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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E Sep 22. 2020

ETF의 세상 20
-원자재 ETF I


주식과 채권에 이어서 원자재 ETF를 다뤄 보고자 한다. 원자재는 주식 및 채권과 함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자산 중 하나다. 60/40 포트폴리오처럼 주식과 채권으로도 충분히 좋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조금 아쉽다. 그 점을 원자재 ETF가 채워 준다. 특히나 요즘처럼 AI와 데이터 센터가 트렌드인 상황에선 근간이 되는 구리와 같은 원자재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성장의 근간


원자재란 어떤 상품을 만들기 위해 투입되는 가장 초기 단계의 물질이다. 배터를 만들기 위해선 리튬과 니켈이 필요하다.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선 실리콘이 필수다. 원전을 가동하기 위해선 우라늄이 있어야 한다.


어떤 산업이라도 성장하기 위해선 제조에 필수적인 원자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원자재를 바탕으로 생산을 하기에 원자재 가격은 실물 경기를 선행하는 특징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원자재 가격은 실물 경제를 이해하는 선행 지표 등으로 많이 활용된다. 그러므로 원자재 투자의 근본적인 목적은 바로 경제 혹은 산업 성장에 대한 베팅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원자재들이 있지만 산업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재 중 하나는 바로 원유다. 경기가 호황이 될수록 글로벌 무역량이 많아지고 사람들의 이동이 증가한다. 반대로 경기가 불황이 될수록 글로벌 무역량은 감소하고 사람들의 이동은 감소한다. 전기차만 보면 세상이 친환경 에너지로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 환경 관리청 EIA에 따르면 22년 기준 운송(Transportation)은 미국 전체 에너지 수요의 27%를 담당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운송에 필요한 에너지는 원유에서 조달된다. 가솔린이 52%, 디젤이 23% 그리고 제트 연료가 12%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운송 수단인 비행기 및 선박 등의 연료는 기본적으로 원유를 가공해서 사용되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대체하는 화석 연료는 아직 일부에 불과하다.


글로벌 경제의 근간을 차지하는 원유는 코로나 때 극단적인 가격 변화를 보였다. 선물 가격 기준 원유는 2020년 4월 중순 마이너스에 도달했다. 어떻게 가격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지 자연스러운 의문이 들 수 있다. 이 점은 다음 장 원자재 선물 거래에서 자연스럽게 다룰 예정이다. 포인트는 원유와 같은 원자재는 경기 사이클과 밀접하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코로나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원자재 가격 또한 극단적으로 변동하게 된다.

출처: Research Gate


글로벌 경제 성장과 동행하는 원자재로 원유와 함께 구리를 언급할 수 있다. 원유가 운송 및 모빌리티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구리는 좀 더 광범위하다. 동시에 인류의 기원과 함께한 핵심 원자재 중 하나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동전을 주조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인류와 구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무튼 구리의 대표적인 사용도는 바로 전자 제품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구리는 전기를 잘 전달하는 도체(Conductor)이기 때문이다. 고무처럼 전기가 안 통하는 절연체(Insulator)의 반대라고 보면 된다. 즉 구리 없이는 전자 제품을 만들 수 없다. 가령 AI를 트레이닝되는 공간이 데이터 센터의 경우 모든 서버와 장비들은 구리 케이블 등으로 연결되어 있다. 심지어 서버 안에 설치된 CPU와 GPU 등도 모두 구리를 통해 연결되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구리가 없는 세상에서 AI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원자재 투자의 제1 목적은 성장(Growth)에 대한 베팅이다.


여기서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성장에 베팅한다고 하면 굳이 원자재가 아니라 성장을 주도하는 기업에 투자하면 되지 않냐고. 합당한 질문이다. 같은 성장이라도 원자재와 주식(기업)에 대한 투자는 결이 다르다. 원자재 투자는 수요와 공급의 의해 해당 원자재 가격이 얼마나 상승하냐에 달려 있다. 반면 주식은 좀 더 포괄적이다. 그 회사가 원자재를 기반으로 무엇을 만들어내냐가 관건이다. 더 나아가 기업의 사업 구조 및 경영진의 의사 결정 및 대형 고객들과의 파트너십 등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성장의 과실이 좀 더 클 수 있다. 혹은 반대일 수도 있다. 핵심은 같은 성장에 대한 베팅이라도 원자재 투자와 주식 투자는 결이 굉장히 다르다는 점이다.


우라늄과 원전 주식을 예로 들 수 있다. AI로 인해 최근 미국에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비율은 2~3%인데, 2030년까지 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수요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천연가스를 늘리자니 전 세계적으로 추구하는 친환경 노선과 어긋난다. 쉽게 늘릴 수 없다. 그렇다고 태양광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에 의존하자니 턱 없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원전이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마존 및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빅 테크 기업들이 원전 옆에 데이터 센터를 짓고 있는 추세다. 여기서 원전을 직접적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업체들에 투자할 수 있다. 비스트라(Vistra) 및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과 같은 기업들이 예다. 혹은 원전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원자재인 우라늄에 직접적으로 투자할 수도 있다. 전자는 투자 성과가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가령 해당 원전의 주요 고객으로 아마존과 구글과 같은 대형 IT 회사들이 들어온다면 회사에는 큰 호재다. 단 이런 호재가 우라늄 가격 자체에는 반영되기 힘들다. 


더 나아가 원자재 투자에는 성장성 외에 좀 더 핵심적인 요소가 숨어 있다.




인플레이션 헤지


인플레이션 헤지는 원자재 투자의 첫 번째 이유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2022년 그리고 2023년을 지나며 전 세계는 물가 상승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높은 물가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물가 상승세가 꺾였을 뿐이지 물가 레벨이 다시 2022년 초 때로 돌아가지는 않고 있다.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화폐량과 원자재가 꼽힌다. 그리고 이 둘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왜냐면 대부분의 원자재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달러가 풀리면 화폐 가치가 절하되며 원자재 가격을 올린다. 물론 이 외에 원자재 자체의 수요 공급도 크게 한 몫을 한다.


인플레이션이 화폐 가치를 마모시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상기하면 투자를 해야만 하는 근본적은 원인을 알 수 있다. 즉 화폐를 보유하고 있으면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이란 괴물을 피할 수 없다. 가령 은행 금리가 5%이고 물가 상승률이 2%이면 실질적인 예금 금리의 소득은 5%가 아닌 3%가 된다. 2%라는 인플레이션이 이자 소득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이란 리스크를 피하는 방법은 오로지 투자 밖에 없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최선의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원자재 투자다.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헤지(Hedge)는 생각보다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헤지의 사전적 의미는 울타리를 친다는 의미다. 무엇에 대해 울타리를 친다는 것일까? 바로 잠재적인 위험에 대해 울타리를 쳐서 그 위험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는 행위가 바로 헤지다. 


아주 간단한 예시로 화재 보험이나 여행자 보험 등을 뽑을 수 있다. 사람들이 화재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혹시나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그 손실액을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량의 보험금을 납입해 화재라는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내 자산을 보호한다. 여행자 보험 또한 마찬가지다. 여행지에서 사고가 나거나 아플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연의 사태를 대비한다 - 바로 헤지의 개념이다. 생각해 보면 결국 우리의 모든 일상이 헤지의 연속이다.


원자재는 모든 산업의 근간이므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필연적으로 상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가령 유가가 오르면 운송 비용이 증가하며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가격이 오른다. 대부분의 자재들을 해외에서 수입하므로 자재를 국내로 반입하는 운송 비용이 증가할 경우 인플레이션을 촉발시킨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소로 원자재 가격 상승 외에 하나가 더 존재한다. 바로 중앙은행의 화폐량 증가다.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량이 증가할수록 물가는 상승한다. 왜냐면 생산된 상품 수가 고정이라면 매매의 단위가 되는 화폐량이 증가할수록 상품의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산된 상품 수가 고정인 상태에서 화폐량이 감소하면 상품의 가격은 하락한다. 


화폐량은 코로나 당시 큰 이슈가 되었었는데 그 이유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 부양을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이 엄청난 규모의 돈을 풀었기 때문이다. 만약 생산성이 늘어나는 상황에서의 화폐량 증가는 그 자체로 큰 문제가 안될 수 있다. 가령 실질 GDP 성장률이 2%인데 화폐량이 2% 만큼 오르면 이론적으로 인플레이션은 0%에 수렴한다. 왜냐면 상품이 2% 더 늘어난 상황(가격 하락)에서 화폐량이 2%만큼 증가했기에(가격 상승) 서로 상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GDP 성장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화폐량이 5% 증가한다면 화폐량 증가는 그대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래는 미국 중앙은행인 FED의 대차대조표(Balance Sheet)의 추이를 그린 그래프로 중앙은행이 직접적으로 찍어 내는 화폐량이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물론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낸다고 그 돈이 있는 그대로 시중으로 유통되는 것은 아니다. 단 중앙은행의 급격한 대차대조표 확장 추세는 잠재적인 인플레이션 유발의 두려움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출처: Federal Reserve


코로나 당시의 인플레이션에 대해 좀 더 얘기를 하자면,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증가가 물가 상승에 단단히 한몫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돈을 풀고 이를 시중에 유통하는 방식도 굉장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코로나 전을 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지속적으로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소위 양적완화라는 통한 화폐량 증대는 코로나 때의 특수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코로나 전까지 그 누구도 인플레이션을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했던 시기였다. 오죽했으면 인플레이션의 죽음을 외쳤던 시기이기도 하다. 양적완화라는 과정을 통해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팽창했음에도 당시 인플레이션이 없었던 이유는 증가하는 화폐량이 시중에 직접적으로 유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적완화는 무식하게 돈을 찍어 내는 과정이 아니다. 이는 중앙은행이 국채와 같은 채권등을 은행으로부터 매입해 장기 금리를 낮춰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는 행위다. 즉 간접적인 경기 부양 정책이다. 이러한 섬세한 프로세스를 통해 중앙은행은 시장 왜곡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경기를 부양시킨다. 중앙은행에게 채권을 팔아서 받은 돈으로 은행이 시중에 대출을 해줄 경우 실질적인 화폐량의 증대로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의 시발점이다. 은행이 돈을 금고에 쌓아 놓기만 한다면 결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 때는 이 유통하는 과정이 달랐다. 물론 양적완화도 있었지만, 미국 정부는 개개인의 호주머니에 직접 돈을 꽂아 넣었다. 물론 즉각적인 소비 촉진을 위한 정책으로 빠르게 코로나 위기를 탈출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을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원자재 투자에는 크게 2가지 목적이 있다.


1. 성장에 대한 베팅

2.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징


다음 장에서는 선물(Future)의 개념과 함께 원자재 ETF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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