 사람들이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은행에 예치만 해도 매년 확정적으로 10% 수준의 수익을 노 리스크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의 눈높이가 올라가며, 소수에게만 제공됐던 투자 서비스는 펀드라는 형태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금융업의 대중화다. 혹은 민주화라고 칭할 수도 있다.
펀드가 지닌 첫 번째 상품 가치는 바로 전문 인력의 자산 관리다. 본업이 투자가 아닌 경우 정보와 분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투자 전문 인력에 운용을 위탁하는 것이다. 물론 본업이 삼성 전자에서 반도체 설계라면 대부분의 펀드 매니저보다 반도체 투자를 더 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자산 증식의 수단인 투자 관점에서 정보와 분석의 우위를 지닌 전문 인력에 맡기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바로 분산 투자다. 가령 전 재산이 백만 원이라고 한다면 한 주당 $400 수준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을 2주 밖에 사지 못한다. 요즘 잘나가는 엔비디아는 $700 정도니 1주 정도 밖에 사지 못한다. Apple은 겨우 4주 살 수 있다. 즉 소액으로는 투자의 제한이 있는 것이다. 원하는 주식의 가격이 높을수록 매수의 진입 장벽이 높아진다. 이로 인해 분산 투자가 불가능해진다. 엔비디아 1주를 사면 전 재산을 투입하게 되니 다른 자산을 살 여력이 사라진다. 의도치 않은 집중 투자로 인해 투자의 리스크가 그만큼 커진다.
펀드는 이 문제점을 해결해 준다. 집합투자기구인 펀드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집한다. 백만 원은 큰돈이 아니지만, 펀드의 가입자가 많아질수록 펀드의 규모는 기하급수로 불어난다. 우리나라에서도 조 단위 펀드가 있으며, 해외의 경우 수십 조원 달한다. 이런 펀드들에 가입하면 투자하는 금액과 상관없이 펀드와 동일한 수익률을 영위할 수 있다. 즉 펀드가 수 십 개의 종목에 분산 투자해 10%을 수익률을 얻으면, 투자자 또한 투자한 금액과 무관하게 10%란 과실을 누리게 되는 구조다. 백만 원이란 금액으로 엔비디아, AMD, 애플 및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한 효과를 얻게 됨을 의미한다.
펀드란? 운용 보수라는 비용을 지급하고 전문 인력의 투자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분산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금융 상품
펀드의 작동 원리는 명료하다. 우선 펀드로 들어오고 나가는 돈이 있다. 유입되는 자금을 설정(Subscription), 그리고 유출되는 자금을 해지(Redemption)라고 한다. 운용 보수는 AUM,, 즉 펀드 사이즈에 비례하기에 설정이 많을수록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에 득이 되고, 해지가 클수록 해가 된다.
펀드 운용의 핵심은 설정 및 해지에 따른 편입비(Fund Ratio) 유지에 달려 있다. 편입비란 전체 AUM 대비 자산에 투자한 자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가령 AUM이 100억 원인데, 주식에 80억 원을 투자했다면 이 펀드의 편입비는 80%가 된다. 혹 레버리지를 사용해 대출을 받아 주식을 120억 원 매입한 경우 편입비는 120%가 된다.
편입비 = 자산에 투자 된 금액 / AUM
편입비가 중요한 이유는 펀드의 성과에 미치는 수익률은 자산 수익률과 편입비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가령 편입비가 100%이 펀드에서 주식이 하루에 10% 오르면, 펀드의 수익률은 10%가 된다. 편입비가 80% 면 펀드 수익률은 8%가 되며, 편입비가 120% 라면 펀드 수익률은 12%가 되는 구조다. 그렇기에 어떤 종목과 자산에 투자하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만큼 편입비를 유지하냐도 못지않게 큰 영향을 미친다
더 나아가 설정 & 해지가 중요한 이유는 해당 자금 유출입이 펀드의 편입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령 AUM 100억 원인 펀드에서 100억 원 전부를 미국 주식에 투자해 편입비를 100%로 맞췄다고 가정하자. 만약 다음 날 펀드에 100억이 설정되면, 해당 펀드의 편입비는 50%로 감소한다. 자명한 사실이나, 편입비를 100%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설정되는 100억 원 만큼 미국 주식을 추가 매수를 해야 한다. 만약 편입비가 50%가 된 날에 시장이 10% 오른 다면, 펀드의 수익률은 그 절반에 불과한 5%가 된다. 이러한 불상사를 피해기 위해서라도 설정 & 해지 모니터링은 펀드 운용의 핵심이다.
결국 사람들이 말하는 펀드 수익률이 좋다 안 좋다는 평가는 자산, 편입비, 설정 및 해지가 모두 반영된 종합 결과물이다. 그런데 펀드의 수익률은 명확한 숫자로 산출 가능하지만, 이 수익률이 좋고 나쁨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5% 수익률은 좋은 수익률인가, 나쁜 수익률인가? 10%란 수익률은 어떠한가?
이러한 평가를 하기 위해선 지수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다음 장부터 ETF의 2번째 핵심 개념인 지수에 대해서 알아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