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보면 다들 힘들어도 잘만 지내는 것 같은데 왜 나는 공황장애에 걸렸을까? 이 정도는 누구나 힘든 거 아니야?"
괜히 나만 유난인 것 같아 몹시 부끄럽고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무엇을 어떻게 다르게 했었어야 할까, 생각하면 할수록 스스로에 대한 비판만 커져갔다. 그래서 오랫동안 생각해 봤다. 내가 공황장애에 걸린 이유. 그 생각의 끝에 내린 결론은 생각보다 심플했다.
내가 공황장애에 걸리게 된 이유는 없다.
내가 팔이 두 개 인 것에 이유가 필요 없듯, 내가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나의 선택이 아니듯 내가 공황장애에 걸린 것 역시 나의 선택도 나의 탓도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며 오랫동안 나를 헷갈리게 하기도 했다.
“네가 예민해서 그래”
“다른 사람은 다 안 그런데 너만 그래”
하물며 병원에서 조차 그런 뉘앙스로 일러주기도 한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무리해서 그렇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래요. 운동을 하세요. 명상을 하세요. 일을 덜 해 보세요.”
모두 맞는 말 같지만 사실 그건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민하지 않고 무던해도,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도, 자신을 잘 돌 보고 매일 운동과 명상을 해도 누구나 공황장애 또는 어떤 원치 않는 일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 바로 나야 나)
물론 어떠한 요소들이 약간의 기여는 한다는 것은 인정. 그렇지만 내가 공황장애에 걸린 이유는 그냥 나는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아무리 예민하지 않아도 (사실 나는 매사에 예민한 편은 아니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양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쳐도, 혹은 내가 나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무리를 했다 해도, 똑같은 상황에서 어떤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고 어떤 이들은 더욱더 힘들어한다. 그래서 원인을 나 스스로에게서 찾고자 하면 결국 스스로 바꿀 수 없는 한계를 만났을 때 절망할 수밖에 없다.
분명 공황장애와 불안의 경험이 달갑지는 않지만 더 이상 그것을 빡빡 지우며 없애려 하는 노력을 하지 않기로 했다. 가끔 오면 오는 데로, 사라지면 사라지는 데로, 내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그 불쾌하지만 죄 없는 손님을 온몸 다해 막으려는 시도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